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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리장인 Jun 29. 2024

백종원의 사람을 쫓는 브랜딩

돈만 쫓던 사람이 변했다

1. 백종원이라는 사람이 누구길래?


 한국 사람이라면 남녀노소 나이불문 요즘 여자 아이돌 남자 아이돌은 잘 몰라도, 백종원은 알 것이다. 물론 TV를 시청하는 사람들 전제 하에 말이다. 그 정도로 백종원 대표님은 본인의 브랜드 가치를 효과적으로 구축하고 전달하는 데 성공한 사람이다. 그의 매력은 친근한 이미지, 전문성, 고객 중심적 철학에 있었다. 이 글에서는 그 성공 요인에 대해 분석하고자 한다.


 처음 MBC에서 방영한 <마이 리틀 텔레비전>을 통해 봤을 때만 해도 왜 이 사람의 방송이 제일 재밌다는 건가 싶었다. 애초에 내가 요리를 좋아하지도 않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 프로그램은 요리를 좋아하지 않아도 재밌게 볼 수 있었다. 게다가 나중에 소유진 배우의 남편이라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라며 더욱 흥미롭게 그를 즐겨 보기 시작했다. 정말 이거 하나 때문에 본 것도 있다. 그래서 그런지 처음엔 인간으로서의 매력뿐 아니라 남자로서의 매력에도 관심이 갔다. 나는 아직 그런 매력을 가져본 적이 없던 터라 배우고 싶은 것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뽐냈던 개그 코드는 그저 실실 웃기 충분했고, 브라운관 밖으로 자연스럽게 표출하는 전문 지식과 드라마틱한 경험들은 내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2.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그를 발견했다


 도대체 백종원의 매력은 무엇일까? 당시에는 잘 몰랐으나, 지금 보면 나름의 진실성과 우여곡절 많던 스토리텔링이 그의 브랜딩 포인트였다고 생각한다. 그에게서는 인간적인 향기가 느껴졌다. 소위 사회적 지위가 높다고 하는 대표임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평범한 국민들 즉 고객들의 눈높이에서부터 친근함을 필두로 소통을 하였다. 무엇보다, 방송 한번 해본 적 없어 보이는 기업가가 이리 방송을 잘하다니 너무 놀라웠다. 이는 누구보다 고객을 이해하고 공감한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었다. 알고 보니 방송 출연 경력이 있긴 하셨지만, 이렇게 능숙해질 정도로 자주 하진 않았는데 방송에서 여유가 넘쳐났다. 그의 매력은 단순히 개인적인 특성에 그치지 않고, 본인의 활동 영역으로 크게 확장됐다.


 알다시피 오은영 박사님과 강형욱 훈련사님은 TV예능계의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거장들이다. 그들이 전문성으로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았다면, 백종원 대표는 특유의 친근한 개그 센스를 레시피 삼아 전문성을 곁들어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심지어 그의 개그는 자극적이지 않았고, 마치 숙성된 된장과 같았다. 편안하게 듣고만 있어도 되는 라디오와 같았다. 지금은 일상 속 주제로 소소하게 방송하는 게 트렌드화 되고 있지만, 당시 백종원 대표님은 이미 실천하고 있었다.


 앞서 말했다시피 개인적으로 백종원 대표님을 유의 깊게 보게 된 신호탄은 마이리틀 텔레비전이었지만, 본격적으로 본 건 사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이었다. 그전에는 대부분 스튜디오에서 진행하거나 먹거리 여행을 떠나는 것이었는데, 사실 마이리틀 텔레비전도 간간히 보는 정도였고 스튜디오에서 요리하는 건 내 취향이 아니었다. 먹거리 여행은 방송 자체가 그저 재미뿐 아니라 생산적인 느낌이 들어 보긴 했었다. 그럼에도 빼놓지 않고 본 건 바로 '백종원의 골목식당'이었다.


 사장님들께 실제로 화를 내는 모습이 자극적이긴 했지만, 동시에 상대를 생각하는 백종원 대표님의 모습은 배우고 싶을 정도로 감탄스러웠다. 비수 같은 말들은 최대한 숨기면서 따뜻한 조언은 또 아끼지 않는 모습이 매우 진정성 있게 다가왔다. 지적인 조언을 뛰어넘어 관심과 배려를 전달하는 방식이 흥미로웠던 것이다. 굉장히 인간적이었다. 평소 푸근하고 친근한 이미지가 상반되기도 하면서, 방송인, 요리인 이라기보다는 외식업계 대표라는 스탠스에서 진지하게 대화를 하니 반전매력이 또 있었다.


3. 그의 철학에는 손님 즉 '사람'에 있었다


 방송 내면에는 백종원 대표님의 경영 철학이 오롯이 드러났다. 사장님들에게 주입시키는 고객 중심적인 마인드는 곧 백종원이라는 사람의 가치관과 직결되어 있음을 시청자들이 느낄 수 있게끔 하였다. 그가 컨설팅 대상인 사장님들을 브랜딩 하는 방식을 통해 시청자들이 본인을 관철시킬 수 있도록 하였다.


 대부분 방송 회차에서는 어느 한순간이라도 '손님'이라는 단어가 빠진 적이 없었다. 이는 더본코리아라는 브랜드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식당을 굳이 방문하지 않아도, 웹사이트를 통해 경영 철학을 굳이 들여다볼 필요도 없었다. 방송을 통해 그들의 흥미로운 액션을 즐기며 그들이 고객이나 음식을 대하는 방식을 알 수 있었다. 이는 그들이 고객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지표였다. 그게 거짓이든 아니든 말이다.


 그의 브랜드 아이덴티티에는 '고객'이 고스란히 녹여져 있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고, 백종원 대표님의 사업과 요리 모두 '사람'을 중심으로 운영하는 데 있었다. 먼저 대화의 희열 2에 나와서 백종원 대표님이 한 얘기를 살펴보겠다.


 한창 본인만의 쌈장을 개발하고 대패삼겹살을 만들었을 당시 물밀듯이 들어오는 손님들로부터 희열을 느꼈고, 그 희열은 바로 '돈'에서 왔다고 했다. 그렇다. 처음에는 '돈'때문에 한 것이었다.

 변하는 것 같아요, 내 주머니가 차야하고, 내가 배불러야 하고, 내가 돈 벌 거야 하고 시작을 했지만, 대패삼겹살을 하면서 기자가 "쌈밥집 왜 하세요?" 했을 때 "쌈이 건강에 좋잖아요."라고 했어요. 그때 "내가 '건강'을 생각하고 있구나" 생각했죠. 그리고 내뱉은 그 말을 보고 그 방향으로 가고 있는 내 모습을 본 거예요.
제가 망해보니까 돈은 쫓아간다고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돈은 가는 방향에서 딸려 오는 거지. 내가 물살을 막 가르고 가면 물살이 쫓아오는 게 눈에 보이는 거지. 돈 쫓아가봐야 물살처럼 피해 가는 거예요.

 백종원 대표님은 아름다운 생각만을 쫓고자 시작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그저 하다 보면 방향성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사람을 생각하는 백종원'이 브랜딩 되기 시작했다.

 그럼 몇 가지 관점을 통해 다시 한번 바라보겠다.


 백종원의 '사람 중심' 철학에는 현대 경영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역사적으로도 비슷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그럼 여러분들이 잘 아는 중국의 역사인 삼국지 이야기를 꺼내보겠다. 이는 정사와 연의에서 모두 등장하는 내용이다.


 촉나라의 관우와 장비, 조운, 미축, 간옹 등의 신하들이 유비를 잘 따랐다는 것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유비가 그만큼 그들을 사랑하고 보살폈기 때문이다. 이뿐 아니라 그는 백성들과도 친밀하게 지냈는데, 적벽대전 당시 진면목이 드러났다. 형주의 유종이 조조에게 투항하면서, 유비가 양양을 빠져나오게 된 일이 있었다. 그때 10만 명의 피난민들이 유비를 따라나섰다. 이를 지켜보던 어떤 이가 유비에게 백성들을 버리고 도망치는 게 낫지 않냐고 하자 유비가 말했다.

 무릇 큰일을 성취하려면 반드시 '사람'을 근본으로 삼아야 한다. 사람들이 나를 따르는데 내가 어찌 그들을 버릴 수 있겠는가?

 

 그러면서 뜨겁게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이때 나온 고사성어가 바로 '이인위본(以人為本)'으로 '사람이 근본이다.'라는 뜻이다. 이는 유비의 인생의 신조였다. 공자가 말한 '인자애인(仁者愛人)' 즉 '어진 사람은 남을 사랑한다.'는 말로도 바꿔 쓸 수 있다. 그 덕분에 유비는 '신뢰'와 '충성도'로 보답을 받게 되었다.

<CEO를 위한 삼국지 경영특강, 청쥔이 지음, 김지연 옮김>


 이제 브랜딩 관점에서 보자. 브랜딩 디렉터이신 전우성 님의 <그래서 브랜딩이 필요합니다>의 p.166에 나오는 내용이다. 이를 통해 그의 사업과 방송 활동이 성공한 이유는 그저 우연이 아닌 전략적 접근의 결과임을 알 수 있다.

 브랜딩은 브랜드의 시각적 모습을 완성하는 작업뿐 아니라 브랜드가 가진 브랜드 미션을 명확히 추구하는 과정이자, 그 다운 모습과 행동을 만드는 총체적인 과정, 그리고 그 브랜드를 접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을 어필해 가는 과정이다.

 이처럼 백종원 대표님 입장에선 방송 활동을 통해 본인과 본인 기업의 브랜드 미션을 시청자들에게 자연스럽게 전달시켜 이해와 신뢰를 증진시켰다. 동시에 고객들의 충성도를 끌어올리고, 더본코리아의 직원들 역시 이 같은 자부심을 바탕으로 더욱 본인들의 일에 헌신하도록 만들었을 것이다. 그렇게 수년 동안의 긴 시간 속에서 시청자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브랜드를 좋은 이미지로 성장시키는 데 크게 일조하였으며, 특히 서민들과의 소통을 어떻게 하는지 직간접적으로 체험하게 하였다.


 마지막으로 비즈니스적 관점에서 보겠다. <나는 세계일주로 자본주의를 배웠다>의 p.279에 나오는 내용이다. 이는 그의 방식이 성공을 이끌어내는데 얼마나 효과적이었을지를 보여준다.

 '소비자'들은 기업이 오로지 자사의 상품이 손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만 관심을 쏟는 것이 아니라, 자사의 상품이 더 광범위한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신경 쓰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 즉, 본사에 있는 직원뿐만 아니라 공급망의 밑바닥에 있는 모든 직원까지 포함한 전 직원이 존엄과 존경을 다해 대접받고 있으며, 공정한 보상을 받고 있는지 회사가 신경 쓰고 있다는 확신을 얻고 싶어 한다. 이를 위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실제로 그런 작업 환경을 만드는 것이고, 두 번째는 소비자들에게 그러한 현실을 알리는 것이다.

 백종원 대표님은 유튜버로서도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여러 프로젝트들을 통해 다방면으로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아까도 말한 내용이지만 이 같은 모습을 통해 그가 직원들을 대하는 태도도 투명하게 보이는 것만 같다. 고객뿐 아니라 유능한 직원들을 끌어들이는 데 있어서도 효과를 발휘할지 모른다. 그리고 우리는 이러한 기업에 '기꺼이' 소비하고자 한다.


 지금까지 백종원 대표님의 전략을 여러 각도에서 살펴볼 수 있었다. 이는 단순히 대중적으로 활용할 뿐 아니라, 우리 개인의 삶에서도 충분히 응용할 수 있는 전략이다.

 우리도 마찬가지로, 경영자가 아닐지라도 개인의 가치관을 통해 가족과 사회, 속해있는 조직을 대표하는 모습을 보일 수도 있다. 사람을 근본으로 삼는 철학은 소통과 관계 형성 속의 기초에 자리 잡아, 주변인들과 소통하는 모습에서 긍정적으로 비출지 모른다. 이는 그들에게 신뢰와 사랑으로 자리 잡아 본인의 삶을 더 가치 있게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참고 자료

<CEO를 위한 삼국지 경영특강, 청쥔이 지음, 김지연 옮김>

<그래서 브랜딩이 필요합니다, 전우성 지음>

<나는 세계일주로 자본주의를 배웠다, 코너 우드먼 지음, 홍선영 옮김>

KBS 대화의 희열 2, 백종원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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