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
- 이번 글은 '이상한 집'으로 알려진 일본의 미스터리를 다루는 유튜브 영상을 시청한 뒤 도서 <<이상한 집>>을 읽고 적은 후기입니다.
- 객관적인 기준보다는 개인적 취향과 인상을 토대로 편하게 감상을 남겨보았습니다.
- 미스터리의 간략한 내용과 도서 <<이상한 집>>의 초반부를 언급하고 있습니다. 가장 아래 맺음말에는 스포일러가 담겨 있어 표시해 두었습니다.
꽤 오래전 으스스한 이야기를 찾아 유튜브를 서핑하다가 '이상한 집'을 소개하는 영상을 봤다. 일본에 있다는 한 건축물의 도면을 소개하는 영상이었다. '이상한 집'으로 불리는 이 건축물은 2층짜리 단독주택이다. 영상에 따르면 처음 이 건축물에 대한 글을 게시한 이는 일본의 작가로, 지인의 제보를 통해 건축물에 대해 알게 되었다고 한다. 지인은 이사할 집을 알아보다가 부동산에서 이 건물을 소개받았다. 소개받은 집에서 어딘가 이상함을 느낀 지인이, 참고용으로 부동산에서 받아온 도면을 들고 작가를 찾아와 상담하게 되었다. 설계도를 보고 대수로운 문제는 없으리라 여기면서도, 작가는 건축가로 일하는 지인을 찾아가 자문을 구하게 된다. 작가와 건축가는 함께 도면을 살펴보고 기묘한 부분을 하나둘씩 발견하게 된다.
도면은 두 장이다. 1층 도면과 2층 도면이다. 미심쩍은 부분이 여럿 발견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기묘한 문제점은 각 층 도면에서 한 가지씩 꼽힌다. 1층에는 주방 구석에 마련된 자투리 방에 이상한 점이 있었다. 부동산 업자조차도 용도를 모르는 공간으로, 아주 작은 공간인데다가 문이 없어 출입이 불가능하다. 이 목적불명의 협소한 공간은 다른 주요 공간을 구획하는 큰 벽에 추가로 벽을 덧대 만든 것이다. 추가된 벽은 오로지 이 공간을 만들기 위해 세워졌다고밖에는 생각되지 않는다. 추가 벽이 없더라도 다른 방의 구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데다가, 부엌을 더 넓게 쓸 수 있음에도 구태여 벽을 추가로 세워 공간을 할애한 것이기 때문이다. 문이 없어서 직접 확인하기도 여의치 않은데다가 설계 단계서부터 계획된 것으로 보이니, 어딘가 께름칙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2층에도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다. 아이 방의 위치와 구조가 이상했다. 아이 방은 2층 한가운데 방으로 배정되어 있었는데, 두 개의 문을 통해야만 출입할 수 있게끔 설계되어 있었다. 게다가 이 이중의 문은 1층과 이어지는 계단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다. 계단 근처에 문을 설치할 수 없는 설계상의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라고 한다. 말하자면 어떤 의도에 의해, 아이 방의 출입에 길고 복잡한 동선이 강제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무엇보다도 방에는 창문이 없었다. 있더라도 한가운데 있는 방의 위치상 집 바깥과 통할 수 없다.
이렇게 살펴본 문제점들은 집에 직접 살아야만 깨달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설계도를 통해서도 의심할 수 있는 것들이며, 건축 단계에서 건축가가 충분히 인지했을 만한 문제라고 한다. 따라서 건축가 독단으로 위에서 짚은 문제적 요소들을 집어넣었을 리는 없다. 건축주의 요구가 있었으리라는 것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이 집의 계획 단계서부터 상식을 벗어나는 의도가 있었으리라고, 설계와 시공의 긴 과정을 거칠 만큼 계획적인 의도가 설계도에 미심쩍은 흔적을 남기게 되었다고 추측하게 된다.
나아가 두 사람은 한가지 기묘한 일치점을 발견한다. 1층과 2층의 설계도를 위치에 맞게 포갰을 때, 1층 자투리 방의 양쪽 구석이 2층의 두 방 모서리와 정확히 일치한다는 점이다. 건축가는 이것이 단순한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고 판단해, 자투리 방이 실은 2층의 두 방을 연결하는 비밀통로였다는 추측으로 나아간다.
일본의 작가를 통해 알려졌다는 '이상한 집 미스터리'는, 실제로 진상이 밝혀지는 명쾌함 없이 추측만으로 끝난다. 그런데도 이 미스터리는 내 마음 속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이런저런 추측의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한국의 건축 전문가들도 관심을 가졌다. 유튜브에서 '이상한 집'을 검색해보면, 실제로 건축업에 종사하는 한국의 전문가들이 해당 도면을 리뷰하고 추리를 전개하는 영상을 찾을 수 있다. 한국의 이름난 건축가가 리뷰하기도 했다. 많은 관심을 끈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이 이야기만의 차별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미스터리를 접할 때 제시되는 것은 오로지 설계도 뿐이다. 사건이 먼저 주어지는 여느 미스터리와는 달리, 이 이야기에서 사건은 추측의 형태로, 마치 그림자처럼 드리워지고 있다. 왜 용도도 불분명하고 통행도 불가능한 자투리 방을 만들어야 했을까? 왜 아이에게 불편하게끔 설계된 방이 아이 방으로 배정되었을까? 설계에서 완공까지 긴 시간에 걸쳐야만 실현할 수 있는 계획성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무서움이 느껴진다. 오로지 두 장의 설계도를 통해 그런 공포를 이끌어낸다는 점에 이 이야기만의 차별성이 있다.
건축가 지인라는 인물의 추측은 다소 비약적이고 파격적인 결론에 도달하는데, 이 결론은 시청하는 입장에서 설득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러나 그 결론을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설계도라는 특이한 매체를 통해 쏟아지는 으스스한 의심들이 모두 부정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영상 시청을 마친 뒤에도 여운이 남는다. 전문성이 요구되는 설계도를 매개로 펼쳐지기 때문에 이야기에 묘한 긴장과 현실감이 배가된다.
영상을 보고 꽤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나는 <<이상한 집>>이라는 제목으로 해당 도면에 대해 쓴 책을 접하게 되었다. 영상 속에서 작가로 소개되는 원저자의 취재기라고도 할 수 있는 형식의 글이다. 처음 인터넷에 글을 게시한 뒤로 각종 제보를 받고 제보자와 접촉해 취재를 이어나갔다는 것인데, 그 과정에서 원래 이야기가 가진 의문점들이 해소된다.
책은 분량이 컴팩트한 편으로 부담없이 읽을 수 있으며, 취재 과정에서 진행되었을 인터뷰를 문답식으로 담아 취재기 형식으로의 생생함이 살아 있다. 평이한 구어로 문장이 이어진다는 점에서 가독성의 이점도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진행에 맞게 반복적으로 도면이 수록되어 있고 필요에 따라 강조표시도 되어 있는 점도 편한 독서에 적잖은 도움이 된다. 책을 부산스럽게 앞뒤로 뒤적거리는 수고를 덜어 주는 좋은 편집이라고 느꼈다. 추리식의 글임에도 독자에게 요구되는 집중력의 부담을 덜어 주는 여러 장점이 갖춰져 있기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책을 찾는 이들에게도 일독을 권할 만하다. 혹 이 글을 읽고 관심이 가는 이들을 위해 책의 내용은 자세한 설명을 자제하고자 한다. 아래 이어지는 맺음말은 스포일러를 담고 있으므로, 책을 먼저 읽은 뒤에 읽기를 권장한다. 책을 읽어볼지 고민되는 이들이라면, 유튜브에서 '이상한 집'이라는 키워드를 검색해 나오는 소개영상을 시청한 뒤에 결정하면 좋을 것 같다. 영상의 분량도 대부분 길지 않다.
아래 사진은 스포일러 방지용 사진입니다.
이 책은 나름의 반전이 있다. 초반부에서 제기되는 건축가의 추리는 모두 빗나간다.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다. 설계도만 보며 막연히 추측하는 수준에서 끝나지 않고, 해당 건축물과 연고가 있는 이들을 인터뷰하고 직접 현장을 답사하는 단계로 나아간다. '설계도 미스터리'라는 특유의 강점을 양보해야 하지만, 완결성이 있는 하나의 이야기로 맺음하기 위한 수순이었다고 봐야 할 성싶다. 그 마무리로는 독자에게 임팩트를 남길 수 있는 의외의 결말이 준비되어 있다.
그러나 내 생각에 진짜 반전은 따로 있다. 반전은 다름 아니라, 이 책의 서지분류가 소설이라는 정보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야기는 일종의 괴담으로서 유튜브에 유행했던 것인데, 그것에 대해 다루는 책이 실은 픽션이었다고 확인도장을 찍어버리는 순간 괴담만이 가지고 있는 큰 장점 하나를 내려놓게 되는 셈이라고 생각된다. 이 책도 표지나 내용에서 소설이라는 사실을 가급적 숨기는 듯했는데, 괴담의 장점을 조금이라도 훼손시키지 않고 전달하려는 노력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서 이 책을 밀리의서재에서 골라 읽었을 때, 책 분류정보가 소설이라는 것이 눈에 띄어 아쉬웠다.
유튜버이자 작가인 우케쓰는 먼저 유튜브와 인터넷 게시판에 '이상한 집' 이야기를 게재한 뒤에, 이야기의 뒷부분이라 할 수 있는 내용을 소설로 완성해 출간했다고 한다. 일차적으로 알려진 유튜브 영상과 게시글은 소설판이 한국에 번역되기도 전에 널리 알려져 한국 유튜버들에 의해 소개되기도 했다. 이어 소설로 출간되면서 괴담으로서의 재미를 넘어 일종의 추리소설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무서운 얘기를 전해 들으며 얻는 으스스한 재미와는 또 다른, 한 편의 장르문학 작품으로서의 스토리텔링을 따라가 보는 재미가 있다. 다양한 매체를 아우르며 괴담을 전달하는 이야기꾼으로서의 능력도, 한 편의 완결성을 가진 소설로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뚝심도 놀라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