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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D.D.C. 06화

D.D.C. 민들레

EP.06. 민들레

by 이다연


카톡, 카톡…

메시지의 진동이 신경질적으로 울린다.

민들레는 자기도 모르게 어깨를 움츠렸다.

휴대폰을 바라보며 그녀는 이미 내용을 알고 있다는 듯 눈을 감았다.


“왜 전화를 안 받아요?
자꾸 이런 식이면 곤란해요.
오늘까지 8개월 월세,
55만 원 × 8 = 440만 원
새마을금고 / 90022159425880 / 최ㅇㅇ
2시까지 꼭 입금하세요.”


‘어쩌란 말이지…’
그녀는 숨을 들이마시고 식은 믹스 커피에 손을 뻗었다.

고작 200원짜리 커피지만, 지금 그녀에겐 고양이의 목숨 같은 생명수였다.

그러나 이미 미지근해진 커피는 아무런 위로도 되지 않았다.


컴퓨터 모니터엔 구직 사이트 창이 열려 있다.
"바로 근무 가능자 우대 / 주휴수당 없음 / 유류비 미제공…"
늘 보던 문구.
지친 듯 그녀는 마우스를 내려놓고 전원을 꺼버렸다.


시계는 1시 12분.

‘2시까지.’
시간은 점점 빠르게 달려가고 있었다.

그때, 그녀의 눈에 들어온 것은 테이블 위의 병원 서류봉투.
봉투 위에 찍힌 병원의 로고와 낯선 의료 용어가 그녀의 시야를 잡아당겼다.
“자궁 종양 의심, 정밀검사 요망”

“이게 지금 중요한 게 아니야…”

들레는 애써 눈을 감고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이미 귀 속에서는 ‘종양’, ‘의심’, ‘정밀검사’라는 단어가 메아리치며 그녀의 생각을 잠식하고 있었다.


휴대폰 화면을 다시 켰다.
₩37,920원
그녀가 가진 전 재산.

다시 카톡.


“언니… 혹시 이번 달도 힘들어?
엄마 입원비 때문에 나도 여유가 없어. 미안해.”


문자 하나가 바람처럼 그녀의 방 안 온도를 떨어뜨렸다.

민들레는 무릎을 안고 몸을 구부렸다.
이 작은 방 안에선 울 수도, 소리칠 수도 없었다.

그녀는 자신에게 물었다.

'내가 지금 있는 여기가 바닥이면,
이보다 더 아래는 어디일까?'

한참을 그대로 있던 그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휴대폰을 들어 올렸다.

‘일일 룸알바 / 긴급 당일 지급 / 조건만 맞으면 바로 가능’
선명한 빨간색 텍스트.
예전에는 스크롤을 넘기며 지나쳤던 광고였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광고를 클릭하기 직전,
그녀는 자신을 바라보았다.

눈썹 아래의 그림자, 입술 끝에 남은 지워지지 않은 립스틱 자국.
그리고 텅 빈 지갑과, 점점 더 가벼워지는 몸.

한참을 망설이다,
그녀는 화면 하단의 ‘연락처 복사’ 버튼을 눌렀다.


1시 47분.

그녀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내가 스스로 선택한 거야. 누구의 잘못도 아니야.”

눈앞이 살짝 어두워졌다.
하지만 그녀의 눈빛은 맑았다.
오히려, 결심이 섞인 담담한 눈빛이었다.

민들레는 가방을 챙기고 방문을 나섰다.

5월의 햇살은 화사했지만, 그녀의 그림자는 조금 더 짙고 길게 드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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