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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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하늘을 깊게 닦아낸 푸른 거울입니다
그 거울 속에
성성히 박힌 구름의 그늘까지
밝게 비추어 주시니
오늘은 한없이 고요해집니다
낙엽은
슬픔의 바람에 흩날리며
떠다니는 작은 시체 같다가도,
다시 햇살에 부서지며
빛나는 조각이 됩니다
빈 가지는
비워냄의 기쁨으로
하늘을 품고,
나는 조금씩 가벼워집니다
제 삶도 이 계절처럼
불필요한 욕심을 내려놓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걷게 하소서
그리하여
가을의 투명한 빛 안에서
사랑 하나, 감사 하나를
더 깊이 새겨
겨울로 나아가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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