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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Dec 26. 2023

"나의 존재만으로 기쁨이 되는 그런 인생이고 싶다."

우울한 마음을 이겨내려고 용을 쓰다...




기분이 좋아지는 일을 찾아야 한다. 내 마음이 내 마음에게 위급한 신호를 보냈다. 이때까지 가장 행복했던 일은 무엇인지, 최근에 가장 폭소하게 했던 사건은 무엇인지, 아들과 딸이 가장 사랑스러웠던 때는 언제인지. 언제 가만히 있어도 주체 못 한 미소가 피어올랐는지 등 말이다.



자기 전에 죽고 싶다는 생각이 몰려왔다. 서슴없이 빈틈을 헤집고 딴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자다가 눈을 떠서 화장실 문이 열린 것을 보았다. 평소와 다른 자기 전 방상태에 나쁜 기운이 새어 나왔나. 별로 다닌 곳도 없는데 그곳에서 악한 생각들이 내 뒤에 붙어서 내 마음속에 똬리를 틀었나. 그리고 새끼를 깠나. 그리고 어두운 열매가 마음에서 열리고 있나. 안 보던 티브를 많이 보게 되면서 범죄 스릴러에 내 마음이 전염이 되었나... 섬찟한 생각들이 몰려온다. 무섭다. 운동을 게을리했다. 춥고... 바로 지하에 헬스장이 연결이 되는데도 나가기 싫었다.


직장이 어수선하다. 일하기 싫다. 작고 사소한 일들로 부장이 자꾸 내게 흠집을 낸다. 부장방을 지하 2층으로 옮기는 중이다. 아들 졸업한다고 연차를 낸 날 지하로 짐을 반을 옮겼다 한다. 말을 붙이기 힘든 표정으로 돌아다니신다. 목숨을 바쳐서 10년 넘게 일하신 것 같은데 방을 빼라고 하고 지금 방보다 훨씬 넓은 방에 응접실로 꾸미고 새 소파까지 넣어주신다고 소문이 들린다. 나는 마음이 불편하다. 지금 부장방은 거의 비워놓고 계시기 때문에 오너 입장에서는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로 비싼 예약을 하시는 분을 정성스럽게 상담을 하고 싶으신 거 같다. 나는 왜 마음이 불편한 것일까... 그래 요 며칠 계속 내게 쏘아붙이시고 트집을 잡더니 꼴좋다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녀도 사람이고 간호사이고 나도 그렇게 늙어가고 그렇게 시간은 흘러가게 되는 것이다.


나에게 화가 나 있다. 나에게 실망스럽다. 나를 사랑하려고 노력하는 데도 정말 잘 안된다. 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간다. 뭔가 틀을 바꾸고 싶어 새벽 6시부터 여는 그리너리 목욕탕을 끊어야 하나... 매일 저녁 이전처럼 자전거를 다시 타야 하나. 마음의 꼬투리를 쥐어짜서 묶어야 하나... 느슨하게 풀어야 하나. 요즘 감사하는 마음은 다 어디로 갔을까. 나에게 가장 실망스러운 것은 단연 나 혼자만으로 행복을 느낄 수는 없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다. 어째서 이렇게 오래 살고도 잘 바뀌지 않는 걸까. 이젠 누군가로 인해 행복해지는 인생보다 나의 존재만으로 기쁨이 되는 그런 인생이고 싶다. 너무도 간절히 말이다.



해운대 벡스코에 행사가 열렸다. S가 7개월에서 8개월 무렵이었다. 그 행사는 키즈월드 같은 거였고, 특수재질의 사각링의 튜브 위에서 얼굴에 살이 포동포동 오른 S가 엄마인 나를 쳐다보며 환하게 웃었다. 고동색 반팔을 바깥에 레이어드로 입고 앞머리는 뱅스타일의 젊은 엄마는 아들의 그 미소로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 중학교 1학년이 된 H가 파란 잔디가 깔린 마당에서 처음으로 교복을 입고 브이를 그리며 웃고 있었다. 나는 그 순간을 기억하고 싶어 사진을 찍었다. 지금도 늘 미안한 마음이 되어서... 나의 딸 H를 생각하면 아픈 기억이 왜 더 많은지. 밤새 비가 퍼부은 다음 날 아침, "저 나무는 밤새  물을 많이 먹어 오줌 눈다고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 어린 다섯 살 아이가 엊그제 서울소재 대학에 편입시험을 치고 왔다.

(좌:비슷한 키즈랜드 풍경/우:좋아하는 잔디가 있는 마당집)/출처: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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