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뇌와 취기에 갇혀
행운이었다.
여름이라는 게 무색할 정도로 어둑한 하늘, 흩날리는 비. 울창한 토끼풀 사이에 빛나던 클로버 한 송이를 꼭 쥐었다.
언덕에서 바라본 하늘은 높고 맑았다. 두 뺨을 어루만지는 밤공기는 그날의 윤슬을 더욱 빛냈다. 스산스러운 도시의 분주함은 잊은 채 감상에 젖었다.
고생했다며 나를 토닥이던 와인은 여전히 그 달콤함을 뽐낸다. 언제든 취해도 괜찮다는 듯.
맞닿은 두 손 사이에 피어난 붉은 장미 한 송이. 이내 그 결 따라 자리하는 무지개.
걱정이란 없었다. 나란히 앉아 형형색색의 술에 젖어 서로를 탐했다.
뜨거운 태양에 응했다. 흐르는 땀을 씻어냈다. 그날의 온기는 차마 지워지지 않는다.
손가락을 감쌌던 약속은 갈 곳을 잃었다. 외로이 남겨진 흰 흔적은 슬프지만 아름답다.
다신 없을 행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