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는 풍경 보고 밤에는 나 보고
몇 달 전, 자주 가는 동네에 새 횟집이 문을 열었습니다. 한 번 가 봐야지 하고 생각만 하다가, 전어 철을 맞아 이때다 싶어 갔더니 그새 문을 닫았습니다. 밖에서 안을 들여다보려는데 등 뒤의 햇살이 너무 밝아 안은 안 보이고 내 얼굴만 보입니다. 까맣게 불이 꺼진 가게는 끝내 자신을 보여주려 하지 않습니다. 눈 양옆을 손바닥으로 가리고 얼굴을 창문에 딱 붙이니 간신히 안이 보입니다. 아무것도 없고 수조도 비어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도 가게 안엔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을 것입니다. 테이블에는 소주잔을 기울이는 손님들이, 수조 속엔 물고기가 가득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불이 꺼지면 안을 쉽사리 들여다보기 어렵습니다. 밤이든 낮이든 똑같습니다. 창문이란 내가 있는 쪽이 어두울 때만 창문이 됩니다. 내가 있는 쪽이 밝으면 거울이 됩니다. 다 똑같은 유리창인데 보이는 것이 자꾸 바뀝니다.
사무실 창문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침에 출근할 땐 상큼한 바깥 풍경이 비치지만, 퇴근할 때쯤엔 집에 가고 싶은 아저씨가 보입니다. 지하철을 기다릴 땐 스크린 도어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며 괜히 머리도 만져 보고, 옷매무새도 다듬어 보고 합니다. 지하철이 들어오면 밝은 차 안의 사람들 때문에 내 모습은 안 보입니다. 똑같은 버스를 타고 퇴근해도, 여름엔 훤한 밖을 구경할 수 있지만 겨울엔 차 안이 비쳐서 바깥을 보려면 신경 써서 봐야 합니다. 밖이 밝아졌다 어두워졌다 할 때마다 내 얼굴에 깜짝깜짝 놀랍니다.
모든 것이 마음먹기에 달렸다, 마음의 불을 끄고 켜자, 이런 자기계발서스러운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은 아닙니다. 어느 쪽이 더 밝은지 비교하면서 부러워하고 우울해하는 것도 좀 그렇습니다. 어두워진 사람한테 속내를 보이라고 다그치는 것도 영 별로입니다. 그러니 그냥, 이럴 때도 있고 저럴 때도 있구나 해야겠습니다. 낮에는 풍경 보고, 밤에는 나 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