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엄마 사고 치고 왔어."

13화 띠뽈씨(나의 애칭♥)의 주말 풍경 2탄-배달음식의 천국

by 윤슬




새벽 2시가 넘었다.


비 내린 뒤 새벽 봄바람은 제법 선선하다.


며칠 째 그가 연락이 없다.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걸까?'


작가 지망생인 지하는 팔짱을 낀 채 공원너머로 꺼지다만 야경을 쳐다본다.



그때 핸드폰 벨이 울린다.


"여보세요. 혹시 지하 씨인가요?"


"네 그런데요. 누구시죠?"


"지금 성주랑 같이 있습니다."


"혹시 성주 씨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가요?"


졸린 눈으로 바로 시동을 켰다.


비 온 뒤 새벽도로는 안개로 가득하다.


고속도로로 차를 진입시키니 상황은 더 악화되어 앞이 안 보일 지경이다.


옆 차량의 깜빡이에 지하는 그제야 정신이 들었는지 삼각형 모양의 버튼을 누른다...


G터널을 들어서니 안개는 모두 걷혔다.



시내로 들어섰다.


마음이 더 급해진다.


저기만 돌면 그가 있다는 곳이다.


세븐일레븐 불빛이 일렁거려 마음도 파도 타듯 울렁거린다.


바로 그때.


"퍽"


핸들을 너무 이르게 꺾어 지하철 옆 삼각지 모양의 인도로 차가 올라탔다.


컷. 커트(모든 독자분들, 지인들, 아이들 한꺼번에 외친다.)


그래 그러면 컷 해야지.


[타이어 펑크]를 소재로 픽션을 써봤다.(너 엔간히도 심심하구나...)




타이어 펑크 사건을 해결 후 집으로 들어가는 길이다.


운전 중인데 [아들]이라고 뜬다.


"엄마 배고파요. 몇 시 도착이에요?"


"곧 도착이야. 수리하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어."


"배고프면 뭐 시켜 먹지 그래?"


참 자주도 시켜 먹는다. 내가 글을 쓰면서 더욱 두드러진 변화이다.

(당황스럽네...)


"엄마 그래도 돼요?"




아들은 뭘 시켜 먹든지, 편의점에 잠깐 내려갈 때도 엄마카드로 사 먹어도 되는지 꼭 물어본다.


나는 편의점에 가면 먹고 싶은 걸 많이 사 올지 몰라 두려움에 떨 때도 있었는데 이젠 안 그런다.


"띵동"(알림 문자 메시지)


사온 검은 봉지를 열어본다.


"어디 보자 또 얼마나 썼으려나...

불닭볶음면 큰 컵, 초코에몽..."


그러고 자세히 보면 5천 원 미만이다.


힘들게 엄마 카드를 들고 가도 꼭 먹고 싶은 거만 사 오기 때문이다.

(왠지 초등학생 일기 같지? 흐어. 이러면 안 되는데...)




집에 들어선다.


온통 배달 음식 판이다.


"얘들아 엄마 사고 치고 왔어."


무반응.


이미 전화로 잠시 얘기한 터다.


들어서자 첫 앵글에 잡히는 장면은 건조기에서 나온 옷이 아직 그대로 있네.


두 번째 앵글.

식탁 위에서 피자 먹는 아들.


"엄마 오셨어요..."

(감정 없는 멘트. 피자에 머리를 박고 있다.)


세 번째 앵글.

자기 방에서 닭발 배달시켜 먹는 딸.


하 우리 집에 택배 아저씨 불나게 납시었셨구먼.


"너네들 사실... 시켜 먹는 게 더 좋지?"


"......"


무슨 의미일까... 흐엉... 내 머릿속은 나도 모르게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곡이

머리를 식혀 주고 있다. (라면인 건가. 라면인 건가. 오늘도 내 점심은 라면인 건가... 밑도 끝도 없이 왜 이곡이 말이다.)

(좌:첫 앵글 건조기에서 나와서 거실에 방치된 옷가지들 우:두번째 앵글 식탁위 피자.)
(세 번째 앵글. 불닭발포장지. 왠지 무섭네. 딸아이가 이런 걸 좋아하다니. 해당제품과는 아무 상관없어요.)



나는 꼬미[반려 식물] 물주는 날이라 냉동실에 얼음을 들고 나와 열 조각 정도 살포시 올려 주었다.




그리곤... 몰래 방에 들어와 검은 쌕에서 옷을 하나 꺼내 아무 일 없던 듯 베란다 옷걸이에 건다.




이 옷으로 말씀드릴 거 같으면.


몸값 비싼 옷 되시겠다.


오래간만에 1박 2일 휴가를 내어 발렌타인데이날 서울행을 감행했었다.


서울 동대문에 있는 두타몰과 밀리오레에 가서 직접 사 온 옷이기 때문.


원래는 큰아이가 고른 옷이었다.


"엄마 내 옷 못 보셨어요?"


"못 봤는데..."


두둥. 갑자기 아들이 학원 갔다 오는데 그 옷이 몸에 걸쳐져 있더라는... 후덜덜.


큰일이다. 누나가 보면 난리 날 텐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옷이 의자 위에 툭 걸쳐져 있다.



'아 어제 아들이 입은 거 보니 나도 입어 보고 싶다.'


'딸이 학교 갈 때 유일하게 아껴 입는 옷인뎅...'



머리가 복잡해진다. 에라 모르겠다.


감색 버튼식 치마에 위에 툭 걸쳐 봤다. @@@@@@@ 너무 예쁘잖아....




몰래 입고 외출했다 돌아오면서 딸의 동태를 살피려고 먼저 전화를 했다.


"닭발 시켜서 방에서 먹고 있어요. 먹고 바로 알바 갈 거예요."


그래도 걱정이 되어 엘베에서 내리자마자 옷을 벗어 가방에 쑤셔 넣었다.


"삐리리"(현관문 닫히는 소리.)


몰래 들어와서 저기에 걸린 옷. 너 정말 예쁘구나.


'딸아 미안하다. 사실 엄마 두 번째로 입었어.

담에 더 예쁜 걸로 사줄게'


(두타몰인지 밀리오레서 산 상의:3명이 번갈아 몰래 입는 우리 집 패션 아이템. 철없는 엄마 어떡하니@@ 입으면 남녀 노소 세대를 아우르는 옷이 되어 버린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