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 혼자 남은 자의 주제 없는 시시콜콜
시간이 없다. 브런치를 하고 싶은데 텀이 안 난다. 점심시간 끝나기 9분 전 부랴부랴 로그인했다. 주제도 글감도 없다. 프리스타일이다. 이렇게라도 해야 스트레스가 해소될 것 같다.
오늘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뇌는 쉴 수가 없다. 육아, 일에 집중하다 보면 언제나 풀가동이다. 이런 몸뚱이를 만난 내 안의 장기들이 불쌍하단 생각도 든다. 걔들은 언제쯤 리프레시할 수 있을까? 살면서 나는 100% 충전된 상태를 만나볼 수 있을까? 누가 봐도 "찢었다"라고 할 만큼 최상의 퍼포먼스를 일상에 펼쳐놓을 수 있을까?
그렇게 오늘도 징징댄다. 주제 없이 글을 쓰려다 보니 결국은 징징대는 얘기뿐이다. 에라이. 내 실력을 한탄한다. 그렇게 '징징-한탄-자괴감' 삼각지대에 갇혀 오늘도 스스로를 구석으로 몰고 간다.
생각해 보면 그게 내 삶의 동원(動原)이다. 나는 칭찬받을수록 더 잘하는 스타일이지만, 나 자신에게는 가혹하리만큼 혹독하다. 언제나 칭찬은 미뤄둔다. 남의 칭찬은 날 춤추게 하지만, 그걸 듣기까지는 스스로를 끊임없이 몰아붙인다. 내면에 쏟아내는 처절한 비판이야 말로 나를 행동하게 한다. 그래서 주제 없이 쓰는, 이 솔직한 글에서 징징댈지언정 아름다운 연출, 감성적인 미사여구 사용, 그럴듯한 포장 따위 하지 않는다.
슬슬 사람들이 점심을 먹고 들어온다. 사무실의 적막이 깨지는 순간이다. 그들의 대화 소리는 소음까진 아니지만 내 달콤한 휴식의 끝을 알리는 일종의 '알람'이라는 점에서 썩 달갑진 않다. 이내 굳게 닫힌 내 입이 열린다. "식사 맛있게 하셨어요?" "뭐가 맛있던가요?" "바깥 날씨는 춥죠?" 틀에 박힌 얘기지만, 이 질문이 가진 힘은 막강하다. 뭐, 뻔한 얘기지만 우리네 인간관계는 그런 스몰토크에서 비롯되는 법이다.
그들이 뭘 먹었고, 어떤 얘기를 나눴고, 바깥 기온과 오늘 입은 드레스 코드의 상관관계에 관한 브리핑이 펼쳐진다. 우린 웃었고 감정은 공유됐다. 점심시간은 그렇게 아스라이 사라지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