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류성 식도염으로 고생하기
작년 연말 기름진 것들을 과하게 연달아 먹었다. 이후 상체 곳곳이 아파지며 한 달 전쯤 기어코 속편한내과를 들렀다.
식습관을 바꿔봤는데도 회복의 기미가 잘 안보였기 때문이다. 느낌상 역류성 식도염이라는 걸 아는 것과 직접 확인해 보는 건 심리적으로도 회복을 돕는데 차이를 보일 것 같아 반드시 찾아가 봐야만 했다. 여러분들도 역류성 식도염 같다(?)고 추측하기보다는 반드시 병원을 방문해 보길 바란다. 이왕이면 의사분께 무슨 질문을 할지도 잘 생각해 두고 말이다. 안 그러면 더 큰 병을 가져올지도 모른다.
그때가 화요일이었고, 3 진료실 의사분과 상담을 했다. 원래 일전에 가봤던 병원이었는데, 내 기억과 달리 너무 넓어져서 의사 선생님께 물었다.
"저 여기 와본 적 있는 것 같은데, 언제 위내시경 받았었는지 확인 가능한가요?"
"2012년이네요."
상당히 오래전이었다. 그렇게 오래됐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는데 말이다. 것보다는 인테리어나 크기기 확장된 것에 놀라기도 했다.
진료를 시작하셨다. 옆구리도 아프고 명치도 아프고 말씀드렸더니 나를 눕히시고는 곳곳을 눌러보셨다. 의사분이 눌러주셔서인지 뭔가 괜스레 편했다. 다행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단 한 곳도 아픈 곳이 없었다. 속이 진짜 안 좋을 때만 아픈 게 아니었던 게 아닐까 싶다. 그날 혹시나 바로 위내시경을 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을 하고 식사를 안 하고 갔던 걸 생각해 보면 그게... '복선'이었다.
위내시경을 받아보는 게 어떻냐는 말씀에 3일 뒤인 금요일로 잡았다. 최대한 빨리 잡기를 원했던 나의 요구에 정-말 최대한 빨리 잡으신 것이었다. 그때 비수면으로 하고 싶다고 말했었는데, '수면일지 비수면일지 그때 가서 정해 보시죠'라고 하시길래 그래도 비수면할 건데 왜 그러시지 싶었다.
겁이 좀 있는 성격인데, 생각보다 겁이 나진 않았다. 예전에 받아봤던 기억도 있고, 물론 당시 위내시경을 받고 난 후 몸에 에너지를 다 소진했는지 비틀거리며 엄마에게 부축받아 나왔던 기억은 얼핏 스쳐 지나갔다. 그게 좀 쪽팔리다면 쪽팔렸던 기억이긴 하다. 그땐 매우 젊었는데 말이다.
금요일날 위내시경 받기 전날 오후 9시 이후로는 아무것도 먹지 않고, 위내시경 받기 전 1시간 전에 물을 시냇물 한 모금하듯 마신 뒤 대기실에 앉아있었다. 간호사분이 오셔서는 비수면을 위해서는 특정 약을 먹어야 한다 하셨고, 그것만 먹고 난 뒤 다시 한번 자리에 대기했다. 좀 이따 부르셔서 조-금 긴장된 마음을 안고 옆으로 누웠다. 평소 역류성 식도염 때문에 왼쪽으로 눕는 게 버릇이 됐는지라 꽤나 익숙했다.
그런데 단호하게 나를 똑바로 눕히시더니 어떤 약물을 머금고 약 5-10분 정도 있으라고 하셨다. 목구멍을 마취하는 듯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시간의 흐름에 시계 초침만이 내 귓가를 때렸다. 일단 그 약물이 뭔지를 모르고 마시면 되는지 안 되는 지도 모르니 상당히 긴장한 상태였기도 하고 말이다. 시간이 지나고 간호사분의 지시에 따라 약물을 삼켜냈다. 목구멍이 마취가 된 건지 아닌지 감각이 둔해지는 느낌은 들었는데 묘하게 아리송했다.
그렇게 왼쪽으로 다시 누웠다. 의사분은 처음 진료할 때 봐주셨던 분이었는데, 이래저래 준비한 뒤 내 입에 기다란 관을 넣으셨다.
"켈록켈록"
의사분은 급하게 관을 빼내며 말씀하셨다.
"그러시면 다쳐요..!"
내가 오른손을 들었어야 하는데 안 드는 바람에 그랬던 듯하다. 난 괜찮을 줄 알았던지라 손을 안 들려다가 몸이 먼저 반응한 듯했다. 그리고 두 번째 시도.
"켈록켈록"
손을 번쩍 들었다.
"안 되겠다. 수면내시경 준비합시다."
난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분명 난 가능할 줄 알았는데 비수면이 이리 힘든 일이라는 것을 그제야 깨달았다. 주위에 몇몇 분은 했다는 걸 들었던지라 나도 되겠다 싶어 자만했던 게 컸다. 그렇게 난 자연스레 수면내시경에 들어갔고, 이윽고 눈을 떴다.
생각보다 멀쩡했다. 예전에는 몸에 힘이 다 빠지고 정신이 없었다는 게 생생히 기억날 정도였는데, 지금은 정신도 말똥말똥하고, 몸도 에너지가 꽤 느껴졌다. 기존에 시간을 미리 체크하고 들어왔었는데 누운 지 30분가량 지나고 난 후였다. 그래도 혹시 갑자기 일어나면 현기증이 올지 모르니 살짝 뒤척이며 누워있었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걸어가는 것도 문제없었다.
수면내시경을 할 때는 다른 의사분이셨는지 2 진료실로 갔다. 정말 큰 일이라도 있을까 하는 조마조마하고 쿵쿵 거리는 마음을 살짝 부여잡고 말이다.
다행히(?) 역류성 식도염이 맞았다.
위에 용종 2개가 있었는데 하나는 떼어냈고, 1개는 떼어낼 필요가 없어 떼어내지 않았다 하셨다. 쓸데없는 출혈에 대한 위험요소 때문인지.. 여하튼 정확히 잘 모르겠다. 위 내부에 붉은 끼가 있는 게 눈에 띄었다.
이후 의사분은 '매운 것', '커피' 등을 특히 조심하시라며 진료를 마쳤다.
이 글을 보는 역류성 식도염으로 고통받는 분들 및 첫 위내시경을 앞두신 분들에게 말하고 싶은 건, 비수면을 해보려고 트라이하는 건 좋은데 불안하다 싶으면 이겨내려고 할 필요 없다. 괜히 다칠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냥 수면으로 바로 돌입하는 게 좋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비수면을 고른 가장 큰 이유는 약물이 몸에 안 좋다 보니 내린 선택이긴 했는데, 나는 뭐.. 실패했다.
돈 아끼고 싶고 건강 생각하면 시도해보는 것도 좋지만 자주 안 받을거면 마음 편하게 수면하는 것도 좋다. 그리고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13년 전에 위내시경 받았을 떄와 지금 다른 건 지금 운동 유무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검사를 잘 받고 싶다면 평소에 운동을 열심히 하는 것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한 달 넘게 지난 지금은 역류성 식도염이 좀 나아지고 있는데 그 이유는 ‘복선’과 함께 다음 편에서 소개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