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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ever Sep 13. 2022

맥주 한잔이 생각나는 최고의 안주

이제 뻔한 치맥은 잊자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시원한 맥주 한잔이 생각난다면 배부를 걱정 없이 가볍고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안주를 소개한다. 단, 한 잔으로 끝나지 않을 확률이 높으니 주의할 것.





귀하디 귀한 국내산 쥐치포

삼천포 쥐치포

삼천포 일대에서 주로 잡히던 쥐치는 못난 생김새 때문에 어부들에게 버림받던 생선이다. 그러다 일제강점기 조미술로 생선을 간해 말리는 일본의 어포 기술이 전해지면서 한때 남해에만 쥐치포 가공 공장이 100여 곳에 이를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 남획으로 국내산 쥐치가 자취를 감추면서 지금은 베트남산이 국내 시장의 90%를 장악했다. 살집이 얇고 조미료 맛만 강한 시중의 쥐치포는 죄다 베트남산이다.


다행히 얼마 전부터 쥐치가 한반도 바다에서 다시 잡히기 시작했는데, 쫄깃하고 담백한 회 맛 덕분에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1970년대 호황을 누리던 삼천포의 쥐치포 공장 중 지금까지 살아남은 곳에서 국내산 쥐치포를 만들고 있다. 크고 살집이 두껍고 붉은색이 도는 삼천포 쥐치포는 살짝만 구워도 비린 맛이 전혀 없고 씹을수록 고소하면서 단맛이 나 깔끔한 맥주와 찰떡궁합이다. 찜통에 살짝 쪄 청양고추를 송송 썰어 얹은 마요네즈 간장 소스를 찍어 먹어도 일품이다.






청정 바다가 준 선물

울릉도 오징어

씹을수록 고소한 마른오징어

마른오징어 표면에 묻어 있는 하얀 가루의 정체는 타우린이다. 이는 간의 해독 기능을 돕고 혈압을 내려주는 기능을 하는 성분으로, 오징어를 최고의 술안주로 치는 이유다. 단, 한 마리당 200kcal가 넘으니 다이어트 중이라면 아무리 맛있어도 적당히 먹을 것.


오징어는 10~12월 사이 조업이 활발하다. 주로 동해안에서 잡히는데 구룡포·주문진·울릉도산이 유명하다. 특히 울릉도는 극동에서 손꼽히는 오징어 어장으로, 밤새 잡은 선어를 빠른 시간에 자연 건조해 신선하고 살이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다.


오동통한 식감의 피데기

마른오징어의 딱딱함이 싫다면 피데기를 추천한다. 피데기는 겨울바람에 꾸덕꾸덕 말린 반건조 오징어. 수분을 남기고 말리는 경우를 전라도에서는 ‘삐들삐들 말린다’라고 하는데, 피데기는 이 말의 경상도 버전에서 유래했다. 마른오징어 보다 통통하고 식감이 연한 피데기를 맥주 안주로 즐기려면 기름 두른 프라이팬에 노릇하게 구워 마요네즈에 찍어 먹는 게 가장 맛있다. 은은하게 퍼지는 기름 향과 쫄깃함이 맥주의 쌉싸름한 맛과 잘 어울린다.






매콤 달콤한 고추장구이

뱅어포

사실 뱅어는 한자로 ‘白魚(백어)’라고 적는, 지금의 뱅어와 다른 어종이다. 우리가 먹는 뱅어포는 괴도라치 새끼로 만드는데, 그 모습이 실처럼 가늘다고 해서 ‘실치’라 불린다. 표준어로는 ‘설치’다. 진짜 뱅어가 멸종되면서 그와 비슷한 설치가 대안이 된 것. 뱅어는 원래 금강에서 많이 잡혔지만, 1950년대 말부터 화학공장이 금강 인근에 들어서면서 오랜 시간 공장 폐수에 노출, 1970년대 들어 완전히 멸종됐다.


뱅어는 멸치보다 3배, 우유보다 9배나 많은 칼슘이 들어 있어 ‘칼슘의 제왕’이라고 한다. 햇볕 좋은 곳에서 바삭하게 말린 뱅어포는 여름철 입맛을 돋우는 최고의 반찬이자 간식이다. 달달하면서도 바삭한 뱅어포 튀김은 먹을수록 자꾸 손이 간다. 고추장 양념을 발라 구운 뱅어포구이는 매콤 달콤해 맥주와 최상의 궁합을 이룬다. 특히 적당한 크기로 양념한 뱅어포를 잘라 냉동실에 살짝 얼리면 바삭한 식감이 더해져 씹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바삭한 피와 촉촉한 소의 절묘한 조화

군만두

군만두의 고소한 맛과 바삭한 식감은 맥주와 더없이 잘 어울린다. 두부와 부추, 돼지고기 소가 만들어내는 풍부한 육즙 덕분에 소스를 찍어 먹지 않아도 충분히 맛있지만, 고춧가루를 듬뿍 넣은 초간장에 찍어 먹으면 기름의 느끼함을 완전히 없앨 수 있다. 여기에 맥주 한 모금 들이켜면 뒷맛까지 깔끔하게 정리된다.


군만두는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앞뒤를 노릇하게 구워내면 그만인 간편한 음식이다. 프라이팬에 기름을 넉넉히 넣고 튀기듯이 구우면 과자처럼 바삭하게 부서지는 만두피가 맥주의 청량감과 잘 어울린다.


기호에 따라 정통 중국식 군만두를 조리해도 훌륭한 맥주 안주를 맛볼 수 있다. 우리는 만두의 양쪽 면을 굽는데 비해 중국식은 한쪽 면은 바삭하게 구운 후 프라이팬에 물을 부어 윗면을 스팀으로 촉촉하게 익힌다. 덕분에 찐만두의 쫄깃함과 구운 만두의 바삭함을 함께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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