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5. 압구정, 어느 여름날의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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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요란하게 울려 퍼지는 압구정 가로수길의 한 카페. 진은 표정없이 핸드폰 게임을 하다가 지루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활기찬 거리와 가로수길이 그의 모습과 대조적이었다. 이토록 분주한 거리 한복판에서 그는 이유 모를 공허함을 느꼈다.
“뭐 재미난 일 없냐? 심심한데 농구나 하러 갈까?” 까무잡잡한 피부에 큰 눈이 신경질적으로 반짝이며, 진이 혼잣말처럼 말했다. 그때 가게 문이 열리고 친구들이 하나둘 들어섰다.
“여기 있었구나, 진!”
먼저 들어온 준철이 반갑게 손을 들었다. 재민과 동혁도 음료를 주문하며 수선스럽게 앉았다.
진이 웃으며 말했다.
“그래, 이제 농구하러 가자. 다들 기다리고 있잖아.”
“너희들 학원 갈 시간 아니야?”
준철이 슬쩍 웃으며 물었다.
“두 시간쯤 남았지. 농구 한 판 때리고 가면 되겠네,”
진이 어깨를 으쓱였다.
마른 체격에 피곤해 보이는 눈을 가진 재민이 고개를 저었다. “덥고 귀찮아. 난 패스.”
“왜? 재미있겠는데?”
운동광인 동혁이 끼어들었다.
“너나 가라, 새꺄,”
재민이 퉁명스럽게 대꾸하자, 동혁은 웃음을 터뜨렸다. “미친놈.”
그때 준철이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야, 농구 말고 딴 데 가자. 지난번에 갔던 클럽 기억나냐? 거기서 들레 봤었잖아.”
진의 표정이 잠시 흔들렸다.
“들레?”
“그날, 달래가 술에 취해 울고불고 난리 치던 날 말이야,” 준철이 회상했다.
재민이 진의 눈치를 보다가 뭔가 말하려다 말고 입을 다물었다.
“뭔데? 왜? 들레가 왜?”
준철이 다그치자, 재민은 고개를 저었다. “아냐. 별거 아니야.”
“말하다 마는 거 제일 치사한 거 알지?”
준철이 투덜거리자, 동혁이 분위기를 전환했다.
“됐고, 배고픈데 뭐 좀 먹고 가자.”
“또 쳐묵 타령이냐. 따라올래면 오고, 말래면 말아,”
동혁이 웃으며 일어섰다.
진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멀리 못 가. 대장 전화 오면 바로 튀어야 해. 걸리면 D진다.”
“걱정 마. 여기서 15분 거리도 안 돼,”
준철이 자신 있게 말했다.
재민은 여전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물 안 좋으면 알지?”
“G랄. 따라와, 새꺄. 못생긴 게 제일 밝히긴.”
준철이 웃고,
“내가 너보단 낫지, 미친놈아.”
재민이 받아쳤다.
한 여름 밤의 열기와 거리의 분주함 속에서, 그들은 카페를 빠져나왔다. 진이 앞장서고, 친구들은 농담을 주고받으며 시끌벅적하게 뒤를 따랐다. 거리의 소음과 사람들의 발걸음 위로, 그들의 웃음소리가 더해지며 한여름 오후는 더욱 활기를 띠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