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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오후 여덟 시의 마음

유한한 행복

by Suno

토요일 이른 아침.

동네 카페에 앉아 커피를 한잔 머금었다.

여전히 물러날 기색이 없는 한여름 햇살이 카페 안으로 비춘다. 밖의 날씨에 아랑곳없는 카페의 공기는 향긋하고 쾌적하다.


주말의 혼카페. 흡족한 평온함 속에 뭔가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드는데...

이 마음, 뭘까?

흘러가는 창밖의 풍경을 보다 곧바로 이유를 바로 알아채버렸다.

아. 오늘은 금요일 오후가 아니고 토요일 오전이구나 ㅜㅜ

가장 신나는 금요일 오후로부터 이미 꽤나 지나쳐버렸다구. 곧 일요일이 올 것만 같잖아.


일주일을 잘게 분절해서 나눠놓았을 때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콧노래가 절로 나오는 시간은 금요일 오후 여덟 시.

퇴근은 했고 주말이 내 뒤로 한참 남아있고

아무 계획이 없어도 어떤 계획이 있어도 마음이 여유롭고 느긋한, 너무나 확실한 해피타임 아닌가.

(반대로 분절된 시간 중 이상하게 애가 닳는 시간은 일요일 오후 여섯 시. 뭔가 점점 더 억울해져 )


인간의 본질은 죽음으로부터 비롯된다는 철학자들의 이야기가 이처럼 모든 이치에 공식처럼 들어맞는다.

모든 것들에 끝이 있음은 그것의 본질을 더욱 선명하게 만든다.

일주일이 끝나는 지점과 시작점이 있기에 일주일 중 가장 신나는 시간과 서운한 시간이 명확해진다. 우리는 그만큼이나 간사하다. 겨우 일주일이라는 짧게 반복되는 주기에도 말이다.


내 삶은 반복되는 일주일의 주기와는 물론 다르게 유한하다. 그럼에도 죽음이라는 삶의 끝이 있기에 한 번뿐인 삶에 최선이 무엇일까 선량하게 고민하는 것이리라.

내 삶의 본질에서 금요일 오후 여덟 시와 같은 최고의 시간은 언제였나? 푸르고 아픈 청춘은 지나온 지 오래지만 후회는 없으니 괜찮아.

그래도 그리워할 순간도 꽤나 많았음에 감사해.


하지만 내 인생에 일요일도 아직 오지는 않았어.

나에겐 아직 향유할 즐거움이 남아있다구.

유한한 즐거움이 오히려 애달픈 진가를 발휘하게 될지도 모르지.


이 여름의 끝자락에 선듯한 바람을 만나게 될 때,

나는 계절이 주는 익숙한 행복을 다시 누릴 테지.

아.

토요일이 아직 다 가지 않았다.

이번 주도, 내 인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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