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의 휴가>> 독서 후기

미시마 유키오 에세이

by 오윤오

<<소설가의 휴가>>는 진지한 에세이 두 편과 가뿐한 필치의 에세이 일곱 편을 번역해 수록한 에세이집이다. <나의 편력시대>와 <소설가의 휴가>를 진지한 에세이라고 이른 것인데, 분량도 이 책의 대부분을 차지할 만큼 길어서 알짜가 되는 두 편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나의 편력시대>는 작가의 문학적 자서전으로서 의미가 있고, <소설가의 휴가>는 문학과 그 배경에 대한 비평적 논구가 전개되는 본격적인 에세이다.


<나의 편력시대>는 작가의 초기 문학여정을 '편력'이란 표현으로 정의해 술회한 글이다. 작가는 1925년 출생했다. 44년에 단편집 <<꽃이 한창인 숲>>으로 첫 책을 출간했고, 54년 <<파도 소리>>를 출간했다. <<꽃이 한창인 숲>>부터 <<파도소리>>까지의 약 10년간을 편력시대라 칭했다.


1949년의 <<가면의 고백>>, 50년의 <<사랑의 갈증>>, 1•2부로 분할 발표된 <<금색>>까지 모두 그의 '편력의 10년'에 출간되었으니, 작가가 편력시대라 부르고 있지만 단순한 방랑 이상의 문학적 결실을 거둔 시간이어서, 그 자체로 독립적인 가치를 지닌 10년인 셈이다.


그가 첫 단편을 출간한 다음해에 일본이 두 차례의 핵공격을 받고 세계대전이 끝났다. 작가에겐 전쟁이 문학적으로도 중요한 사건이라는 자각이 있었다. 징병을 피한 이 일본 젊은이의 입장에서, 전쟁의 풍경은 대도시의 공습, 폭음爆音과 불꽃의 형태로 주어졌다. <나의 편력시대>에서 작가는 그 폭격의 풍경이 '아름다웠다'라 술회하고 있다. 폭탄의 위력의 풍경도, 일정한 거리를 두고 방공호 속에서 바라보니, 아름다운 풍경으로 주어졌다는 것이다. 작가는 거기서 아이러니를 읽었다. 작가는 마치 죽음을 공약하는 불꽃의 웅변 같은 것으로 폭격을 바라보았다. 이같은 경험과 생각이 <나의 편력시대>에 기록되어 있으며, 이후 <<가면의 고백>> 등의 자전적 소설에는 물론이고 다른 주요 작품에서도 모티프로 활용된다.


그러나 전쟁의 시대는 폭격이 약속한 죽음을 선사하지 못하고 지나갔다. 미시마 유키오는 정력적으로 활동을 이어나갔고, 다양한 집단의 문인들과 교류했다. 소설에 국한되지 않고 희곡을 집필하면서 공연 쪽으로도 손을 뻗었다. <나의 편력시대>는 전후 왕성한 문학적 사교활동의 생생한 기록이기도 하여, 예컨대 그가 다자이를 찾아간 술자리에서 면전에 대고 그의 문학을 비난했다던 일화도 들을 수 있고, 그같은 일화들을 나이 먹은 미시마의 정돈된 관점으로 자평하는 목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 <<가면의 고백>> 등 굵직한 작품을 쓸 당시의 심경과 집필원칙을 밝히기도 했다. <나의 편력시대>는 미시마 문학의 정점으로도 전환점으로도 거론되는 <<금각사>>라는 굵직한 작품의 발표에 이르기 전까지 그가 어떤 길을 걸어왔는가를, 작가의 육성으로 함께 돌아보는 에세이편이다.


이어지는 에세이는 표제작인 <소설가의 휴가>로, 일기다. 1955년 6월 24일부터 8월 4일까지의 기록이다. 하루 일과를 나열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날그날 특정 주제를 정해 완결된 글을 썼다. 주제는 특정 문학작품에 대한 감상과 비평에서부터, 장르 자체에 대한 탐구나 특정 시대, 시대정신에 대한 인문학적 개관의 시도까지 다양하다. 그가 여러 작품의 이곳저곳에서 반복적으로 드러내는 입장이나 주제의식을 설명하는 글들도 포진해 있어, 그의 문학세계를 개관하는 용도로도 긴하다.


제목이 휴가고 형식은 일기지만, 휴가의 한가함보다는 치열함이, 일기의 진솔함과 두서없음보다는 퇴고의 힘을 빌린 것으로 보이는 정돈된 사유가 돋보인다. 여느 직장인이 맞이할 휴가의 풍경을 생각할 때, 그가 말하는 휴가는 전업 소설가에게 정해진 출퇴근이 없다는 점에서도, 소설만 쓰지 않았다 뿐이지 열심히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문학을 생각하는 시간이었단 점에서도 일종의 겸양 혹은 반어처럼 느껴진다. 작가가 소설 자료를 찾으러 다녔다고 기록한 날도 있어서 그야말로 소설 집필만 잠시 쉰 것을 휴가라 말한 모양이다.


'제일생명'이란 건물에서 자신이 집필한 연극의 무대연습에 참여했다는 등, 상당히 정력적인 연극 활동의 흔적도 보인다. 그의 '극'에 대한 관심은 잠깐의 변덕 같은 것이 아니어서, 그는 생전 상당수의 희곡을 집필하기도 했다. <소설가의 휴가>에서는 연극이란 문학 장르에 대한 고민과 문학에서 연극이 차지하는 위상에 대한 끈질긴 비평적 성찰을 시도했고, 극과 관객을 매개하는 '배우'라는 역할에 대한 존재론적 고찰을 전개하기도 했다.


작가는 <소설가의 휴가>의 첫날 일기를 시대와 소설가의 관계에 대한 해명으로 시작하고 있는바, <소설가의 휴가>는 그가 몸담은 근대에 대해서도, 근대적 방식으로 치러진 전쟁의 한때에 대해서도 고찰해보면서, 시대가 인간의 정신과 그리고 문학과 어떤 영향을 주고받았는지를 조감하는 글도 수록했다.


문학이 닿아 있는 곳이라면 가리지 않고 유심히 들여다보는 전방위적 관찰력과 이해심이 느껴지는 에세이였다. 그의 문학세계에 대한 힌트로서도 가치는 충분하거니와, 각 글에서 보여주는 심도 있는 논구와 통찰을 붙잡고 사유하는 기회로도 가치 있는 글이다. 책의 절반 분량이라고 할 수 있는 150페이지가량을 할애하고 있어, 이 책을 읽는 첫번째 이유로 꼽아도 손색없는 에세이라고 하겠다.


나머지 일곱 편의 에세이는 다음과 같다.


<사제>

<학생 신분으로 소설을 쓴 것의 기록>

<나를 매혹시킨 것들>

<어머니를 말하다>

<영원한 나그네>

<중증자의 흉기>

<팽이>


대략 열 페이지인 것이 많고, 길면 스무페이지쯤으로, 비교적 짧은 에세이들이다. <어머니를 말하다>나 <팽이>는 개인적인 체험을 술회하는 글로 생활의 면면을 엿볼 수 있다. 나머지는 문학에 대해 쓰고 있다. 그중에서도 <나를 매혹시킨 것들>은 자신의 문학세계에 대한 해설 역할을 하면서, 문학의 성립 조건에 대한 견해를 그만의 독창적인 문장으로 제시하고 있어 간결함과 강렬함을 겸비한 인상깊은 작품이었다.

수,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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