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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구루마

11 소구루마

by 김호진

할아버지가 들에 나갈 때는 늘 소구루마를 끌고 나가셨다.

구루마는 소에 멍에를 씌우고 틀 앞쪽에 두 가닥의 채를 따로 붙인 다음, 이를 소 등에 얹은 길마에 연결해서 소가 몸으로 끌게 되어 있다.


할아버지께서 구루마를 마당 가운데 놓고 멍에를 내놓는 것을 보면 나도 할아버지를 따라 들어갈 준비를 했다.

외양간에서 소가 끌려 나와 구루마 앞에 서면 할아버지는 멍에를 얹고 구루마를 연결했다. 이때는 할머니께서 나오지 않으면 안 되었다. 양쪽에서 동시에 걸어서 연결해야 했다. 나는 아직 키가 작아서 들어 올릴 수 없었다. 설치가 끝나면 나는 얼른 구루마에 뛰어올라 할아버지 뒤에 앉았다. 할아버지는 구루마를 끄는 최고의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 편안하게 앉아서도 소가 정확하게 길을 가도록 할 수 있었다. 오른쪽 왼쪽 그다음 제자리에 서기 등 할아버지의 '이랴'와 '워' 그리고 고삐를 사용하여 소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게 만들었다.

돌아오는 길은 항상 내가 고삐를 잡고 할아버지는 옆에서 지켜보며 여유롭게 앉아 있었다. 짐을 많이 실은 날은 나는 뒤에 걸터앉아 올 때도 있었다.


어느 가을날이었는데 할아버지와 함께 볏단을 구루마에 가득 실었다. 높다랗게 쌓은 볏단 위에 올라갔다. 따로 앉을 곳이 없었다. 소는 천천히 움직이기 때문에 좀 흔들려도 떨러 질 염려는 없었다. 그런데 할아버지께서는 지게에 볏단을 높이 쌓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구루마에 더 얹을 수 있는데도 지게에 볏단을 쌓아 지게를 지고 소를 몰았다. 나는 구루마 위 볏단에서 기어 내려왔다. 할아버지께서 무거운 지게를 지고 소를 몰고 가기 때문에 내가 소 고삐를 잡았다. 지게를 진 할아버지는 무거운 볏단에 둘러싸여 다리만 보였다.


집에 도착하여 뜰에 볏단을 가지런히 올렸다. 멍에를 벗은 소는 외양간으로 들어가 식은 쇠죽을 먹었다. 지게를 세우고 나오는 것을 보면서 나는 할머니께 할아버지께서 오늘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할머니께서는 당연하다는 듯 표정을 지으며 웃으셨다.


"얘야 소는 우리가 아끼는 가축이란다. 소도 힘들겠지 하루 종일 일만 하다가 집에 오는 길에 또 무거운 짐을 싣고 오게 하는 것이 할아버지는 미안한 것이었단다. 그래서 좀 나누어 가지고 온 것이란다."


할머니의 아버지도 늘 그렇게 소를 아끼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고 했다. 외양간으로 가니 소는 아는지 모르는지 여물을 먹다가 쳐다보았다. 소는 알았다는 듯이 큰 눈망울을 껌뻑이고는 고개를 흔들면 먹었다. 그래도 나는 할아버지께서 다리와 허리가 아픈 것이 걱정이 되어 지게지는 일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할머니께 말씀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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