1일 연차 내고 아들의 졸업식에 참석한 이야기
아들 중학교 졸업식이어서 하루 연차를 내었다. 이전 직장들에서 책임감에 1년 내내 1일 연차 한번 제대로 내지 못했는데 반차를 내는 연습을 했더니, 이젠 필요한 날엔 과감하게 하루 연차를 휘릭 내기도 한다. 오늘은 아들이 3년 동안 중학교 생활을 잘 마쳐서 축하하는 날이기도 하고 이래저래 마음이 벅찬 날이다.
8시 50분까지 등교라 하여 학교에 데려다주었다. 8시 25분에 아들이 주차장에 내려와서, 마지막날까지 지각이냐고 한마디 하려고 했다. (평소엔 30분에 교실문에 들어서야 한다.) 나는 열이 올랐다. 조마거리며 졸업날 화를 내면 안 되지 하면서 기다렸다. 그때 아들이 하는 말이,
"엄마 오늘은 50분까지 학교에 가면 돼요. 엄마 내가 이 말 안 했으면 막 빡쳐서 고함지를 뻔했지요?"
"엄마도 준비해야 하는데 10시 도착인데, 니 데려다주고 언제 머리 감고 준비하니?"
"그건 제가 알바아니구요..."
아니 이 놈이. 오늘은 내가 참자. 아들의 졸업식날 아닌가. 아무 말없이 운전을 하면서 학교 근처에 도착했다. 꽃다발만 사가면 되겠지? 선생님하고 니꺼만 사가지고 나중에 10시까지 2층 강당에 간다고 말했다. 학교 모퉁이를 돌려는 순간,
"엄마 저기 꽃 파는 사람들 벌써 나와 있네요."
꽃을 사달란 소린지 용돈만 달라는 소린지 헷갈린다. 한사코 절대 꽃다발 같은 건 들고 오지 말라면서 학교 앞에 꽃이 나와 있다고 소리치는 건 뭘까. 어서 내려주고 근처 꽃가게 주문을 하려고 둘러보니 문을 연 곳이 없다. 그리고 집에 와서 단장 후 누나를 데리고 학교에 갔다. 누나는 입구에 차가 막히니 바로 내려서 내가 주차하는 동안 꽃을 산다고 한다. 이미 학교 운동장 반 이상이 주차장이 되어 있었다. 한 바퀴를 삥 돌자, 갑자기 울컥하면서 아들이 졸업한다는 것이 실감이 나질 않았다. 감사한 마음과 아들에 대한 고마움이 몰려왔다. 생화를 들고 온 딸과 함께 강당에 들어서니 이미 사람들로 졸업생과 강단이 보이지 않았다. 나는 겨우 구석의 농구대 같은 기구 누인 자리 위에 올라섰다. 아들은 안 와도 된다고 했고, 꽃도 필요 없다고 했으나 내가 오른쪽 구석 농구대에서 아들을 발견하자 아들도 뒤를 훑어보면서 우리를 찾고 있었다. 손을 흔들어 주었다.
여러 분의 축사와 많은 상 수상이 끝났다. 모든 상장의 내용은 30년도 넘은 내가 받은 내용과 거의 같았다. 후배들, 졸업생들, 그리고 선생님의 축하 인사가 방송반의 노고로 편집되어 동영상으로 보여졌다. 그리고 강당의 붉은 빛 커튼이 드리워진 채 내 맘을 찡하게 하는 노래와 함께 아들 학년의 3년 동안의 행사가 동영상으로 재편집되어 가요와 함께 나왔다. 내가 졸업하는 것도 아닌데 체육대회 모습, 수련회, 수학여행 각 절기마다 합창제와 축제등의 화면이 잔잔한 노래와 함께 강당에 울려 퍼지니 왠지 숙연해졌다.
다 끝나고 불이 켜지자 마지막 교가 제창이 이어지고 모든 행사가 끝났다. 아들에게 쫓아가서 안아주고 사진을 여러 장 찍었다. 아 내 키가 이렇게 작아지면 어떡하니... 친구들과도 찍고 아는 부모님들과도 인사를 나눈 뒤 담임선생님을 찾았다. 한참을 헤맨 끝에 마지막 1년 동안 고생하신 담임선생님을 보니 맘이 뭉클해졌다. 아들도 담임선생님께 인사를 하였다.
"S어머니, 고맙습니다. 그리고 S 너무 뭐라 하지 마세요."
다른 이야기는 들리지 않고 선생님의 그 당부가 오래 마음을 때렸다. 아들은 내년 1월 12일 고등학교 발표가 난다면서 내일부터 학교에 안 가도 된다고 몹시도 좋아하며 가족보다는 친구들과 시간을 보낸다고 하였다. 나의 졸업식과 식순부터 별로 달라진 게 없다. 어떤 분의 축사에서도 말씀하셨지만 코로나로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 못했지만 고등학교는 새로운 시작이니 늘 행복하게 잘 지내길 바란다는 소중한 당부가 참 감사한 하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