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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ever Oct 06. 2022

광고인 남충식이 알려주는 기획 잘 하는 법

'기획주의자' 이노션 국장 인터뷰

‘고수의 생각’은 고수의 철학, 나아가 그들이 사고하는 방법을 뜻합니다. 즉, 각 분야 고수들의 사고법을 배워 우리네 삶의 방식을 바꾸는 게 이 인터뷰 기획의 핵심입니다.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으면 살면서 마주하는 생각의 지평이 넓어질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인터뷰에는 단순 신변잡기보다는 고수의 생각이 담깁니다.





나이 탓일까? 

세상은 늘 창의적인 생각을 원하지만 그때마다 아이디어가 번뜩이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베테랑 ‘광고쟁이’라면 그 답을 알고 있을까? ‘기획은 2형식이다’, ‘통찰력은 새로운 것을 보는 게 아니라 본질을 보는 것이다’ 등의 명강의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남충식 이노션 국장을 만나 물었다. 오랜기간 창의적 감각을 유지하는 비결에 대하여.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뒤 바로 광고업계에 뛰어든 남충식 국장은 SK텔레콤, 소니, 피자헛, 모토로라, 네슬레, 팬택, 현대자동차 등 내로라하는 기업의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기획은 2형식이다> 등 베스트셀러를 펴낸 작가이자 인문학 강연자, 인디 뮤지션으로서 쉴 틈 없이 바쁜 날을 보내고 있는 그는 “어느 정도 나이가 찬 중년이야 말로 기획자로서 전성기의 시작”이라며 이 시대 중년에게 “기획적 사고를 하라”고 주문한다. 우리가 그렇게 찾아 헤매던 참신한 아이디어와 기획적 사고는 무엇이 다른 걸까?



Profile 남충식

광고 기업 ‘이노션’ 국장

<기획은 2형식이다> 저자




‘기획주의자’라고 자기소개를 하는데, 어떤 의미인가요?

세상에 기획자는 많아요. 일상에서도 기획이 필요하기에 누구나 기획자라고 보면 됩니다. 기획자의 개념은 그런 데서 출발하죠. 같은 개념도 다르게 보이도록 임팩트 있게 소개하는 것이 기획자의 역할이에요. 그냥 기획자라고 하면 재미없어 보여서 ‘기획주의자’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소개하면 사람들이 ‘아, 조금 다른 기획자구나’ 하고 받아들여요.


기획주의자라는 단어는 ‘기회주의자’를 조금 비틀어 사용한 것뿐이에요. 기회주의자라는 단어는 다들 알고 있으니까, “저는 기회주의자는 아니고 기획주의자입니다. 이런 말 못 들어보셨죠?”라는 식으로 타인에게 나를 알릴 때 강한 임팩트를 주고자 기획했습니다.(웃음)


누구나 기획이 필요하다는 말인가요?

좋은 기획이 좋은 세상을 만든다고 믿어요. ‘인류가 여태껏 발전한 건 기획을 통해서’라는 철학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 인생 자체가 기획해서 살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하다못해 연애도 기획입니다. ‘기획력’이라는 건 일을 꾀하는 능력인데, 인간은 일을 하며 보람을 추구합니다. 그래서 일하는 사람은 모두 기획자인 것이지요. 직업이 없어도 무언가 자기만의 일을 하고 있으면 기획자입니다.


연애도 기획이라는 말은 무슨 뜻인가요?

기획력과 연애는 정비례한다고 확신해요. 주변만 봐도 연애 못하면 기획을 못하더라고요. 기획이란 늘 상대방을 생각하는 거예요. 상대에게 내 생각을 전달하고, 설득하고, 그 사람과 일을 도모하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일이죠. 반면 혼자 아무리 좋은 생각을 해도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지 못하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기획이라는 건 결국 타인의 공감을 얻어야 하는 것이고, 그 가장 극단에 있는 예가 연애라고 생각해요. 나랑 가장 다른 사람, 즉 남자는 여자를, 여자는 남자를 잘 설득해 원하는 바를 얻어내야 합니다. 이런 연애의 메커니즘이 기획과 똑같아요.


연애의 메커니즘을 이용한 기획 사례를 소개한다면요?

저처럼 40대 남자는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에 관심이 많아요. 사고는 싶은데 아내에게 허락을 받느냐 마느냐를 두고 갈등하죠. 플레이스테이션 광고는 이 점을 노렸어요. “허락보다 용서가 더 쉽다”가 당시 카피였죠. 아내에게 허락받기는 매우 어려우니 ‘일단 저지르고 용서를 구하라’는 메시지였습니다. 실제 광고를 보고 많은 남자가 결제했다가 아내에게 혼났다고 하더라고요.(웃음)



결국 기획은 ‘아이디어+방향성’이다.
아이디어만 있으면 그냥 생각에서 끝나지만,
거기에 방향성을 붙여 뭔가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게 기획이다.
생각만 하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



광고를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원래 꿈은 뮤지션이었어요. 중학생 때 대학가요제에 나온 무한궤도를 보고 꿈을 키웠어요. 하지만 ‘95 MBC 대학가요제’ 최종 예선에서 떨어지면서 밴드가 해산됐고, 처음으로 음악이 아닌 길을 고민하게 됐어요. 그게 광고입니다. 고등학생 시절, 신문에 ‘광고인은 재미있게 일한다’는 기사를 보고 언젠가 해보고 싶었어요. 저는 재미를 추구하는 쾌락주의자이기 때문에 재미있다고 하니 무조건 ‘이거다’ 싶었던 거죠. 밴드가 해산한 뒤 음악과 광고를 두고 진지하게 시뮬레이션한 끝에 음악으로는 먹고살기 힘들 것 같아 광고를 직업으로 택했습니다.


인생의 중요한 기로에서 ‘기획주의자’ 기질이 나온 건가요?

결핍에서 좋은 기획이 나온다고 생각해요. 기업으로 치면 매출이 극도로 좋지 않을 때 혁신적 기획이 나오는 셈이죠. 세계적으로 유명한 일본 아사이야마 동물원도 1990년대 초 망하기 직전까지 갔다가 투명 아크릴 터널을 제작해 관람객에게 새로운 감동을 주며 살아났고, 가수 윤종신의 ‘월간 윤종신’ 프로젝트도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가수가 살아야 하는 생존의 문제에 직면한 데서 나온 자구책이에요. ‘헝그리 정신’은 좋은 기획의 원동력이죠.


기획자와 아이디어 뱅크는 다른가요?

전혀 다르죠. 아이디어 뱅크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입니다. 아이디어가 넘쳐나는 스케치도 많이 남겼죠. 반면 에디슨은 기획자입니다. 다빈치처럼 스케치를 많이 했지만, 다빈치가 스케치만으로 끝났다면 에디슨은 스케치한 걸 실제로 만들고 회사를 차려 사업까지 벌였다는 점이 다릅니다. 기획의 ‘끝판왕’은 사업을 기획하는 것이고, 그보다 상위 레벨은 나라를 기획해 건국하는 것이에요.


창의적 아이디어보다 기획이 더 중요한가요?

아이디어는 누구나 낼 수 있어요. 2007년에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기획해 세상에 선보였을 때 모두가 놀랐어요. 인터넷, 전화기, MP3를 합친 것이 혁신의 포인트였죠. 그걸 보고 어떤 이는 이렇게 얘기했어요. “나도 저런 생각했었는데?” 이런 사람은 아이디어 뱅크입니다. 하지만 잡스는 기획자라서 만들어내기까지 한 것이죠.


흔히 나이 들면 머리가 굳어서 아이디어가 없다고 생각해요.

그런 사람이라도 좋은 기획을 할 수 있을까요?

강연을 하다 보면 중년들에게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대부분 아이디어가 없다거나 창의적이지 못하고 재능이 없다고 고민하는 얘기죠. 그런데 제 생각은 다릅니다. 아이디어는 10대, 20대가 더 반짝일지 모르지만 기획력은 중년이 되어야 전성기를 맞아요. 기획은 아이디어와 다르게 인사이트, 즉 통찰력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통찰이라는 건 정보의 가능성을 더 많이 볼 줄 아는 것이고, 수많은 정보를 조직할 수 있는 능력이에요. 거기서 시사점을 뽑아낼 수 있는, 즉 뭔가 다른 가치를 만들 수 있는 힘이죠. 그런 인사이트는 경험이 중요하기 때문에 20대에 만들어지기 힘들어요. 결국 기획자로서는 4050이 전성기입니다.



마흔 살을 ‘두 번째 스무 살’이라고 했어요.

스스로 중년의 삶을 그렇게 기획한 것인가요?

저는 삶을 기획하기보다 일상을 기획합니다. 쾌락주의자로서 지금 이 순간 행복해야 하기에 매일 기획해요. 그런 제게 ‘두 번째 스무 살’은 이벤트 개념이었어요. ‘마흔’이라는 나이는 상징적이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마흔을 ‘불혹의 나이’, ‘진중해야 하는 나이’라고 이야기해요. 이런 얘기는 1970~1980년대에나 통했죠. 지금의 마흔은 청년입니다. 그래서 두 번째 스무 살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성년의 날을 마흔 살에 하자는 캠페인은 뭔가요?

지금의 스무 살과 성년의 날이 처음 시작되었던 1920년대의 스무 살은 전혀 다릅니다. 과거 스무 살은 독립운동을 했을 만큼 어른이었지만, 지금은 철이 들지 않은 나이예요. 시대가 달라졌으니 성년의 날 기획도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를 지금은 마흔 정도가 되어 불러야 공감이 갑니다. 그만큼 시대가 바라보는 나이가 바뀐 것이죠. 이제 점 잖빼는 마흔이 아니라 새로운 스무 살, 인생을 더 즐기는 나이, 이제부터 전성기라고 생각하자는 취지에서 새로운 관점을 모색해본 거예요.


노력만 하면 모두가 ‘두 번째 20대’를 맞을 수 있을까요?

물론이죠. 내가 속한 세대가 딱 ‘X세대’인데, 우리에게는 자유분방한 에너지가 있었습니다. ‘나중에 우리가 40~50대 기득권이 되면 정말 크리에이티브하고 멋지게 살 거야’라고 다짐했었죠.


하지만 지금 주변 친구들을 보면 대개 이전 세대와 비슷한 길을 가고 있어요. 그런 친구들을 보면 “누구나 재미있고 크리에이티브하게 삶을 기획할 수 있다. 한번 해보자”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지금의 40대는 과거 X세대이지 않나. 달라야 합니다.


앞으로의 삶은 어디까지 기획해두었는지 궁금해요

원래 <기획은 2형식이다>를 시리즈로 낼 생각이었어요. 후속작이 이미 나왔어야 했죠. 워낙 바빠 책을 못 내고 있지만 조만간 마무리 지을 예정이에요. 그 외에 에세이도 준비하고 있어요.


그리고 앨범도 꾸준히 낼 생각이에요. 첫 책을 출간할 때 ‘썸네일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싱글 앨범을 같이 발매했는데, 그 앨범이 책의 목차이기도 합니다. 애초에 책과 앨범을 같이 내는 프로젝트였어요. 이와 함께 북 포럼과 미니 콘서트를 같이 하는 기획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물론 현실은 시간이 없어하다 말다를 반복하고 있지만, 그래도 내 삶이니 계속할 거예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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