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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o Nov 29. 2023

칭찬이 만드는 새 길

그 길을 지금 가고 있어요

국민학교 때(저 라떼입니다), 방학이면 언제나 글짓기 숙제가 많았다.

방학을 마치고 개학을 하려면 밀린 글짓기며 일기를 쓰느라 잠을 설칠 만큼...

그때 선생님들은 왜 그렇게 숙제를 많이 주셨나요? ^^


방학 숙제로 낸 글짓기를 본 선생님께서, 앞으로도 꾸준히 글을 써서 검사를 맡으라고 하셨다.

요즘말로 츤데레 선생님이셨나? 글짓기 아주 잘했네! 이런 칭찬이 아닌, 앞으로도 꾸준히 글을 써보자.

용케 그 얘기가 칭찬인가? 싶은 얘기로 알아들었는지 선생님의 지도대로 꾸준히 글을 써서 보여드렸던 기억이 난다.

- (중략) 이후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 되었다.라고 하면 얼마나 좋았을까?! -

보통 작가들은 저런 서사 뒤에 그런 결말이 있을 텐데, 나의 결말은 아니다.

나는 작가가 되지 않았다.


내게서 별 다른 달란트를 발견하지 못했기에,

자라는 동안 특기와 취미 칸엔 내가 적어 넣을 수 있는 게 별로 없었다.

(라떼는) 그런 애들이 빈칸을 채워 넣을 수 있는 게, 독서와 글짓기였다.

흔히 독서와 글짓기라 써넣으면 ' 할 줄 아는 게 별로 없는 애구나'로 번역되었기 때문에,

빈칸을 독서와 글짓기로 메꾸려면 내 빈곤을 들키는 것 같아 번번이 망설여졌다.


그럼에도 중고등학교 때도 동아리 활동으로 문예반에 들었고,

그런 경험치로 '글쓰기'는 적어도 내가 나를 표현하는 수단이 되어주었다.

말보다는 글로 나를 표현하는 게 더 익숙했고, 글 속에는 진짜 나를 담아낼 수 있었다.


그러다 얼마 전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삼고초려였던가.

세 번을 낙심하고 네 번째에 브런치 작가가 되셨다는 알림을 받았을 때 많이 기뻤다.

내 글을 쓸 공간이 생겼다는 기쁨. 누군가는 내 글을 읽어주겠구나 하는 기쁨.


먼먼 옛날, 앞으로도 꾸준히 글을 써보자. 하셨던 선생님의 말을 나는 따랐다.

선생님께 보여드릴 일이 없는 글들이었지만, 주로 나를 달랠 때 글을 썼다.

기쁠 때보다는 슬플 때, 밝은 기운일 때보다는 어두워질 때면 글을 썼다.

나는 작가는 아니었지만,  

글을 쓰면서 나를 달랠 수 있는 어른이 되었다.


진심이 담긴 칭찬을 마음에 담으면, 새로운 길이 하나 생겨난다.

그 칭찬이 누군가를 대로로 이끌 수도 있겠지만, (진심 부럽지만)

작은 샛길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언젠가 저 길로 가봐도 되겠지? 나에게 작은 길이 하나 있다는 걸 마음에 품게 된다.


내가 글을 써 볼 수 있는 사람으로 자랄 수 있도록 칭찬해 주셨던 선생님. 감사합니다.

선생님의 칭찬이 외롭고 지칠 때마다 저를 살렸어요.

아무도 안 보는 곳에 글을 쓰면 숨이 좀 쉬어졌어요.

제게 작은 길을 내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나의 진심 어린 칭찬이

누구에겐가 닿아서 작은 길이 되길 소망한다.

그럴 수 있다면 나는 조금 더 좋은 사람이 될 것 같다.

그 길이 어느 날의 그 사람에겐 휴식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나에게 그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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