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0. /《서울 예선 – 퓨처믹스의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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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비가 올 듯 흐린 오후, 퓨처믹스 스튜디오 강의실 앞은 이미 수십 명의 연습생들로 붐볐다. 누군가는 거울 앞에서 마지막 포즈를 확인했고, 누군가는 휴대폰으로 노래를 반복 재생하며 입술을 달싹이고 있었다.
달래와 방울은 스튜디오 앞 계단에 나란히 앉아 물병을 나눠 마셨다.
방울은 조용히 숨을 들이마셨다.
“이제 진짜 시작이네.”
“어차피 해야 하는 거라면, 멋지게 하자.”
달래는 말없이 기타 케이스를 쓰다듬었다.
이곳에 모인 이들은 이미 지역 예선이라는 첫 관문을 통과한 실력자들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전혀 다른 차원의 경쟁이었다.
‘본선 진출을 위한 단 하나의 자리.’
이건 연습생들에게 있어 단지 무대가 아니라, 인생의 방향이 바뀌는 분기점이기도 했다.
무대는 기존의 강의실을 개조한 형태였지만, 조명과 사운드 시스템은 전문 무대를 방불케 했다. 대기실의 텐션은 숨 막힐 정도로 높았다. 참가자들 대부분은 서로를 견제하면서도, 같은 무대에 선다는 묘한 동질감을 나누고 있었다.
첫 팀은 두 명의 소녀.
이들은 오래된 감성의 60년대 가요를 선택했고, 피아노 선율이 시작되자 객석의 분위기는 단번에 정숙해졌다.
두 소녀의 하모니는 맑고 투명했다. 마치 아날로그 테이프 속으로 관객을 데려가는 듯한 느낌.
무대가 끝났을 때, 조용한 탄성들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이어 등장한 세 명의 남학생들은 STONY의 팝송을 선택해 등장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경쾌한 기타와 함께 리듬을 타며 무대를 휘젓는 모습은 보는 이들의 어깨를 들썩이게 만들었다.
이들의 무대는 ‘즐기고 있다’는 확신 그 자체였다.
그리고 또 다른 팀. 두 명의 소년과 한 명의 소녀.
이들은 각자의 역할을 완벽하게 분배해 리드 보컬, 백 보컬, 악기 세션이 안정적으로 엮였다.
섬세하게 편곡된 음악은 기술적이면서도 감정적이었고, 관객의 눈과 귀를 동시에 사로잡았다.
무대의 조명이 다시 어두워졌다가, 조심스럽게 달래와 방울이 걸어 나왔다.
작은 체구의 두 소녀는 한참 전부터 조용히 대기하며 집중력을 다지고 있었다.
달래가 천천히 기타를 꺼내어 어깨에 멨고, 방울은 마이크 앞에 섰다.
인트로가 시작되자마자, 관객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방울의 청아한 목소리가 강의실에 맑게 퍼졌다.
달래의 기타는 그녀의 노래를 조용히 받쳐주는 언니 같았고, 두 사람의 호흡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방울은 한 음 한 음에 진심을 담았고, 달래는 그 진심을 악보 위에 새겨 넣듯 연주했다.
무대는 조용했지만, 이상하게 벅찼다.
그들의 작은 무대는 큰 울림이 되어 객석을 채웠다.
마지막 코러스가 끝난 순간, 짧은 정적.
그리고 곧 박수가 터졌다.
무대를 내려온 두 사람은 깊게 숨을 몰아쉬었다.
달래가 기타 스트랩을 풀며 방울을 바라봤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어.”
방울이 미소 지었다. “너무 떨려서 노래하다 손에 땀이 났어.”
그들은 서로의 손을 꼭 잡았다.
그러자 손끝에서 전해지는 감정이 말없이 말했다.
‘괜찮아. 잘했어.’
다른 참가자들의 무대가 차례로 이어졌고, 각기 다른 색깔의 무대들이 만들어졌다.
심사위원들은 메모지에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적었고, 무대 뒤 연습생들의 표정은 점점 굳어갔다.
예선전이 끝나갈 무렵, 강의실 전체는 정적과 긴장으로 가득 찼다.
이제 곧 결과가 발표된다.
퓨처믹스 스튜디오의 문 앞, 아직 이름이 불리지 않은 연습생들은 소리 없이 기도했고, 일부는 허공만 바라보았다.
그리고—
심사위원장의 입이 열렸다.
“본선 진출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