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2 –" 민원왕을 웃겨라."
“서이나 씨.”
수간호사 박 팀장이 스케줄표를 보며 말했다.
“오늘은 아직 병동 적응 중이니까
간호실 주사기 정리랑 쓰레기통 비우고, 바닥 한 번만 쓸어주세요.
어렵진 않죠?”
서이나는 그 말에 잠시 고개를 갸웃하더니,
활짝 웃었다.
“아~ 네, 간단한 거죠! 알겠습니다~”
그렇게 대답한 서이나는
스마트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짧게 전화를 걸었다.
딸깍, 딸깍.
구두 소리와 함께 나타난 건…
중년 여성 두 명.
한 명은 장갑을 끼고, 한 명은 전문 청소도구 카트를 밀고 있었다.
마치 호텔 하우스키핑팀처럼 말끔하게 차려입은 그들은
서이나 앞에서 90도로 인사했다.
“서 간호사님, 도우미팀 도착했습니다.”
모든 간호사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박 팀장은 커피를 삼키다 뿜을 뻔했고,
동기 간호사는 주사기 바구니를 떨어뜨릴 뻔했다.
“이게... 뭐예요?”
“어머, 팀장님. 제가 신입이라 부족하니까
엄마가 도우미 선생님들을 보내주셨어요.”
서이나는 해맑게 웃으며 도우미에게 지시한다.
“저기, 주사기 구역은 플라스틱별로 투명하게 정리해 주세요.
쓰레기통은 항균 스프레이까지 부탁드릴게요.”
박 팀장은 말이 안 나왔다.
하지만 너무 어이없어서 화도 나지 않았다.
“서이나 씨... 여긴 병원이에요. 가사도우미 부르면 안 되는 곳입니다.”
“아, 맞다. 여긴 사설이 아니죠?”
서이나는 수첩에 적으며 중얼거렸다.
“‘병원은 도우미 호출 불가’… 체크체크...”
“수간호사님, 긴급상황 발생입니다.”
“무슨 일이에요?”
박 팀장이 눈썹을 찌푸린다.
“VIP병동 701호 조마 씨 환자께서...
물컵이 얇아졌다고, 다시 퇴원하겠답니다.”
그 말에 간호사실이 얼어붙는다.
전설의 민원왕, 조마 씨.
작년에는 병원 베개 커버에 ‘고운 색감이 부족하다’고 민원 넣고,
재작년엔 바나나 색이 ‘익음의 기준’과 다르다며 법적 대응을 검토했다는 괴담의 주인공.
그때, 누군가 툭. 간호사실 문을 연다.
“어머, 재밌는 일 벌어졌어요?”
샤랄라~
분홍빛 립밤, 반짝이는 눈매,
그 속에서 느긋하게 고개를 내민 건… 서이나.
“이나 씨, 지금 701호는—”
“아아, 민원왕 등장이군요.”
그녀는 수첩을 꺼내 휘리릭 넘긴다.
“조마 씨... 물컵 두께, 조도, 젤리 색깔 클레임 전적 총 14회.
보리차의 물결 방향이 마음에 안 들었던 날도 있네요.”
박 팀장의 입꼬리가 떨린다.
“그걸 왜 기록하고 있는 거죠...?”
“제가 누구예요. ‘감정관리 1타 강사’ 서이나잖아요?”
701호 병실
조마 씨는 팔짱을 낀 채 벽을 바라보고 있다.
“컵이 너무 얇아. 손에 잡히는 감각이 없어.”
간호사 둘은 얼어붙고,
서이나는 조용히 앞으로 다가가더니 말했다.
“고객님, 이건 얇은 게 아니라
투명하게 비치는 당신의 섬세한 감각을 반영한 거예요.”
조마 씨: “.... 뭐?”
“그리고 보리차의 물결은요.
환자님의 심장 리듬과 싱크 맞추는 힐링파동입니다.”
조마 씨: “... 지금 나 놀리나?”
“아니에요.
VIP란 ‘Very Irritated Person’이라는 뜻도 있잖아요.
그만큼 예민한 감각도 소중히 다뤄야죠.”
정적.
그리고…
조마 씨의 입꼬리가, 아주 조금 올라간다.
다음 날
조마 씨의 침대 옆에는
서이나가 직접 만든 손편지와 작은 진저티 한 병이 놓여 있다.
‘당신의 마음이 조금 덜 아프기를 바랍니다 – S.I.’
조마 씨는 그걸 들고, 살짝 고개를 끄덕인다.
그날 밤, 간호사실
“팀장님, 조마 씨 민원 안 들어온 거 실화예요?”
“... 오늘만큼은 진짜 기적 같네.”
“그러게요.”
서이나가 허리를 펴며 말한다.
“저 서이나, 사람도 웃길 수 있는 간호사랍니다.”
2화
[다음 이야기]
산모실에서 시작된 ‘아기 이름 논쟁’?!
“저 이 이름 싫어요!
우리 아기 미래가 걸렸다고요!”
서이나, 이번엔 ‘작명가’로 나선다?!
매주 목요일, 서이나가 출근합니다.
* 다음 회차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