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 메디컬 센터》

Ep.44. 아빠가 먼저 울었다

by 이다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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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2 PM — 분만실


아기가 태어났다.

짧은 울음.

그리고

작은 숨.


신생아 침대 위에서

아기의 가슴이 규칙적으로 움직인다.


4:03 PM


산모는 지쳐 있었다.

긴 진통 끝.


눈을 감은 채 숨을 고른다.


“아기….”

힘없는 목소리.

“괜찮아요?”

서이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아주 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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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4 PM


그때

누군가 훌쩍였다.

아주 조용한 소리.


산모가 눈을 떴다.

“누가….”


서이나가 고개를 돌렸다.

아빠였다.


4:05 PM


아빠는

아기를 보고 있다.

그리고 울고 있다.

“저….”

아빠가 말을 꺼냈다.

“… 제가 울어도 되는 건가요?”

서이나가 잠깐 웃었다.

“네.”
“오늘은 괜찮습니다.”

아빠가 코를 훌쩍였다.

“저….”

말이 자꾸 끊긴다.

“… 제가 아빠 맞나요?”

분만실이 잠깐 조용해졌다.


서이나가 말했다.

“네.”

잠깐 미소.

“아기가 방금 확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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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6 PM


아빠가 웃었다.

눈물 사이로.

“아….”
“… 그렇군요.”

서이나가 아기를 안아 들었다.


그리고

아빠에게 조심스럽게 건넸다.

“안아 보시겠어요?”


아빠의 손이

아주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제가요?”
“네.”
“아빠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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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7 PM


아빠가 아기를 안았다.

조심스럽게.

마치 유리컵을 들 듯이.


아기가 작은 소리를 냈다.

“응…아”


아빠가 다시 울었다.

이번에는 조금 더 크게.


산모가 웃었다.

“여보….”
“… 내가 낳았는데.”


서이나가 말했다.

“괜찮습니다.”

잠깐 웃는다.

“아빠가 먼저 우는 날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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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도 — 잠깐의 숨


분만실 문이 닫혔다.
복도는 갑자기 조용해졌다.
윤제하가 장갑을 벗었다.

“오늘 아빠 울음 기록 세웠습니다.”


서이나가 고개를 갸웃했다.

“기록이요?”
“네.”
“아기 울기 7초 후.”

잠깐 미소.

“아빠 울기.”


서이나가 웃었다.

“그래도 오늘은요.”
“좋은 울음이었어요.”


윤제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잠깐 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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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제하가 물었다.


“서이나 선생님."
“네.”
“오늘도 심장 리셋 됐습니까?”


서이나가 잠깐 생각했다.

“네.”
“두 번이요.”


윤제하가 눈썹을 올렸다.

“두 번?”

서이나가 말했다.

“아기 울음.”


잠깐 멈춘다.
그리고 덧붙였다.

“… 아빠 울음.”


윤제하가 웃었다.

“그럼 저는요?”


서이나가 그를 봤다.
잠깐.
아주 잠깐.

“선생님은요.”


숨을 한번 고른다.

“가끔.”

서이나가 다시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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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 내레이션


아기는
엄마에게서 태어난다.


그리고

어떤 날에는 아빠도 태어난다.

오늘도
미라클 메디컬 센터에는
누군가의
첫울음과
첫 미소를
함께 듣는 두 사람이 있다.
— By. 서이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