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반에는 선생님의 비밀 기자가 한 명 있다.
무슨 일이 나면 가장 먼저 나에게 소식을 전해주는 아이.
그러니까 그 아이가 그 톤으로 선생님, 이라고 부른다면
필히 무슨 일이 터진 것이었다.
선생님!
아이가 나를 부른다.
쉬는 시간, 보드게임으로 놀던 중이었다.
'@@이가 먼저 장난감으로 놀고 있었는데
00이가 빼앗았어요!'
내심 놀랐다.
00이는 이유 없이 친구 것을 빼앗을 아이가 아니었다.
태생이 착한 아이였다.
말을 더듬거릴지언정 고맙다고, 미안하다고 꼭 말하는 아이였다.
친구를 아프게 하는 장난도 치지 않으며 도와주는 걸 좋아했다.
0친구가 먼저 장난감을 쓰고 있었는데, 00이가 그것을 빼앗아 자기가 가지고 논다는 것이었다.
아무 이유없이 친구 것을 뺏는 아이가 아니었기에 나는 00에게 이유를 물었다.
대화를 해보니 아이는
지금 뺏지 않는다면 자기는 못 놀 거라는 불안을 느끼는 것 같았다.
보통은 순서를 지켜 너 다 놀면 내가 놀게, 라고 생각해야 하는데,
이 친구는 '내가 양보해주면 나는 못 놀게 된다,
그러니 지금 당장 빼앗아서라도 가지고 놀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아이에게
먼저 친구가 쓰고 있었다면 친구한테 빌려도 돼? 라고 먼저 물어봐야 한다는 것,
빼앗는 건 나쁜 행동이라는 것,
순서를 지켜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
이렇게 3가지를 지도했다.
하지만 아이는 여전히 뺏지 않으면 자기는 영영 놀지 못할 것처럼 생각하고 있었다.
어르고 달래기도 잠시. 청소 시간이 되어 그만 청소 시작하자고 했다.
그 순간, 00이가 울음을 팡 터뜨리며 소리를 질렀다.
나는 00이가 진정할 때까지 기다렸고, 잠시 후 울음이 잦아진 00이.
'만약 네가 친구의 것을 빼앗긴 상황이었다면 속상했을 네 마음이 이해가 돼. 하지만 너는 지금 친구의 것을 빼앗고 울고 있어. 빼앗는 건 잘못된 행동이야. 다음부터는 순서를 지켜서 쓰고, 친구에게 ‘나도 그거 가지고 놀고 싶으니 조금만 쓰고 나한테 줘.’ 라고 말하자.
나의 말이 아이에게 스며드는 잠시의 침묵이 있었다.
난 그동안 아이를 멀거니 바라만 봐주었다.
아이는 눈물 젖은 눈꺼풀을 끔뻑끔뻑하더니 곧이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곧 점심 시간.
난 아이의 손을 잡고 가며 한 번 더 말했다.
'장난감은 도망가지 않아.
당장 못 놀더라도 밥 먹고 와서 놀 수 있고, 내일 모레도 놀 수 있어. 네 순서는 꼭 와. 그러니 불안해 하지 마.'
아이는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밥 먹고 하교 시간.
차렷 인사, 사랑합니다!
우리 반 구호를 외치고 나가는 아이들.
난 00이의 표정을 보았다.
그 녀석은 활짝 웃으며 신나게 뛰어가고 있었다.
00아, 이제 기분 풀렸어?
아이가 답했다.
네!
9살, 모든 것이 새로울 나이.
양보하는 것도,
기다리는 것도,
마음을 다스리는 것도
전부 아이들에겐 낯선 일이다.
9살이란 나이는
도화지 같은 세상에
먹이 채 마르지도 않은 시간이다.
온통 하얄 그 세상에
하나씩 색을 입혀가는 것.
교사의 말과 태도가
그대로 아이들의 하얀 도화지 세상에 찍힌다.
그러니 9살.
모든 것이 새로울 나이일
아이들의 입장을
나는 오늘도 끊임없이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