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uno May 23. 2024

질투 : 유승범, 1992

짝사랑에 소질 있던 여자

드라마 '질투'의 OST으로 사랑받았던

같은 제목의 노래 : 유승범의 '질투'


저렇게 말하면 잘 모를 수 있지만,

"넌 대체 누굴 보고 있는 거야, 내가 지금 여기 눈앞에 서 있는데~"

라는 한 소절을 읊으면, 아~~!! 그 노래!! 하고 알아차릴 노래.


연애 숙맥이어서, 제대로 된 연애를 하기 전까지 숱한 짝사랑을 했다.

그 시절엔 한 선배를 보는 게 학교를 가는 낙이었고,

그다음 해엔 다른 과 동기를 혼자 좋아하느라 가슴이 뛰어서 혼쭐이 났고,

졸업 무렵엔 도서관 죽돌이였던 어떤 선배를 보는 게 도서관에 가는 즐거움이었고...

알고 보니 나는 짝사랑에 있어 꽤나 소질이 있었더라.

짝사랑이라 해서 그냥 가볍게 좋아한 것도 아니었다.

실제로 뻐근하게 가슴이 아파오기도 했으니까...


여하튼, 1992년.

그 시절 내가 혼자 좋아한 선배는 88학번.

입학 전, 신입생 OT에 소집하는 전화를 돌려,

- 김선오 군 집인가요?라는 황당한 질문으로 나와 첫 대화를 했던 선배.


1992년 6월, 최진실과 최수종이 주연을 맡았고 무려 시청률 56%에 육박했던 드라마.

트렌디 드라마의 원조격인 그 드라마가 한창 방영되던 때, 우리 과는 다른 지역에 있는 같은 과로 연합 MT를 갔다.

버스를 빌려 타고 함께 이동하던 길.

버스 안에는 내가 좋아하던 그 선배도 타고 있었고, 내가 좋아하는 동기와 선배들이 함께 있었으니

마치 아이처럼 신났을 내 모습을 나는 안다.


MT 가는 버스 안에서, '질투' 노래가 흘러나왔다.

내질러 소리 높여 부르기에 딱 좋은 노래였지.

누구 할 것 없이 다 같이 떼창을 했었나 보다.

보통은 쑥스러움에 목소리를 내며 노래를 부를 리 없었을 내가,

그 노래를 신나게 불러젖혔던 기억이 난다.

껄껄 깔깔 웃으며 번지던 그 버스 안의 웃음꽃도...

30년이 훌쩍 지났어도 기억이 난다.


나중에 MT 사진이 인화되어 과사무실 앞에 걸렸을 때

(그 시절엔 사진을 과사에 걸어두고, 사진을 신청할 사람이 사진밑에 이름을 기록했다. )

선배와 내가 함께 찍힌 우연한 사진을 나는 물론 신청했다.

여름이 시작되고 있었고, 내 웃음도 참 풋풋했더라.


" 서로를 잘 안다고 느꼈었지,

  그래서 사랑이라 생각했어~

  너무 멀지 않은 곳에 있어줘.

 언젠가 나는 네게 말할 거야~ 사랑한다고~~ "




유승범 - 질투 (youtube.com)



질투    03:00


넌 대체 누굴 보고 있는거야

내가 지금 여기 눈앞에 서있는데

날 너무 기다리게 만들지마

웃고 있을꺼라 생각하지마

많은 것을 바라지 않아

그저 사랑의 눈빛이 필요할 뿐야

나의 마음 전하려 해도

너의 눈동자는 다른 말을 하고 있잖아

서로를 잘 안다고 느꼈었지

그래서 사랑이라 생각했어

너무 멀지 않은 곳에 있어줘

언젠가 너는 내게 말 할꺼야

사랑한다고



이전 08화 기억의 습작 : 전람회, 1994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