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랑, 나의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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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물을 털며
햇빛을 등졌던 그녀의 아침이
긴 그림자를 끌고
집 안으로 들어왔다
거울 앞에서
머리를 빗는 짧은 순간,
그녀는
방 한편에 누워 있던
내 눈에 들어왔다
왜일까
그 순간,
모든 장면이
낯설고
조용하게 스며들었다
나는 그날,
처음으로
엄마가 ‘엄마’가 아닌
한 사람의 여자라는 걸 느꼈다
사랑을 받고,
사랑을 주고 싶었을 테고,
그리운 이름을 애틋하게 부르며
밤을 지새웠을 그녀
그렇게 누군가를 기다리다
이름이 지워지고,
오직 역할로만 불리기 시작했을 때,
엄마는 비로소, 엄마가 되었을까?
나는
그 뒤를 너무도 오래 걸으며
그녀의 ‘처음’을
한 번도 들여다본 적이 없었다
그녀는 나를 품으며
자신의 시간을 조금씩 반납했다
그리고 그 반납된 시간 위에서
나는 걷고, 뛰고, 자라났다
어느 날 문득,
그 모든 시간이 한 사람에게
얼마나 조용하고도
고단한 희생이었는지를 알게 되었다
그날의 저녁,
흔하고 널린 노을처럼 붉어진 얼굴
그건 어쩐지 슬펐고,
징그럽도록 아름다웠다
나는,
그 얼굴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녀는 다시,
여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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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이제야 당신의 시간 위를 다시 걷게 되었습니다.
말없이 흘려보냈던 수많은 날들 속에
당신의 이름도, 얼굴도, 고요히 물들어 있었음을
늦게서야 알았습니다.
저는 당신의 사랑으로 살아왔고,
당신의 희생 속에서
비로소 삶을 배웠습니다.
사랑합니다.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엄마 생신을 축하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