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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호진 Sep 19. 2023

황금률

산사에서 180일

황금률



새벽하늘이 갈라지기 직전 은은하게 배어 나오는 청자색을 나는 좋아한다. 

날마다 다른 색으로 찾아오는 해가 뜨기 전의 하늘은 자연의 신비함과 경이로움으로 하루를 시작하게 만든다. 


오늘 오전 산책은 법당 뒷산으로 정했다. 뒷산은 높지 않지만 경사가 심하고 길이 없었다. 산 중턱의 가지가 휘어진 고목아래에 이르자 솔향기가 코 끝을 간지럽혔다. 숲이 속살을 드러내면서 가느다란 오솔길이 실처럼 꼬불꼬불하게 나타났다. 고라니 가족이 방금 지나갔는지 까만 콩 같은 배설물들이 흩어져 있다. 가늘고 길게 자란 굴참나무 위에는 딱따구리가 정신없이 '딱딱딱' 소리를 내며 숲을 흔들었다. 


언덕 위에서 보는 산사는 고즈넉하고 평화롭다. 산사는 붓다의 마음처럼 번뇌가 사라지고 텅 비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가부좌를 틀고 앉아 명상에 잠긴 붓다의 얼굴이 떠 올랐다. 붓다가 스스로 고난의 길을 걸으며 그토록 이르고자 했던 곳은 어디였을까? 니르바나! 



붓다가 살던 시대에 대륙의 중심에 터를 잡은 중국에서는 공자라는 사람이 어지러운 세상을 바꾸어 보려고 여기저기 기웃거렸다. 2,500여 년 전 공자가 살던 시대는 난세였다. 나라는 제후국으로 산산조각 나 있었다. 

제후들은 세력을 확장하기 위해 전쟁도 불사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상대를 무너트리기 위해 속임수와 비열해지는 것에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오늘의 의형제가 내일은 적이 되는 일이 부단히 계속되었다. 공자는 이러한 무질서의 원인으로 주왕조의 몰락과 함께 옛 질서가 무너졌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사람들은 의례를 지키지 않았다. 예禮를 버리고 자기 이익만을 추구했다. 


공자는 이러한 세상을 바꾸기 위해 덕德과 연민을 결합하여 타인을 사랑하라는 인仁 사상을 널리 권했다. 

인을 실천하는 방편으로 공자는 


'내가 원하지 않는 바를 남에게도 베풀지 말라'는 말을 했다. 
(己所不慾 勿施於人)


이 말은 지금도 올바른 인간이 가져야 할 덕목으로 내세우고 있는 황금률이 되었다. 

내가 싫어하는 일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지 말아라.


공자는 사람들에게 자기 내면의 성찰을 요구했다. 자신의 깊은 곳을 들여다볼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다른 사람에게 바르게 행동할 수 있다고 보았다. 다른 사람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태도는 남의 마음을 내 마음처럼 헤아릴 줄 알아야 했다. 



공자는 자신을 알아주는 군주를 찾아서 13년 동안 천하를 돌아다녔다. 공자가 주유천하를 하면서까지 그토록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권력욕이 아니었다. 오로지 백성이 행복하고 서로 사랑하며 아끼는 좋은 나라를 만드는데 기여하고 싶었을 뿐이다. 공자는 그런 나라를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던 성인이다. 안타깝게도 당시 세상은 그를 알아볼 여유가 없었다. 모두 자기중심적이고 나만 옳고 다른 사람은 그르다는 인식이 팽배한 시대였다. 나와 내 나라를 위해 다른 사람 다른 나라는 희생되어도 상관없다는 생각은 공자를 더욱더 정치에 참여하고 싶게 만들었을 것이다.

 

그 길은 고난이었다. 군주와 사람들을 변화시킬 수 있는 기회를 얻지 못했지만 지난한 삶의 과정에서 고난에 굴복하기보다 고난을 통하여 더 큰 성장으로 자신을 변혁시켰다.  


내 마음속에 공자는 혁신가이자,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 하고자 분투노력한 사람 중의 한 사람으로 남아있다. 그는 굳건한 의지로 자신의 의지대로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갔다. 전쟁과 폭력이 난무하는 시대에 그는 사랑, 인仁을 외쳤다. 세상의 모든 유혹에서 자신을 지켰으며 도리에 맞지 않는 일을 보고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어리석은 자들을 깨우쳐 주려고 했다.


 


추운 계절이 되고 나서야 비로소 소나무와 잣나무가
시들지 않는다는 것을 알 듯이
세상이 다 흐려졌을 때 비로소 깨끗하고 맑은 사람이 드러나는 법이다. 


세상은 부와 사회적 지위와 권력을 중시하고 정신이 고귀하고 맑은 마음을 가진 사람을 알아보는 지혜를 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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