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괜찮은 여행*17]

사랑을 담아, 애월 5일 차 2021.12.24

by 천백희

크리스마스 이브이다.

이전보단 덜 신경 쓴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나름 이브니까

오전엔 요가 수업도 듣고 밥도 맛있는 걸 먹고 카페에 왔다.

요가 수업은 힐링명상센터 1층 건물 구석에 있어서, 거기다 시작 15분 전쯤엔 닫혀있어서 처음엔 몹시 당황스러웠는데 들어보니 뭔가 더 제대로인 요가 수업이었다.

수업시간도 50분 이 아닌 20분 스트레칭 후 1시간 수련의 본격적인 코스로 짜여있어서 서울의 어떤 요가학원보다도 체계적이었다.

수업 중간중간 소리나 싱잉볼 등을 사용하여 마음이 샤르르르륵 녹는 느낌의 수업은 정말 처음이었다.

어떤 악기에서 그런 환상적인 소리가 났나 궁금해서 찍어온 사진

스트레칭을 하고 동작 몇 개를 하는데 선생님께서 너무 잘한다고 선생님이신가 보다 하셔서 아니라며 웃었지만 그동안 해 온 운동이 꽝은 아닌 것 같아서 굉장히 기분이 좋았다.

물론 못한 동작들도 많다. 특히 요가식 물구나무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맨날 벽에 주먹구구로 벽에 머리 대고 했더니. 새로운 방식으로는 되지 않았다. 선생님께서 물구나무가 되실 텐데 하셨는데, 확실히 선생님은 전문가가 맞다. 물구나무되는데 그 방법이 아닐 뿐…

마지막엔 베개를 허벅지에 받치고 이불을 목뒤에 깔고 사바하사나? 자세로 거의 반 자면서 다른 생각 하다가 선생님이 자잘한 실로폰 같은 소리가 나는 걸로 샤르륵 깨우는데 그때 진짜 신선한 충격을 받아서 (나중에 열심히 찾아보니 차임벨이라는 악기였다.) 여기서 3달 수련하시는 분들은 진짜 좋겠다 싶고 부러웠다. 수업이 너무 알차고 좋아 31일이나 1월 1일도 새해맞이 수련으로 나가고 싶다. 1회에 3.5라는 가격이지만 여기 와서 듣고 갈 만한 수업이 맞는 거 같았다. 진짜로 영혼이 깨어나고 치유받는 느낌이 든 건 수업받으면서는 처음이 아니었나 하고.

요가원의 내부 전경
나오는 길. 입구쪽은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다.

수업을 듣고 너무 즐거운 마음으로 밥을 먹으러 갔다. 이전에 언니들이랑 갈까 했던 텐동집이었는데 걸어가면 충분히 나오는 곳이었다. 수업장소에서 약 15분인가 걸려서 바다를 보며 걸어갔더니 꽤 깔끔한 일식집이 나왔다.

다시 걸어서 밥을 먹으러 간다.
이브의 바다.

직원분들도 다 루돌프 장식이랑 옷을 입으셔서 너무 귀여웠다. 가격은 조금 비쌌지만 굉장히 정갈하고 화려하고 푸짐하게 한 상이 나와서 우걱우걱 먹다가 돈가스 두 조각정도는 남겨두고 왔다고 한다.

메뉴판
외부엔 작은 호수가 있다. 호수가 보이는 자리에 앉았다.

이브에 좋은 명상에 식사까지 대접받으니 너무 기분이 좋아져 또다시 걸어서 카페로 왔다. 부대낄 정도로 배가 불러 조금은 힘들었지만 그럼에도 찾아뒀던 ”담쟁이“라는 카페에 왔다.

토마토바질청이라는 신기한 음료를 팔고 비트로 만든 떡로플? 도 너무 귀여운데 배가 너무 불러서 토마토 바질청만 시켰다. 카페는 인테리어도 신경 써서 소소하면서도 한옥 제주식 집과 어우러져서 상당히 아늑하고 포근하면서도 섬세했다. 음료도 토마토 청 위에 라벤더 얼음인듯한 파란 장식이 위에 그러데이션 되어 있어서 영롱했다.

오늘은 모든 일정이 성공이다.

“담쟁이” 카페 귀여운 메뉴판
이름도 색도 신기영롱한 토마토 바질 에이드

요가 수업이 9시 50분이라 조금 일찍 나오느라, 또 배까지 부르니 너무 졸렸지만. 좋은 음료를 마시고 소화가 되고 상담도 한 건 가볍게 뛰고 나니 상큼해졌다.

카페에서 시킨 이 메뉴도 서울에서도 못 먹어봤던 메뉴라서 너무 신선하고 오늘 하루가 제주에서 만의 특별한 선물 같은 하루였다.

입가가 또 찢어지려고 해서 오늘은 무리해서 멀리 안 가고 주변만 좀 걷거나 잠깐 놀다가 들어갈 생각이다. 저녁엔 상담받으러 오셨던 분이 선물로 주신 치킨쿠폰을 쓸 예정이다. A의 아이디어에 따라 크리스마스엔 크리스마스 초+ 집의 조명들+ 쿠키로 영화 보면서 편하게 하루를 보내볼까 한다. 크리스마스라고 밖에 나가면 붐비기만 할 테니. 편하게 쉬면서 떠오른 글들도 좀 정리하고 따뜻하게 하루를 보내면 좋을 것 같다. 들어가는 길에 편의점 커피라도 한 잔 테이크아웃해서 집에서 편히 보내야지 카페에서 나서선 일단 편의점에서 성냥과 초를 꼭 사고(제발..!) 바닷가를 열심히 걷다가 테이크아웃해서 집에서 쉬면 딱 좋겠다.

늘 궁금했던 기념품 가게에서 여러 기념품들도 구경했다.
너무나 귀여운 한라봉 초

오늘 요가학원에서도 같이 수업 듣는 분 남편분이 연애시절 때 크리스마스가 예수 태어난 날인데 왜 다른 사람이 난리라는 이야기를 했다며 그게 아직도 생각난다고 하시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크리스마스가 별 건가


원래의 난 이런 기념일에 따라 기분을 꼭 타던 사람인데. 2년간 다져진 나는… 별 생각이 없어. 아직도 물론 이브라고 요가수업 듣고 좋은 걸 먹는 걸 보면 뭔가 아직은 있지만. 혼자가 익숙한 연말이었다고 한다.


소개받은 B군도 오늘은 일하러 갔대. 그래도 접때 보냈던 쿠폰과 카드가 갔으니.

나름 행운템인 나의 카드로 조금이나마 기분이 좋으시길 바라며. 이만 또 간다.

내년엔 더 밝고 행복한 별이 뜨기를 바라며. 올해의 이브도 이렇게 지나가고 있네.

어느 크리스마스나 이브보다 혼자이지만 외롭지 않은 즐겁고 행복한 날.

앞으로 내게 펼쳐질 날들을 한없이 기다리고 또 기대하며.


E는 다행히 이런 시즌을 많이 타는 친구는 아니지만

어제 남자 친구랑 헤어졌다고 힘들어해서 맘이 아프다…


오후 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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