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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리장인 Jul 27. 2024

전현무 : 미디어 퍼스널리티의 진화

비호감에서 호감으로

편의와 가독성을 위해 '전현무'라고 하겠습니다. 이전에 작성했던 백종원 대표님 정찬성 선수님은 선수 대표를 붙였는데, 하고 보니 읽기 불편했거든요. ㅠㅠ 양해부탁드립니다. 결국 이름만 적는 경우도 더러 있었을 텐데 여기서는 이미 고지하고 적겠습니다.



0. 전현무의 정체성 재구성


 눈여겨보지 않았던 그에게서 브랜딩 스토리가 풍겨 왔다.


 최근 전현무의 새로운 모습이 돋보이는 프로그램들이 눈에 띄고 있다. 예능을 제한적으로 시청하는 나조차 그의 변화를 뚜렷이 감지할 수 있다. 과거의 논란과 비호감 이미지에서 벗어나, 그는 이제 더 정제되고 진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요즘 '현무카세', '나 오늘 라베했어' '전현무계획' 등 스펙트럼을 넓혀 가며, 기존 이미지를 탈피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물론 '나 혼자 산다'와 같은 역동적이고 솔직한 프로그램이 있지만, 이와는 약간 결을 달리 하면서 다른 소통 방식을 지닌 프로그램들로서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고 생각한다.


1. 전현무의 첫 예능 출연


 전현무라는 예능인을 처음 봤을 때가 내 기억으로는 '상상플러스'였던 걸로 기억한다. 이때가 대중들이 전현무라는 사람을 조금이나마 인식하기 시작했을 때일 것이다. 당시 탁재훈, 이휘재, 신정환, 최성국, 노현정 아나운서 등 이외 여러 MC들 객원으로 지냈던 상상플러스의 인기도 꽤 상당했으니 말이다. 그때는 그냥 지나가는 신입 아나운서 중 하나로만 생각했다.


 2. 비호감의 시작?!

 어느샌가부터 전현무는 아나운서가 아닌 예능인으로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손범수 아나운서의 길을 따라가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으로 아나운서가 됐다는 전현무가 전혀 다른 길인 예능인이 된 것이다.


 그땐 비호감이라는 자막도 달릴 만큼 다소 싸한 멘트를 매번 날리기도 하여서 그다지 좋은 인상은 아니었다. 사실 시청자 입장에서는 그게 보이는 전부이니 어쩔 수 없었다. 소위 아나운서라면 우아한 말투와 정제된 언어, 깔끔한 인상, 조용하고 기품 있는 분위기를 떠올리게 되는데, 그는 전혀 아니었던 것이다. 물론 사람이 어떻게 마냥 그럴 수 있겠냐만은 그때 방송인이라지만 어쨌든 아나운서였던 만큼 조금 자제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3. 남을 비하하는 캐릭터 : 쉽지만 위험한 유머 코드

 

 그의 방송 스타일은 타인을 비하하는 듯한 개그 코드가 기저에 깔려 있다. 시청자들이 재밌을 거라고 생각했는지, 본인은 의도한 게 아니겠지만 다소 불쾌감을 일으킬 수 있는 발언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물론 예능인으로서의 개성 있는 색깔을 찾아가기 위한 노력이었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가장 쉬운 방법이다.


 통상 신인(?) 예능인들은 자신을 망치거나 남을 비방하며 방송하는 것 같다. 물론 재미있게 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거나 예능적 기질이 부족한 사람들은 그마저도 감히 시도하지 못하긴 하다. 그중에서 가장 어려운 건 자신을 망치는 것인데 베테랑이 아니고서야 잘하지 못한다. 그럼 남을 비방하는 것은 어떤가? 굉장히 쉽다. 세상에 뒷담화를 하는 사람들은 상당히 많다. 아마 댑분이 마음만 먹으면 하루종일 떠들어도 남아 나지 않을 정도일 것이다. 그 뒷담화를 앞담화처럼 예능에 푼다고 하면 분량도 챙기면서 예능에서 눈에 띄기는 아주 좋을 것이다.


 이러한 접근방식은 양날의 검과 같다. 시청자들에게 쉽고 빠르게 재미를 전달할 수 있지만, 동시에 불쾌감을 줄 수도 있다. 시청자들 뿐 아니라 출연자들에게도 말이다. 실제로 전현무는 연예인들이 하는 '스타 골든벨'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예능 햇병아리 시절 지석진을 20분 이상 모욕하여 그 화 잘 안 낸다는 지석진이 스튜디오를 떠났다고도 한다. 이는 최근 '현무카세'에서 나온 에피소드이기도 하며 이미 화해를 했지만, 다시 한번 지석진 앞에서 공개 사과를 하며 감자전이라는 식사를 대접한 부분이었다. 이처럼 과거 이야기를 봤을 때, 전현무는 자신의 개성과 스타일을 통해 차별화된 예능인으로서 자리 잡으려 한 것으로 보이나, 이와 동시에 그 노력의 연쇄작용이 예상치 못한 비판과 불쾌감을 초래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4. 대중들의 질타를 받는 전현무

 전현무는 전통적인 아나운서 이미지를 벗어내고 상대방을 놀리는 캐릭터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 방식으로 인해 대중들의 질타를 받았다. 그 때문에 방송 업계에서는 알게 모르게 그와 대치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고 한다. 통편집을 하든 뭘 하든 말이다. 그럼에도 그는 아직 보여줄 것이 많은 특별한 아나엔터테이너였다.


 왜냐하면 아나운서라는 배경은 역설적으로 그의 캐릭터에 독특한 색채를 더했기 때문이다. 물론 너무 무리한 탓에 시청자들로부터 '진상', '밉상', '비호감' 등 반감을 사는 리스크를 불러일으키기도 했지만 말이다. 그렇게 전현무라는 방송인의 다채로운 모습들이 대중들의 상상력을 자극시켰다. 이는 그의 방송 속 페르소나와 실제 인격 사이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었다. 방송 속 언행은 시간이 지나며, 그의 실제 가치관이나 생각과 동일시되며 대중의 인식에 깊이 각인되기 시작한 것이다.


5. 망가지는 캐릭터 : 어렵지만 훌륭한 태도


 그러다 어느 순간, 한걸음 더 나아가 자신의 치부를 여지없이 드러내기 시작한다. 샤이니의 안무를 실제로 댄스 학원에서 연습해 오는가 하면, 오로나민 C 광고에서 춤을 추며 유쾌한 장면을 연출하고, '하우 두유 두'라는 별명을 만들어내며 본인의 신체적 특징을 드러내는 것 역시 서슴지 않았다. 이러한 전방위적 시도는 결국 메인 MC로 발도움을 하게 되는 전환점을 마련했다. 전현무의 성공에 대한 열망과 집착이 긍정적으로 작용하며 방송계에서 그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요소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자신을 망가뜨리는 행위 자체도 일부 시청자들에게 부담스럽게 작용하기도 했다. 너무 욕심 있어 보인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아마 상대방에게 깐족되는 언행으로 이미 이미지가 굳어진 탓도 크지 않나 싶다. 그저 열심히 한 것일 뿐인데 말이다. 물론 지나치면 안 되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그는 꽤나 중독성이 있는 인물이었다. 이런 걸 보면, 아나운서가 저만큼 망가지는 것은 매우 신선한 일이기 때문에 좋든 나쁘든 방송가에 자리 잡을 수 있었지 않나 싶다. 특히, '나 혼자 산다'는 조금은 비호감이었던 전현무의 삶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방송과 진실 사이를 넘나드는 이미지 속에서 자연스러운 재미를 발산하기 좋은 프로그램이었다.


6. 지적인 면모까지 겸비 : 제 3의 브랜딩 퍼스널리티

 지적 소양과 세련미를 갖춘 아나운서의 면모를 녹여낸 프로그램도 있다. 지식을 겨루거나 뽐내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지만 '문제적 남자'를 또 빼놓을 수 없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연예계에서 내놓라 하는 지식인들이 모여서 창의성, 센스, 지적 매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여기서 전현무는 정말 똑똑하다고 알려진 다른 MC들을 뛰어넘는 모습까지 자주 보여준다. 평소에 보던 전현무는 없고, 자신의 또 다른 진면목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우리 어머니는 당시의 전현무를 마음에 안 들어하면서도 이 프로그램에서의 전현무는 또 흥미롭게 지켜보셨다. 그러고 보면 정말 다양한 매력을 지닌 방송인이 되어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예능인으로 전향한 다양한 아나운서들이 있지만, 확실히 독보적인 컬러를 가지고 있는 유일무이한 MC임을 부정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말이다.


7. 시간이 빚어내는 태도의 변화


 시간이 흐르며 전현무의 성숙해지는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다. 누구든 나이가 들어감으로 성장하지 않을 수 있겠냐만은 방송으로 리얼 버라이어티를 진행하는 예능인들 특히 그 모습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예능을 비교적 멀리 하는 연예계 종사자들로부터는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 쉽지 않다.


 전현무는 나 혼자 산다로 가장 이름을 알렸다 보니, 그의 실제모습을 우린 알지 못하지만 어느 정도 유추할 수가 있다. 지금까지 쭉 지켜봤을 때 요즘엔 상대를 희화화하는 것을 자제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게 재미를 줄 수 있는 핵심 요인이라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


 최근에는 앞서 말했다시피 비교적 활동적인 프로그램인 '현무카세'에 나와서는 진솔한 얘기도 하면서 선배 예능인들에게 존경을 표했다. '나 오늘 라베했어'에서도 김국진에게 유독 애정을 표하며 챙기려는 것 같았다. 친구가 없다며 방송에서 얘기한 전현무는 확실히 유튜브에서 기안84나 이시언 등 친한 사람이라는 걸 알긴 하지만 자주 어울리는 모습을 보지 못한다.


 귀곡 선생이 쓴 《귀곡자》에는 비겸술(飛箝術)이라는 말이 있는데 "상대를 칭찬하거나 칭송하여 상대의 마음을 제어하는 기술"을 뜻한다. 전현무는 이를 방송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실천하며, 진심 어린 관심과 배려로 주변인들을 챙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나이는 들어가고, 결혼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들의 소중함을 깊이 깨닫고 처세에 있어서도 성숙한 태도를 취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과정을 볼 때, 최근의 움직임은 무언가를 배우고 대접하고 주위를 둘러보고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활동 영역을 넓혀, 정신을 깨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으로 보인다.


8. MC는 전체적인 그림에 집중해야 하는 포지션


 모두가 알겠지만 사실 MC는 굉장히 어려운 자리다. 노자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말은 많이 할수록 자주 궁해진다. 아는 자는 말하지 않고 말하는 자는 알지 못한다."

 게스트를 초대해서 말을 하는 자리는 필연적으로 말을 많이 할 수밖에 없다. 오디오를 채우는 만큼 말을 분별할 줄 알아야 하고, 상황을 지켜볼 줄 알아야 하며, 유머도 적절하게 가미시켜야 한다. 소위 멀티 플레이어인 것이다. 자칫 대중들에게 웃음을 유발하기 위해 조급해졌다간 역효과를 내기 십상인 포지션이다.


 우리나라 대표 MC인 이경규, 강호동, 유재석 등을 봤을 때도 게스트로서 활약할 때 모습과 메인 MC로서의 모습을 비교할 때, 후자의 경우 더 재미있는 모습을 자주 보여준다. 결국 MC의 역할은 경청과 동시에 풍부한 대화를 이끌어내야 하는 복합적인 과제를 맡고 있기 때문에, 실수를 할 수밖에 없는 자리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현무는 참으로 주목할만한 인물이다. 자신의 실수를 방송계 사람들에게 일일이 사과하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방송을 재밌게 끌어가려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대표 MC라고 할만한 사람들이 너무 탁월한 거지, 전현무가 부족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저 그만의 독특한 스타일과 색깔로 방송계를 빛내는 특별한 MC인 것이다.


  '현무카세' 제작발표회 당시, 같이 MC를 맡은 김지석이 이런 말을 했다.

세상이 잘 모르는 현무 형의 인류애를 많은 분이 알았으면 한다. SF 영화 보면 로보트가 사람들을 만나면서 휴머니즘과 인간애를 느끼지 않나. 예전에는 형이 프로그램에만 집중했다면, 이번에는 사람끼리 정을 나누고 정서적 포만감을 느끼고 있다


9. 현재 전현무의 브랜드는 '변화'와 '성장'이다

 전현무는 아나운서로서 첫 걸음 떼고 예능의 세계로 나아가며, 오늘날에는 시대를 대표하는 MC로 우뚝 서 있다. 초기에는 뜨거운 모래사장에서 시작했던 그가, 이제는 차가운 파도에 발목을 적시며 대중들을 맞이한다. 그는 끊임없이 자신을 갈고닦으며, 시대의 흐름에 적응하려고 하고 있다. 무엇보다 손범수 아나운서의 길을 최대한 모방하고자 노력했던 그 헌신과 열정을 되짚어봤을 때, 현재의 행보도 분명 자신을 브랜딩하기 위한 가지치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내 브런치 글인 <지저분한 시간이 관계를 성장시킨다.>라는 글에서 '유동관념'이라는 개념을 만들어 언급한 적이 있다. 고정관념의 반대되는 개념으로 사람을 유연하게 바라보고 변화에 동조하고 이해하는 시각을 일컫는 말이다. 이를 전현무에게 적용해보려고 한다.


 홍성태 작가님의 저서인 <모든 비즈니스는 브랜딩이다, p.283>에는 작가 오스카 와일드가 한 말이 있다.


오직 어리석은 사람들만이 겉모습으로 판단하지 말라고 한다. 이 세상의 진정한 신비함은 안 보이는 것이 아니라 보이는 것에 있다.


 전현무는 캐릭터에만 집중할 때가 아니라 이제 숨어있는 본인의 페르소나를... 인성을... 대중들에게 보여줄 때가 되었다. 최근 보여주는 몇몇 프로그램들의 모습을 통해 그가 자신을 어떻게 브랜딩할지 점점 기대된다.



참고 자료

<모든 비즈니스는 브랜딩이다, 홍성태 저>

<말공부, 조윤제 저>

현무카세, ENA 프로그램


https://plus.hankyung.com/apps/newsinside.view?aid=2024071170744&category=&sn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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