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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유정 Aug 23. 2021

원추리 꽃의 비밀

저는 Day Lily입니다

원추리 꽃은 보면 볼수록 예쁩니다. 각종 나리꽃들과 비슷하면서 또 다릅니다. 백합이나 나리꽃의 매끈한 매력은 없지만 쪼글쪼글 말랑말랑한 느낌이 나름 매력 있습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원추리, 백합(흰나리), 참나리. (출처:위키피디아)


원추리는 새싹이 또 그렇게 귀엽습니다. 통통하고 새파란 잎이 옹기종기 모여서 봄이다!! 하고 외칩니다. 여기저기 돋은 새싹들을 보면 꼭 유치원 같기도 합니다.


원추리 새싹


원추리의 고난은 이 새싹 시기를 지나면서부터 시작됩니다. 한여름이나 되어야 꽃이 피는데, 그 전까지는 잎만 길쭉해지고 뭐 하나 달린 게 없어서 밍숭맹숭합니다. 그래서 초여름 대대적인 제초작업 때 가차 없이 희생됩니다. 잡초로 오인받기 싫으면 색으로라도, 열매로라도 나 내버려 두라고 소리를 질러야 하는데 침묵만 지키기 때문입니다.


운 좋게 제초기 칼날을 피하고 뜨거운 여름을 맞으면 드디어 꽃을 피우고 제 목소리를 냅니다. 사람도 대체로 이렇지 않을까 합니다. 일찍부터 꽃을 피우는 사람은 원래 소수입니다.




사실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는 대기만성에 대한 것이 아닙니다. 원추리의 영어 이름은 Day Lily입니다.  매일 새 꽃이 피어서 그렇습니다. 꽃이 여러 송이 피니까, 매일 보는 사람도 그냥 원추리가 저기 있구나, 할 뿐 새 꽃이라는 것은 모릅니다. 나태주 님의 <풀꽃>에서처럼, 매일 새로운 원추리도 자세히 보지 않으면 모릅니다.


여기서 일신우일신, 매일 더 노력하자는 결론부터 떠올리는 꼰대가 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매일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이 매일 새로운 사람일 수 있음을 기억하려 합니다. 알아채는 것은 전적으로 보는 사람 몫입니다. 전달을 잘해야 될 것 아니냐, 하는 생각은 좀 이기적입니다. 너 보라고 피운 것도 아닐뿐더러, 애초에 잘 알아보는 것도 능력이기 때문입니다.


 꽃을 피워도  꽃인지 모르는 우리입니다. 우리는 서로를 모릅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 했습니다. 모르면서 너는 그냥 원추리야, 하지 말고 조금만  자세히 보면 좋겠습니다.  전에, 길쭉하니 못났다고 덜컥 베지 말고 기다려주면  좋겠습니다. 놔두면 꽃을 피웁니다. 그것도 매일매일, 새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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