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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리장인 Jul 20. 2024

전 세계를 뒤흔드는 황금빛 브랜드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도널드 트럼프

 아래 내용은 정치적인 의도와는 관계없음을 알립니다.




 개인적으로 퍼스널 브랜딩의 대표 격 인물이 아닐까 싶은 사람이다. 


 바로 '도널드 트럼프'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 트럼프가 총격사건에 휘말렸다. 그때 그가 총알에 의해 귀가 찢어져 피가 얼굴에 덕지덕지 붙은 상황에서도 청중들을 바라보며 손을 들어 올린 모습을 봤다. 


 '아 내가 이 사람을 잊고 있었구나' 


 그의 브랜드 파워를 다시 한번 상기시킨 순간이었다.


 1. 트럼프의 과거


 도널드 트럼프는 1946년생 6월 14일 뉴욕 자메이카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 프레드 트럼프는 부동산 사업을 하는 독일계 백만장자였으며, 어머니 메리 앤 매클라우드는 스코틀랜드계 자선가였다. 유복한 가정에서 자라긴 했지만, 어렸을 때부터 반항적이었다고 한다. 이런 행보가 너무 지나친 나머지 16살의 트럼프를 뉴욕 육군 군사학교로도 보냈다고 하니 얼마나 거칠게 행동해 왔을지 눈에 그려진다. 그런데 학교 내 성적이 상당히 우수했다고 하니 상급생 때는 자기 세상이다 하고 다녔다고 한다. 결국 그것이 도널드 트럼프 군대 경험의 전부였다.


 대학 진학 중에는 부동산 투자에 뛰어들었는데, 학사 학위 취득 후에도 아버지의 부동산 사업에 함께 전념하며, 여러 성공을 거두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스티븐 스필버그, 자니 카슨, 소피아 로렌 등이 분양한 트럼프 타워가 대표적인 부동산 사업 성공의 중심이었다. 트럼프 타워는 '부의 상징'으로 이름을 날리고, 그렇게 쌓은 명성에 힘입어 플라자, 타워, 카지노 등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1980년대 후반 사업을 확장하기도 했다. 1990년대에는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으며, 일부 사업체는 파산 보호를 신청해야 했다. 


 

 본격적으로 미디어 사업에서 이름을 떨치기 시작했을 때가 있었다.

 2004년에는 NBC에서 방영한 취업 오디션 프로그램 '어브랜티스'로 인해 도널드 트럼프의 캐릭터를 공고히 하게 된 것이다. 유명한 대사로는 "You're fired!(넌 해고야!)"가 있다. 이후 도널드 트럼프는 다양한 도전과 역경 속에서 특유의 반항적이고 직설적인 캐릭터를 미디어에 더욱 뚜렷하게 노출시켰으며, 2016년 공화당 후보로 출마하여 2017년 제45대 미국 대통령이 될 수 있었다. 비즈니스 무대뿐 아니라 정치적 무대에서도 그 힘을 여실히 발휘한 것이다.


 지금 이 자리에 있게 한 그의 퍼스널 브랜드는 1985년 제퍼슨 가족(The jeffersons)에서 You'll never get rich라는 에피소드에 첫 등장하면서 시작되었다고 본다. 이후 영화 나 홀로 집에 2(Home Alone 2)에서 부동산 개발자로 본인 역할로 출연해 지금의 스타일링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TV 속 트럼프의 모습 중 강하게 뇌리에 박힌 장면이기도 하다. 태풍이 불어도 꿈쩍도 안 할만큼 왁스를 바르고는, 머리에 딱 붙여 옆으로 넘긴 금빛의 헤어스타일과 붉은색보다는 빨간색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실크 넥타이가 말이다. 그렇게 20개에 가까운 작품들을 출연했다고 하는데, 비즈니스맨으로서 전례 없는 파격적인 행보였다. 사업에 전념하기도 벅찬 와중에 물론 정식출연은 아니라지만 지금 같은 세상도 아니고 옛날에 왜 그렇게 브라운관에 얼굴을 자주 비췄을까?


 1980년 로나 바렛과의 인터뷰를 보면 도널드 트럼프는 대선 출마에 대해 회의적이었던 것을 알 수 있다. 정치인의 삶을 선호하지 않기도 했다. 그런데 1988년 오프라 윈프리 쇼에서는 대선 출마 가능성을 시사했으며, 최소한 그때부터 아니 그전부터 이미 대통령이 되기 위한 액션을 취하기 시작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2. 본격적인 트럼프의 브랜딩


 1차적으로는 앞서 말한 패션이 브랜딩의 한 축을 이뤘을 것이다. 누가 보면 굉장히 일차원적이고 단순한 패션으로 구시대적으로 말할 법하다. 하지만 그의 헤어 스타일, 넥타이, 배기팬츠, 트러커 캡(45대 대선 기간 중) 등은 언제 어디서나 트럼프를 상징하는 도구로서 브랜드 파워를 단단하게 만드는 데 한 몫했다. 개인적으로는 돈 많으면 정말 다양한 옷을 입고 싶을 법도 한데, 일관된 이미지를 유지하는 게 참으로 대단해보인다.


 <만들어진 승리자들, p.313>의 저자는 이렇게 말했다.

 정치인들은 도박을 하지 않고 외부 동향에 촉수를 곤두세운 채 냉철하게 계산만 하는 능력을 가지고 항상 정상을 유지하는 재주를 지녔다.

 그러고 보면 트럼프는 단일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영역에서 시청자들에게 본인이라는 제품을 아니 정확하게는 '트럼프'라는 브랜드를 마케팅했다. 

 그는 주류 스포츠인 축구 농구뿐 아니라 WWE, UFC, 복싱 등 다소 폭력적인 스포츠에도 자주 출연했었다. WWE에서는 직접 쇼의 일부가 되어 그들과 호흡까지 맞췄으니 가히 과감한 행보라고 봐도 무방하다. 내가 TV를 통해 해외의 인플루언서 사업가를 기억하게 된 것도 WWE에 등장하던 그때가 처음이었다. 겨울이 되면 항상 시청하곤 했던 '나 홀로 집 2'에도 출연한 만큼 한국인들의 기억에도 강하게 각인되었을 것이다.
 이런 액션은 다른 비즈니스맨들과 다르게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지닌 본인만의 고유한 가치를 만들어내는 데 크게 일조했다고 본다. 이는 마케팅 분야에서 활용하는 *크로스 플랫폼 전략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아무래도 상류층 뿐 아니라 모든 세대와 사회 계층 모두에게 브랜드를 사회 전반에 스며들게 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 중 하나였을 것이다. 

*크로스 플랫폼 : 크로스 플랫폼은 다양한 디지털 플랫폼과 채널을 통해 고객에게 일관된 브랜드 메시지를 

전달하고, 고객과 상호작용하는 콘텐츠 마케팅 전략


 과거 문학과 정치의 역사를 살펴보면, 현대의 디지털 미디어 시대가 도래하기 전 여러 인물들이 다소 독특한 자기표현 방식을 선보인 바 있다. <황무지>의 저자 'T.S 앨리엇'은 24살 때 푸른 분을 얼굴에 바르고 모임에 참석한 적이 있으며, <관객모독>으로 유명한 오스트리아의 아방가르드 극작가 '페터 한트케'는 어디를 가던 파란색 모자를 쓰고 다녔다. 또한, <오렐리아>가 대표작인 작가 '제라 르 네르발'은 녹색 가발을 쓰고 살아있는 바닷가재를 끈에다 묶고 파리의 거리를 활보하는 등 대담한 퍼포먼스를 보였다. 그들뿐 아니라 2차 세계 대전 당시 나치군에게 강하게 저항한 바 있는 유고슬라비아의 초대 대통령 '요시프 브로즈 티토' 역시 자신을 연출하는 데 있어 매우 극단적이었다. 백색 정장, 염색한 머리, 백구두 등으로 구성된 독특하고 눈에 띄는 스타일을 고수했다. 그가 직접 디자인한 원수 제복은 하루에 서너 번은 갈아입을 정도였다.


 45대 대통령 당선은 본인의 비즈니스 감각과 대중적 인기를 정치적 자산으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을 방증한다. 다수의 미디어 노출이 인지도 확보에 크게 도움이 된 것이다. 그의 성공은 전통적인 정치인이나 기업인들과는 차별화된 전략에서 비롯되었다. 최근에야 보면 한국도 정치인들 및 기업인들이 SNL이라던가 그 외 다수 예능 프로그램 및 유튜브에도 예전에 비해 자주 출연하며 친숙한 이미지를 쌓긴 구축하는 것과 유사하긴 하다. 그럼에도 국내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경우는 적어도 나는 본 적이 없을 정도로 그 옛날 트럼프의 접근방식은 독특했다. 그는 이러한 선구자적인 방식으로 정치, 산업, 비즈니스 경계를 허물며 퍼스널 브랜딩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본다.


 스위스의 역사가인 야코프 부르크하르트는 말했다. <만들어진 승리자들 p.304>

 위대한 개인은 어느 순간에 치고 들어가야 하는지 미리 안다. 반면에 우리는 나중에 신문을 보고서야 그것을 안다.


 트럼프는 경호원들 사이로 주먹을 불끈 쥐고 팔을 치켜들었다. 그의 진심을 담은 의지(?)... 뭐 그것도 담겨있겠지만 찰나에 이런 생각을 했을 거라 확신한다. 자신의 야심 가득한 결의는 몇백 마디 몇천 마디의 말이 아니라 바로 이 순간 내가 팔을 들어 올림으로써 지지자들을 집어삼킬 것이라고 말이다.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순간에도 어떻게 강렬한 메시지를 남길지 뇌리를 스쳐 지나가지 않았을까? 생명의 위협 속에도 그의 머리는 계산기를 두들기고 있었을 것이다. 이 짧은 순간 보여준 행동은 비즈니스 세계뿐 아니라 정치 무대에서도 탁월한 재능을 가진 인물임을 명확히 보여주었다.


 3. 브랜딩의 마침표, 정치적 무대


 트럼프가 대중들에게 보여 주려는 모습을 단순 연기로만 치부하기에는 사실 무리가 있다. 특히 그 총격 사건 당시 보여준 침착하고 의연한 제스처는 오늘날 쉽게 볼 수 없는 리더십의 면모로서 추종자들에게 귀감이 되는 필수적 자질이기 때문이다.


 고대의 중국 역사인 삼국지에서도 이와 유사한 사건을 찾아볼 수 있다. 

 어느날 유비가 조조와의 만찬 중 천둥번개에 의도적으로 깜짝 놀라며 벌벌 떠는 장면을 연출한 적이 있었다. 자신을 라이벌로 여기는 조조로부터 경계심을 완화시키려는 전략의 일환이었다. 비록 이를 바라본 조조와 청중이 받아들인 부분은 다르겠지만, 그들의 마음에 끼친 영향력의 크기, 즉 특정 행동이 남긴 여운과 가치는 도널드 트럼프도 다를 것 없다고 생각한다. 총알이 빗발친 상황에서도 이를 대선의 성공 전략으로 활용하는 트럼프나 급작스럽게 친 천둥번개에 몸을 웅크려 조조가 스스로 의심을 거두게 하는 전략을 펼친 유비나 말이다. 


 분명 당시 조조는 정치적 스타이자 본인이 직접 현세의 영웅이라 가리킨 유비를 경영 이념과 가치관이 확연히 다른 입장에서 상당히 위협적으로 느끼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행동 하나로 유비는 자신을 겁쟁이라는 프레임으로 조조의 시야에서 벗어나, 자신의 행동반경을 더욱 확장시키고 유리하게 만들어 조조의 최대 강적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그들에게서 알 수 있는 공통점은 찰나의 기지 하나로 타인의 평가를 조작하여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었다는 점이다.



<모든 비즈니스는 브랜딩이다 p.247~p.249>에서 스토리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다.


 고객은 브랜드와 연관된 스토리가 있으면 단순히 인식하는 게 아니라 갈망하게 됩니다. 인식은 그저 기억되는 것이지만, 갈망은 찾게 되는 것을 말합니다. 2008년 포브스지가 추정한 맨유의 브랜드 가치는 18억 달러로 전 세계 구단 중 1위입니다. 이처럼 경이로운 가치로 계산되는 것은 축구경기라는 '제품'이 아니라 맨유라는 '브랜드'를 생산하기 때문입니다. 맨유의 경우 바로 스토리텔링 마케팅이 큰 몫을 했습니다. 구장 한편에는 1958년 2월 6일에 고정된 시계가 있다고 하네요. 맨유 선수와 스태프 22명이 비행기 추락사고로 숨진, 이른바 '뮌헨 참사'를 추모하는 것이랍니다. 그런 고난의 과정이 오히려 팀을 강하게 만들었음을 암시하는 거겠죠.


 현재 트럼프의 당선은 거의 확실시되고 있으며, 최근 총격 사건의 여파는 그의 정치적 서사에 강력한 영향을 미쳤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위기를 극적으로 모면하고 기회를 만드는 모습을 라이브로 보여주면서 전 세계에 강력한 스토리텔링을 남겼기 때문이다. 이때 에번 부치 수석 사진 기자가 찍은 트럼프의 사진도 이러한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에 퓰리처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예전부터 트럼프 본인도 아는 듯 자신의 브랜드 가치를 13조 원으로 자부하지만,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트럼프 브랜드의 부동산 가치는 하락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정치권에서 그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치권에서 이전보다 더욱 무시할 수 없는 인물로 재조명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의 브랜딩 과정과 스토리는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과 유사하다. 이번 사건은 두 인물 간의 유사성에 확실한 방점을 찍었다. 물론 두 사람의 캐릭터는 상반되지만, 그들의 배경은 점점 더 많은 교집합을 이뤄 나가고 있다.


 이러한 트럼프의 여정은 브랜딩의 혁신적인 모델을 제시한다. 정치, 비즈니스, 엔터테인먼트 모두를 활용하고 융합한 독보적인 브랜딩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개성 있는 패션과 각종 미디어를 통해 끌어낸 관심과 극적인 스토리가 어우러져 브랜딩의 완성도를 높였다. 이러한 것들이 시너지를 일으키며, 국민들을 열망을 사로 잡는 정책, 파격적인 경력, 그리고 이를 실현시킬 것만 같은 그의 총체적인 스토리가 당선이 유력한 상황을 견인 했다는 걸 알 수 있다. 현재 그의 스토리는 대중들과의 감정적 연결에 기반하여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비록 단점 역시 부각되지만 오히려 진정성 있게 받아들여지기도 하며, 브랜딩이 완벽함과 Eqaul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트럼프가 대중들을 향해 뻗은 힘찬 주먹은 단순한 이미지 메이킹을 넘어서 브랜딩의 본질이 어디서 드러나는지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결국, 이는 트럼프가 내세운 정책과 세력, 정치 이념에 큰 힘을 실어주는 날개가 되었으며, 현재 한국 미디어 내에서는 그의 잠재적 당선에 대한 보도로 가득 차고 있다.








이미지 출처 : 

AI 생성 이미지

NBC News


참고 도서 :

<모든 비즈니스는 브랜딩이다, 홍성태 지음>

<CEO를 위한 삼국지 경영특강, 청쥔이 지음, 김지연 옮김>

<만들어진 승리자들, 볼프 슈나이더 지음, 박종대 옮김>


참고 링크 :

'대통령 트럼프' 브랜드는 독?… "이름 붙였다 하면 부동산값 하락"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21914270000994

Is Donald Trump a style icon?

https://www.ft.com/content/7dd0f33d-c011-491a-a8ef-9b15589e61a6

도널드 트럼프(나무 위키)

https://namu.wiki/w/%EB%8F%84%EB%84%90%EB%93%9C%20%ED%8A%B8%EB%9F%BC%ED%94%84

요시프 브로즈 티토(나무위키)
https://namu.wiki/w/%EC%9A%94%EC%8B%9C%ED%94%84%20%EB%B8%8C%EB%A1%9C%EC%A6%88%20%ED%8B%B0%ED%86%A0
[이코노미조선] '아메리칸드림' 꿈꾸게 하는 트럼프의 80년대 '냉동패션'
https://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6/12/06/2016120602792.html

트럼프가 깎아 먹은 미국 브랜드의 가치

https://www.mk.co.kr/news/world/8058712

콘텐츠 마케팅에서의 크로스 플랫폼 개념과 사례

https://magazine.contenta.co/2023/06/%EC%BD%98%ED%85%90%EC%B8%A0-%EB%A7%88%EC%BC%80%ED%8C%85%EC%97%90%EC%84%9C%EC%9D%98-%ED%81%AC%EB%A1%9C%EC%8A%A4-%ED%94%8C%EB%9E%AB%ED%8F%BC-%EA%B0%9C%EB%85%90%EA%B3%BC-%EC%82%AC%EB%A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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