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과 함께 서귀포
16일 차!
약을 맞게 바르자 여전히 가렵, 따갑지만 입가가 좀 좋아졌다. 약간 빨간 마스크처럼 벌어져있는 상태이긴 하다. 아이고..
그래도 그 이상한 연고 바르고 누렇게 딱지가 졌을 때보다는 훨씬 낫다고 본다. 어제 좀 쉬고 그냥 나을 때가 되어 나은 건가?
오늘은 8시에 그냥 일어나긴 했지만 일어나서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빨래만 좀 개어두었다.
또 경옥고를 먹고 오늘 해먹을 제주돼지고기를 친구들이 남기고 간 한라산 소주에 재우고 콜라도 붓고 가져온 오레가노와 바질 후추를 열심히 넣어 재워둔 후
엄마에게 외할머니 및 가족들의 주소를 받고(귤을 보내기로 했기에)
어제 사온 빵과 헤이즐넛 커피를 우걱우걱 먹고 다른 지역 숙소들을 구경하며 빈둥대다가 12시 반쯤 너무너무 졸려서 오늘도 몹시 좋은 서귀포의 바다 반사빛을 피해 침대 옆 구석에서 3시 반까지 계속 잠을 잤다.
낮잠을 그리 오래 잔 게 진짜 너무나 오랜만이더라.
커피를 너무 많이 마셨는지 위가 좀 쓰린 채로 일어났지만. 4시까지 비몽사몽인 채로 있다가 카톡을 하고 A랑 놀 계획을 세우다 보니 4시 40분이 되어 배가 고파서 고기 요리를 시작했다.
아무 대책 없이 고기를 한라산 소주와 향신료에 재워뒀기 때문에 좀 망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위가 쓰려 따뜻한 국물을 먹고 싶단 생각이 들어 재워둔 물에서 고기를 건져 새로운 물에 담고 열심히 끓였다.
나름 제주 제주 국이니까 귤도 즙을 짜서 넣고 끓이다 보니, 오랜 시간 재워둬서 그런가? 싫어하는 돼지 냄새도 전혀 안 나고 적절히 단 맛도 나고 향신료 향도 좋고 생각보다 너무 맛있었다. 뭔가 적절히 일식 같으면서도 퓨전 같은 맛이 나는 국이 이미 완성되어서 당황하고 행복했다. 뜻밖의 수확.
그래서 그 국을 일부 다른 냄비에 옮겨서 가져온 미소된장국과 샐러드 토핑 중 양배추를 넣어서 국을 만들고, 일부는 내일 나도 좀 먹거나 A가 오면 좀 해줘도 좋을 거 같아서 남겨두었다. 또 고기 몇 점은 건져서 어제 가져온 샐러드 거리 위에 귤과 치즈와 치즈 냄새 잡을 헤이즐넛 커피가루 약간과 함께 토핑 했다.
고기도 야들야들한 게 진짜 신기하다. 앞으로 이렇게 해서 고기랑 갈치까지 맨날 해 먹어야겠다. 고기는 작은 한 팩 같았는데 양도 꽤 많고 기운이 나면서 위가 안 아팠다. 사 먹는 것 대비 고기도 훠얼씬 많고 내가 좋아하는 부위라 너무 맛있었다. 약간 몸국 같은 느낌의 맛이 나서 참 좋았다. 과언니들이랑 갔던 우진 해장국에서 먹은 몸국이 참 너무 맛있었는데 위가 아프니까 그런 음식이 딱 먹고 싶었다.
베란다에 있던 테이블을 아예 침대 옆으로 옮겼기 때문에 거기서 아름다운 석양을 바라보며 밥을 먹고 친구들에게 자랑도 했다.
너무 배가 불러서 좀 쉬다 보니 좋은 분위기에, 부가 서비스 신청한 후 처음으로 디즈니 플러스로 영화도 보고 싶어져서 설거지를 하고 식사를 마무리한 후 영화를 틀었다.
인스타그램에서 봤던 추천목록 중 500일의 썸머를 봤는데. 내가 바라던 상큼한 느낌이 아닌 씁쓸하고 찜찜한 엔딩이었다. 지금도 찜찜해
영화를 다 보고 귤을 먹고 있으니 오랜만에 온 분이 상담을 신청하셔서 대략 40분 정도 상담을 하고. 그러고 또 글을 쓰다 보니 상담이 들어와서 방금 20분 하고 지금 그 새에 국을 또 끓이고 20분 이따 마저 상담을 할 차이다.
임용도 미뤄져서 일을 본격적으로 해봐야 하나?
법원직 시험을 준비해볼 거면 지금 상황이 어찌 유지하는 게 유리해서 좀 생각을 해봐야겠다. 그동안 새로운 분들이 많이 오셨는데 오늘은 오시던 분들의 반가운 방문이 휴식 뒤에 있는 하루다. 20분 마저 상담하고 와야지.
오늘 빈둥대면서 나름 가고 싶은 숙소도 찾아서 굉장히 뿌듯하다. 비용을 대폭 절감하진 못했지만 여기보다 좀 더 잘 꾸며진 방인데 20일부터 딱 4주 충분히 가능하고 거기도 바닷가였어! 구좌읍 쪽. 가끔 돌고래도 나온대 세상마상. 여기보다 좋은 방이 있을까 싶었는데 방도 더 깔끔하고 이쁘고 아기자기해서 너무 좋다. 당장 예약하고 싶었지만 내일 즈음 다시 생각해보고 예약을 걸려고 한다. 결국 또 탕진인데 이게 좋은 기회라는 생각과 이번이 아니면 이런 시간이 없다는 생각이 있어서 + 4주 하면 비용도 비슷하고 하루 이틀 더해도 괜찮아서 예약을 할 것 같다.
친구에게 소개받은 분께 조금은 죄송하지만 지금은 이 순간이 좀 더 중요하다.
사랑은 아직 뜻대로 안 풀리지만 사랑을 굳이 제일 중요시 여기는 나의 어떤 마음을 내려놓으라는 게 아닐까. 사실 아직도 포기가 잘 안 되어 이렇겠지만. 그 외에는 너무나 행복한 삶이 아닌가 하고
오늘도 태양에 너무너무 눈부시게 부서지는 바다별들을 바라보며 마음이 너무 아련하더라. 이런 순간 흔치 않겠지.
처음으로 서귀포에 나중에 집 짓고 살던가 별장식으로라도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이 더 강해졌다. 노년엔 여기서 따뜻하게 늙어 죽어도 괜찮을 것 같다. 카페도 하고 공연장도 조그맣게 하고 돈만 좀 잘 벌어서 말이야. 그걸 위해 난 또 힘을 낼 수 있겠네! 좋은 인생
언니들이랑이랑 친구들과의 여행기는 오늘 못 썼다. 너무 피곤했어 왜 이리 바빴지? 별로 한 게 없는데 또 쓰다 보니 한 일들이 많다. 신기한 일이야. 벌써 11시 17분이라언니들 및 친구들과의 여행기는 내일 폴댄스 끝나고 대략적으로 뭐했는지만 간단히 정리하고 A를 맞이해야 한다. A는 밤 비행기로 오니까 저녁에 와서 정리해도 되긴 하지만.
일단 웰컴 기프트로 마늘바게트만 사놔야겠다. 진짜 귤까지 사고 숙소 예약 생각하면 내 통장은 망한 것.
A랑 놀러 다니면 또 많이 쓸 텐데.
뭔가 계획한 글을 못 쓰고 자서 찜찜하다. 아직 잠이 안 오니 대략 정리하다 자야지.
오늘은 정말 아무 데도 안 가고 열심히 쉰 좋은 쉼이었다. 보람찬 하루!
오후 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