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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D.D.C. 03화

D.D.C. 여름의 심장

EP.03

by 이다연


한여름의 홍대는 마치 뜨거운 심장처럼 쿵쿵 뛰고 있었다.
하늘은 짙은 남청색으로 기울고 있었고, 거리 위로 퍼지는 네온빛은 저마다의 색으로 사람들을 유혹했다.
가게 앞에서는 음악이 흘러나오고, 사람들의 웃음과 대화가 리듬처럼 뒤섞였다.


거리 곳곳에 자리 잡은 푸드트럭에서는 달콤하거나 매콤한 냄새가 풍겨 나와, 발걸음을 느리게 만들었다.

벽을 타고 흐르는 그래피티는 누군가의 외침이자 젊음의 낙서였다.
공공의 시선에선 종종 불법이라 불리지만, 이곳에선 하나의 언어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온갖 색의 선과 면이 뒤엉켜 있는 그 그림들은 마치 이 거리의 정체성을 말하는 듯했다.

자유롭고, 거침없고, 찬란하게 충돌하는 순간들.


그 한복판, 조그마한 광장처럼 열린 거리에서는
비보이와 비걸들이 둘러싸인 채 음악에 맞춰 몸을 던지고 있었다.
지면을 박차는 발끝, 허공을 가르는 팔동작, 그리고 공중에서 짧은 정적을 가르는 스핀.
환호와 박수가 쉴 새 없이 터졌다.
지켜보는 이들의 눈은 빛났고, 웃음은 퍼져나갔다.


그 장면을 바라보는 두 소녀가 있었다.
한 명은 검은 생머리를 어깨 아래로 길게 늘어뜨렸고,
다른 한 명은 짧은 단발머리에 밝은 에너지를 담은 눈을 갖고 있었다.
진달래와 방울.

진달래는 넋을 놓은 듯 무대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마치 거기서 들리는 음악이, 그들의 춤이,
자신이 잃어버린 무언가를 불러오는 것처럼.

그 옆에서 방울은 웃고 있었다.
진달래의 얼굴을 보며, 그 감정이 그대로 자신에게도 전해지는 듯 미소 지었다.


“가자,”
목소리는 맑고 따뜻했지만 방울이 아쉬운 듯 말했다.

진달래는 마지막으로 무대를 한 번 더 바라보았다.
“응…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공연에서 시선을 거두기까지 몇 초가 더 걸렸다.
그러고는 짧게 한숨을 내쉬며, 발걸음을 옮겼다.


두 사람은 사람들 사이로 걸어 들어갔다.
불빛, 음악, 바람, 사람들의 목소리…
모든 것이 그들의 뒤를 따랐다.


무대는 여전히 흥겨웠고, 거리엔 여름의 열기와 젊음의 숨결이 퍼져 있었다.

그날의 장면은, 두 소녀의 마음속 어딘가에 오래도록 남게 될 것이다.
마치 그들의 여름도 이제 막 시작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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