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노래의 특징은 서두가 길다.
인트로가 몇 바퀴 돌고 나서야 비로소 노래가 시작되곤 했다.
아이고 노래는 언제 시작하는 거야~ 싶어지는 옛날 라떼의 노래들.
MZ는 길고 지루한 걸 못 참는다나.
그래서 요즘 노래의 인트로는 길면 안된단다.
그리고 너무 진한 감정도 부담스럽단다.
담백하게 툭 건네는 노랫말. 그게 MZ들 노래라더라.
1995년에도 인트로 없이 시작된 획기적인 노래가 있었다!
- 너를 품에 안으면~ 힘겨웠던 너의 과~거를 느껴~~
애절한 락발라드로 사랑받았던, 내지르는 첫 소절이 매력이었던 노래.
컬트의 너를 품에 안으면.
내가 대학을 졸업하던 해. 1995년.
어찌어찌 내가 사는 도시에 취업을 했고, 서툰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월급을 받는 재미와 지루하고 고된 시간을 견디는 일이 서로 팽팽히 견주던 시절.
그 일을 계속하는 게 과연 맞는 건지 항상 고민이 뒤따랐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을 수 있을까... 무거운 마음이 함께였다.
몸은 무리에 있어도, 마음은 외롭고 고독했다.
나는 아웃사이더도 인사이더도 아닌 사람으로 경계에 있다 생각했다.
그 피로도가 무척 심했다.
생각해 보니 그건 그때도 지금도 마찬가지.
내가 가진 성향인 걸 지금에서야 알게 된다.
내가 해보지 않은 경험들을 하나씩 해봐야 하나?
낯선 일을 숙제처럼 도전해보기도 했다.
주말마다 회원을 모집해서 떠나는 산악회에 망설임 끝에 신청했다.
소백산 비로봉에 다녀오는 일일 등산객 모객.
낯설고 어색한걸 잘 못 견디는 내가 처음 만난 사람들 틈에 섞여 버스를 탔다.
등산도 못하면서 낯선 사람들 틈에 섞여 포기하지 않고 힘들게 올라간 소백산 정상.
정상에서 쉬는 동안 몸을 못 가눌 만큼 바람이 불어, 거의 울고 싶었던 심정.
아웃사이더로 떠난 내 모험은 그 세찬 바람으로 기억에 남아있다.
안전하게 하산하는 일만이 나에게 숙제였을 것이다.
일행이 있지만 모르는 타인들이다.
그러니 끝까지 방심하지 말고 안전하게 잘 내려가야 한다.
산을 내려와 안내소가 보이는 곳에 다다랐을 때,
안내소에서 때마침 기가 막힌 타이밍에 울려 퍼지던 그 노래.
"너를 품에 안으면~ 힘겨웠던 너의 과~~ 거를 느껴~~"
힝... 뭐야, 울고 싶어 지게.
잘 내려왔다는 안도감과 함께 뇌리에 남은 컬트의 노래.
그 후로 어떤 곳에서든, 그 노래를 들을 때면
그 시절 소백산 안내소 앞에 다다른 내가 소환되었다.
스스로 도전하고 익숙하지 않은 것을 해낸 나의 작은 성취.
두려움을 이기고 산을 다 내려와서 느낀 안도감.
그날의 성취가 훗날에 의미가 있었는지는 모른다.
낯선 도전과 안도감.
컬트의 그 노래가 다시 떠올려주는 그 생경한 느낌.
젊었던 나의 방황을 복기시켜 주는 노래.
내게 추억의 명곡이다.
If I hold you in my arms (너를 품에 안으면) (youtube.com)
너를 품에 안으면 4:41
너를 품에 안으면 힘겨웠던 너의 과거를 느껴...
이제는 더 이상 흔들리지 마..
널 지켜야 해
이제 너를 안으면 너를 사랑하는 나를 느끼네
흘려왔던 너의 눈물까지도..
떠나버린 그 사람을 굳이 애써 지우려 하지마..
네가 사랑했던 만큼 기억속에 남겨두면 돼..
You're my lady
하지만 내 맘도
이렇게 말하긴 정말 쉽진 않았어
You're my lady
이제는 나에게 기대온 널 보면
내가 미워지는데
이제 너를 안으면
나를 믿고 있는 너를 느끼네..
이제는 더이상 흔들려선 안돼
널 지켜야 해
이제 너를 안으면
너를 사랑하는 나를 느끼네
흘려왔던 너의 눈물까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