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세상 모든 이의 쉼

세상 모든 이의 평온을 바라는 밤

by Suno

갱년기를 지나며 불면증을 몇해 겪어보니,

세상 고통 중에 불면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알아버렸다.

다시 찾아오는 잠이 들지 못하는 밤엔 커다란 두려움이 미리 앞섰다.


그 후로는 조금씩 의연해져, 잠과 싸움을 멈추고

모든 사물이 잠들어있을 한밤의 거실로 나와

마치, 기습적인 검문인 양 사물을 휘휘 돌아본다.


때론 달빛이 휘엉청 사위를 밝히고 있기도 하고

(그렇게나 밝은 빛이 비추다니 꽤나 놀랍기도 하고)

잠들어 있던 사물들이 낯설게 눈에 익숙하다.

밤의 시간에 나온 엄마를 반기려

잠에 취한 멍멍이가 비척비척 꼬리를 흔들며 다가온다.

작고 따수운 존재를 가만 품에 안고 어둠 속의 창밖을 본다.


창밖엔 잠들지 못하는 불빛이 간간이 밝혀있지만,

빛의 스위치를 꺼둔 세상은 고요하고 안전해보인다.

어두운 저 세상에 사람들이 쌔근쌔근 잠들어 있다는 생각이

내 맘에 위로가 되어주는 밤.

저 멀리 다른 도시에 잠들어 있을 나의 딸들에게도

평안한 쉼을 기도하게 되는 밤.


자기만의 쉼을 가질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은 얼마나 큰 위로인가.

세상 모든 이들이 모든 스위치를 끄고 휴식할 수 있길,

세상 모든 이들이 자기만의 쉼터가 있길,

세상 모든 이들에게 평온이 있길 바라는 밤.

모든 쉼에는 공평하고 평등한 평화가 있길 바라는 밤이 된다.


내 품 속 멍멍이도 자기만의 쉼터로 돌아가 남은 잠을 청하고 싶으리.

오늘 밤 내게도 남은 잠이 허락된다면...

나만의 쉼터에 몸을 뉘여본다.

밤의 평화가 내게도 다시 찾아오길 바래본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이 희망을 겪으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