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고 아까운 그를 추억한다.
1992년 여름.
나의 마이마이 카세트 플레이어에서 꾸준히 재생되던 김광석 3집.
한 노래에 꽂히면 그 노래를 주구장창 듣는 게 나의 오래된 습관인가 보다.
그러니, 시간이 지나 돌아보면 어떤 노래는 나의 어떤 시절과 맞물려 있다.
그땐 마이마이에 줄 이어폰이 달려있었고, 지금은 블루투스로 연결된 무선 이어폰이라는 게 달라졌을 뿐.
지금도 여전히 내가 듣는 노래는 나의 시간과 맞물려 있다.
그 시절 내가 소장했던 LP들은 동물원의 1집에서 5집까지, 이문세 1집부터 5집까지, 유재하, 공일오비,
김민기, 어떤 날 1집과 2집....
명반으로 꼽히는 것들을 다 가졌던 그 때의 똑똑이는, 훗날 미련 하나 없이 모르는 이에게 LP를 처분하는
바보짓을 해버렸다. 이제 와서 돌려달라 할 수도 없고.... 무지하고 성급한 내 탓만 할 뿐이지.
노찾사와 동물원의 멤버로 시작해 1989년 솔로 음반으로 데뷔한 김광석은
1995년, 마침내 소극장 1,000회의 공연기록을 세웠을 만큼 기타 하나를 멘 솔로 공연의 일인자였다.
독보적인 노래 실력과는 달리 조금 어눌한 언변으로 느리게 자신의 이야기를 노래 사이에 끼워 말하던 사람.
뭐 그 조차도 김광석만의 매력이었으니까.
김광석이 하늘의 별로 사라지기 전, 나도 그의 콘서트를 직접 보는 기회를 가졌었다.
그의 인기만큼이나 객석을 꽉 채웠던 관객들.
맑고 투명하게 울리는 김광석의 목소리와 마치 그와 한 몸인 듯한 기타와 하모니카.
혼자서도 열몫을 해내던 김광석의 메들리와 같던 노래들.
좀 덜 열심이었어야 했다. 그는.
콘서트가 있었던 날 저녁 집에 돌아와서, 아직 콘서트의 감흥이 채 사라지기 전에
라디오의 게스트로 김광석의 목소리가 들렸을 때 오히려 나는 실망했다.
게다가 콘서트에서 들었던 같은 에피소드가 라디오에서도 나왔으니까.
자기를 너무 혹사하면서 살지 말지.
안타깝고 아깝고 아쉬운 사람에게 전해지지 못할 나의 조언이다.
김광석은 무엇이 그렇게 절절했을까.
싱어송라이터이기에 더더욱 그의 이야기로 전해지던 감정들이 강했던 것이리라.
가사와 멜로디에 배어있는 우수와 진한 감정. 호소력 짙은 목소리.
항상 웃는 얼굴이었지만 슬퍼 보이던 표정은, 그의 마지막과 더불어 비극이 되었다.
여튼. 나는 김광석을 좋아하던 팬이었고,
그의 노래를 들으며 청춘을 보냈다.
지금의 나를 만든 나의 정서에 김광석의 노래들이 파편처럼 있을 것이다.
1992년.
이어폰을 꽂은 채 김광석을 들으며 캠퍼스를 누비던 나의 모습이
2024년 내 눈에 선하다.
김광석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youtube.com)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4:14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내 텅 빈 방문을 닫은 채로
아직도 남아 있는 너의 향기 내 텅 빈 방 안에 가득 한데
이렇게 홀로 누워 천장을 보니 눈앞에 글썽이는 너의 모습
잊으려 돌아 누운 내 눈가에 말없이 흐르는 이슬방울들
지나간 시간은 추억 속에 묻히면 그만인 것을
나는 왜 이렇게 긴긴밤을 또 잊지 못해 새울까
창틈에 기다리던 새벽이 오면
어제보다 커진 내방 안에
하얗게 밝아온 유리창에 썼다 지운다 널 사랑해
밤하늘에 빛나는 수많은 별들 저마다 아름답지만
내 맘속에 빛나는 별 하나 오직 너만 있을 뿐이야
창틈에 기다리던 새벽이 오면
어제보다 커진 내방 안에 하얗게 밝아온 유리창에
썼다 지운다 널 사랑해
하얗게 밝아온 유리창에 썼다 지운다 널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