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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모밍 May 03. 2021

다이어터가 밀가루를 피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

그거 밀가루로 만든 거잖아, 밀가루는 가급적 피하려고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말들이다. 다이어터뿐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꽤 많은 사람들이 밀가루 음식을 멀리하는 걸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왜 밀가루를 피하는지 이유를 물어보면 정작 정확한 이유 없이 '그냥 밀가루라서 몸에 나쁘다'라고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하다. 과연 밀가루가 그렇게 몸에 나쁜 음식인 걸까? 나쁘다면 왜 나쁘고, 얼마나 안 좋길래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밀가루를 피하는 걸까? 특히, 다이어트할 때는 꼭 피해야 하는 걸까?



핏테이블 매거진을 많이 읽어본 분들이라면 답을 이미 알겠지만, 다이어트할 때 절대 먹어선 안 되는 음식이라는 건 없다. 밀가루도 마찬가지로 많이 먹으면 살찌고, 적게 먹으면 살 빠지는 음식 중 하나에 불과하다. 


다들 알다시피 밀가루는 기본적으로 탄수화물 덩어리다. 그런데 놀랍게도 단백질의 함량이 약 10%를 넘어갈 정도 영양 조성이 나쁜 편이 아니다. (다만, 밀가루 단백질 자체의 질은 낮다) 식습관 특성상 탄수화물 섭취량이 많은 한국인에게, 밀가루는 좋은 식재료다. 만약 밀가루 자체가 나쁜 재료였다면 전 세계인들이 주식으로 삼지도, 삼을 수도 없었을 것이다.


#밀가루를 싫어하는 이유

그렇다면 밀가루가 이렇게 천대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밀가루의 단점 첫 번째로 꼽히는 글루텐에 대해 얘기해보자. 서양으로 여행 다녀온 분이라면, 웬만한 음식점과 마트마다 GLUTEN FREE 코너가 있는 걸 보셨을 거다. 그만큼 외국인들은 글루텐에 대해 민감한데, 과연 글루텐이 뭐길래 이렇게 피하려고 하는 걸까? 


분명히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서도 “글루텐? 그거 몸에 나쁜 거잖아! 먹으면 안 돼!”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글루텐은 밀가루 속 단백질 중 하나인데, 글루테닌과 글리아딘이라는 단백질이 합쳐져 있다. 이런 글루텐은 밀가루 반죽을 끈끈하게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한다. 


쫄깃쫄깃한 맛을 주고, 가스를 머금어 빵을 부풀리는 것도 글루텐의 역할이다. 글루텐이 많으면 강력분, 글루텐이 적으면 박력분이 된다. 근데 간혹 가다 글루텐이 스프루, 셀리악병 등 각종 소화 장애를 유발하는 경우가 있다. 


이들은 만성적인 소화 장애 중 하나로, 영양소를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고 설사를 보는 증상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셀리악병으로 진단된 환자는 극소수다. 애초에 동양인은 셀리악병을 유발하는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 극히 드물다. 


반면, 서양에선 셀리악병 관련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 3~40%에 달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당연히 서구 국가에선 GLUTEN FREE 관련 시장이 24조 원에 달할 정도로 성장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한국인이 셀리악병을 걱정하는 것 자체가 괜한 걱정인 셈이다. 우리나라에서 밀가루를 먹은 지가 무려 50년이 넘어간다. 이제 와서 인종이 바뀐 것도 아니고, 밀가루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빈약한 이유다. 


심지어 요즘은 셀리악병과 같은 소화기 질환의 원인이 밀가루 자체가 아니라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GLUTEN FREE 제품은 단백질인 글루텐 함량이 낮아진 만큼, 탄수화물과 당류 함량이 높은 경우도 많다.


물론 가루 형태로 먹기 때문에 쉽게 과식할 수 있다는 것은 단점이지만, 다르게 보면 다양한 형태로 조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기도 하다. 밀가루에 대한 갑론을박이 치열하지만, 다이어트와 밀가루 음식은 우리가 그렇게 걱정하는 만큼 큰 관계는 없다. 


그럼 밀가루를 끊었을 때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났다고 말하는 수많은 후기들은 뭘까? 이들이 유의미한 결과라고 얘기하기 위해선 다른 변인들이 통제된 상태에서, 딱 한 가지 요인만 바꿨을 때의 결과를 봐야 한다. 일상생활, 특히나 식습관에선 그런 엄격한 통제의 실험을 진행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 


‘밀가루’ 자체 때문에 악영향이 나타날 가능성은 영양학적으로는 적다. 밀가루 음식에 많이 들어간 첨가물이나 각종 다른 재료들에 알레르기가 있던 것일 수도 있고, 맛있고 중독적이다 보니 자꾸 먹게 되어 살이 찌는 것이다. 


앞으로는 애꿎은 밀가루를 너무 싫어하지 말고 적당히 먹되, 다이어트를 위해서는 내 다이어트 칼로리에 맞춰 먹는 습관과 영양소가 한쪽에 너무 치우치지 않도록 균형 있는 식단대로 먹는 연습을 해보자.


오늘 저녁에 빵을 먹으면 나는 살이 찔까 빠질까? 궁금하다면, 핏테이블에서 알아보기



원고: 핏테이블 안동현 영양사/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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