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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D.D.C. 04화

D.D.C. 창 너머의 시작

EP.04

by 이다연


압구정 가로수길은 홍대와는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거리 양옆으로 우거진 가로수들이 푸르름을 자랑하며 줄지어 서 있고, 고급스러운 부티크와 세련된 카페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각양각색의 화려한 간판들이 거리를 밝히며 사람들을 유혹한다. 길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은 모두 패션에 신경을 쓴 듯 세련된 옷차림을 하고 있으며, 연인들이 손을 잡고 거닐거나, 친구들이 웃고 떠들며 사진을 찍는 모습들이 곳곳에서 보였다.


한쪽에는 고급 외제차들이 줄지어 주차하고, 거리에는 유명한 패션 매장들이 손님들을 끌어모았다. 곳곳에 배치된 벤치에는 사람들이 앉아 커피를 마시며 여유를 즐기고 있다. 거리의 음악 소리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경쾌하게 만든다. 길거리 공연을 하는 뮤지션들이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고, 지나가는 사람들은 잠시 멈춰 서서 그들의 음악을 감상했다.


음악 소리가 요란한 한 카페 안에서, 진은 무료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카페 내부는 모던한 인테리어로 꾸몄고, 진한 커피 향 베인 벽에는 유명 화가의 그림들이 걸렸다. 조명이 은은하게 빛나며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테이블마다 사람들이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커피 머신이 내는 소리와 함께 바리스타가 바쁘게 커피를 만들고, 손님들은 저마다의 시간을 즐기고 있다. 진은 게임을 하다가 지루해진 듯 한숨을 내쉬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가로수와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을 잠시 바라보다가, 핸드폰을 내려놓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카페의 유리창 너머로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오가며 활기찬 모습을 보였다. 압구정 가로수길의 활기와 세련됨 속에서, 진은 순간의 무료함을 느끼고 있었다.


진은 핸드폰을 내려놓은 채, 손바닥으로 턱을 괸 채 창밖을 바라본다.

무의미하게 하루가 지나갔지만,
거리의 활기는 여전했다.
가로수의 잎사귀는 바람에 흔들리고,
그 사이로 사람들은 각자의 속도로 걸어가고 있다.

그때, 어둠의 끝에서
진의 시야에 두 소녀가 들어왔다.

한 명은 알록달록한 스트라이프 티셔츠를 걸치고,
다른 한 명은 밝은 트레이닝 재킷에 머리를 높게 묶고 있었다.


익숙한 실루엣.
진달래와 은방울이었다.

둘은 손에 간단한 음료를 들고, 길가의 작은 건물 앞에서 멈춰 섰다.

간판도 눈에 잘 띄지 않는 그 건물은 언뜻 보기엔 평범한 스튜디오 같았지만,
진은 그곳이 **‘퓨처믹스’**라는 중소기획사 연습실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달래는 문을 열기 전, 방울에게 무언가 장난스럽게 말하더니 웃었다.
방울도 크게 웃었고, 둘은 나란히 문 안으로 들어갔다.

그 문이 닫히는 순간,
진의 안에서 무엇인가 조용히 끊어졌다.
아니, 어쩌면 —무언가가 다시 연결된 것 같았다.

그는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 계속하고 있었구나. 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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