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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o May 20. 2024

내사랑 내곁에 : 김현식 6집, 1991

나는 91학번입니다.

나는 91학번이다.

군대에서 복학한 88학번 선배들과 학교를 함께 다니고 나란히 졸업한 학번.


운이 좋았다 해야하나.

입학하면서부터 선배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다.

여자 선배 남자선배 가릴것 없이 예뻐해주시는게 나의 자존감에도 영향을 주었다.

나도 사랑받을만한 사람인가보다... 하고.

아니면 알아봤을 수도 있다.

내 정서가 그들과 잘 어울릴만한 애라는걸 알아봤을 수도 있지.


대학에 입학하고 어버버 3월을 보내며

과대표가 된 아이가 지목한 어리바리 부대표가 되었다.

그래봐야 고등학교 부반장 역할에서 더 커진 것도 없었지만,

선배들과 더 빨리 친해지고 학교생활에 적응하는데에는 분명 도움이 되었다.  


김현식의 앨범이 그 해 1월에 발매되고, 큰 히트를 치면서

3월의 대학가에는 어디에서나 그 노래가 울려퍼졌다.

그 시절 최신 유행곡은 가게마다 밖으로 내놓은 스피커에서도 계속 나오고 있었기 때문에...


이 노래는 그 시절을 함께 활보했던 나의 동기이며 내 첫 남사친인 사람.

과대표였던 그 녀석을 떠오르게 하는 곡이다.

특유의 퇴폐미가 느껴지는 괄괄한 허스키보이스 김현식의 매력이 물씬 담겨있는 곡.

남자애들이 쓸쓸한 척 매력발산을 위해 따라부르기에 딱 어울리던 그런 노래이다.

그러니, 그때말로 똥폼을 잘 부리던 내 친구에게 잘 어울린 노래이기도 하다.


담배를 한대 피워도 꼭 폼을 재고 멋을 부려 피우던 아이.

무슨 얘긴가를 할때면 꼭 뜸을 들이고 시간을 벌어서, 자기 생각을 잘 드러내지 않던 녀석.

공강 시간이 비면 주로 둘이서 잘 놀고 다녔는지, 나중에 들어보니 쟤네 둘이 사귄다더라... 하기도 했다던

나와 어울린 첫번째 소문의 주인공이다.

아. 가장 중요한 건 나를 집에 자주 바래다 줬다.

집이 학교와 가까워서 걸어다녔지만, 해가 지고 나면 혼자 걸어가긴 좀 음침했다.

늦은 밤 내 하굣길 메이트.

조잘조잘 얘기도 잘하고, 얘길 잘 들어주기도 했지만, 넌 어떠니? 내게 엉뚱한 질문도 자주 해주던 친구.

그 든든함이랑 고마움에 이제껏 너를 추억하는지도 모르겠다.


1991년 대학의 캠퍼스.

선배들과 무리지어 있는 곳엔 주로 녀석과 내가 함께 있었다.

어쩌면 선배들에겐 풋풋해서 사랑스러웠던 새내기 커플이었을 수도 있겠다.

뭐, 아님 말고~~!


후문 뒤에 자주가던 밥집 앞에서 울려퍼지던 김현식의 노래.

참 울려퍼지기에 좋은 노래구나... 그 날 따라 생각이 들었었지.

우리 모두 함께 흥얼거리며 그 노랠 따라불렀고.

그때 누가누가 함께였는지는 가물가물하고, 니가 그 자리에 있던 건 확실히 기억이 나.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킬 절절한 바이올린의 선율로 시작하는 도입부.

휘파람을 곧잘 노래를 부르던 네가 떠오르는, 오늘의 노래야.





김현식 - 내사랑 내곁에 (youtube.com)


내사랑 내곁에 - 04:27


나의 모든 사랑이 떠나가는 날이

당신의 그 웃음 뒤에서 함께 하는데

철이 없는 욕심에 그 많은 미련에

당신이 있는 건 아닌지 아니겠지요

시간은 멀어 집으로 향해 가는데

약속했던 그대만은 올 줄을 모르고

애써 웃음 지으며 돌아오는 길은

왜 그리도 낯설고 멀기만 한지

저 여린 가지 사이로  혼자인 날 느낄 때

이렇게 아픈 그대 기억이 날까

내 사랑 그대 내 곁에 있어 줘 이 세상 하나뿐인 오직 그대만이

힘겨운 날에 너 마저 떠나면 비틀거릴 내가 안길 곳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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