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uno Jun 04. 2024

산책 : 백예린, 2021

그 사람이 그리워지는 노래

그 친구를 많이 좋아했다.

일 년에 한두 번, 남편 친구의 와이프로 만나 마음으로 친구가 된 사이.


참 좋은 사람이구나 여러 번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 친구이기도 한 남편 친구 녀석이 참 장가를 잘 갔구나... 생각했다.

10년 전도, 그 후도 한결같은 그 부부를 보는 건 항상 흐뭇했다. 친구를 만나면 좋은 거울에 나를 비추듯, 나를 비추었다. 내 모습도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좋았으면 하고 바라게 만들었던 친구.


볕이 한참 뜨거운 가을이 시작될 무렵,

친구가 하늘로 떠났다.

친구가 마지막 투병을 시작하기 전 몇 해 동안,

밝은 모습으로 몇 번을 더 보았다.

그게 그렇게 고맙고도 좋았다.


친구와 영영 이별하던 날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묘역에는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가 오르골로 울리고 있었고, 그녀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인사를 했다. 

그녀는 18년간 그녀와 함께 살았고, 그녀보다 몇 달 먼저 하늘로 간 반려견 OO와 함께 가족묘에 안치되었다. 그 모습은 남은 이들에게 깊은 안도와 깊은 슬픔을 함께 주었다.

생전에 그녀가 좋아하던 꽃을 가져와,

이제야 이 꽃을 선물해서 미안하다며 목놓아 울어주는 이가 있어 보기 좋았다.

나는 그런 정답고 로맨틱한 장례식을 처음 보았다.

정다운 그녀에게 아주 잘 어울리는 예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해, 같은 달에.

백예린의 이 노래가 나왔다.

그냥, 들었더니 그 친구가 생각났다.

그냥, 들을 때마다 그 친구를 그립게 해 주어 좋았다.

들을 때마다 그리워서 눈물이 났다.


마음속에 그리운 이를 묻고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노래가 그리움을 몰고 오겠지.

다정한 슬픔이 위로를 건네는구나. 느끼게 하는 노래.


이한철의 원곡도 또 다른 감성으로 좋지만,

백예린의 이 노래는, 떠나간 친구를 그리워하던 그 시간을 떠오르게 한다.

가버린 사람을 그리워하는 것은 그 사람의 영혼을 외롭지 않게 하리라.






백예린 - 산책 / 가사 (youtube.com)


산책   3:26



한적한 밤 산책하다 보면

어김없이 생각나는 얼굴

반짝이는 별을 모아 그리는 그런 사람

좁다란 길 향기를 채우는

가로등 빛 물든 진달래꽃

이 향기를 그와 함께 맡으면 참 좋겠네

보고 싶어라 그리운 그 얼굴

물로 그린 그림처럼 사라지네

보고 싶어라

오늘도 그 사람을 떠올리려

산책을 하네

대기는 차갑게 감싸고

생생하게 생각나는 그때

안타까운 빛나던 시절 뒤로하고 가던

보고 싶어라 그리운 그 얼굴

물로 그린 그림처럼 사라지네

보고 싶어라

오늘도 그 사람을 떠올리려

산책을 하네

따뜻한 손 그리고 그 감촉

내가 쏙 들어앉아 있던 그 눈동자

그 마음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사랑을 주던 그가 보고 싶어 지네

그리운 그 얼굴 물로 그린 그림처럼 사라지네

보고 싶어라

오늘도 그 사람을 떠올리려 산책을 하네

오늘도 산책을 하네

오늘도 산책을 하네






이전 10화 너를 품에 안으면 : 컬트, 1995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