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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음 Sep 24. 2024

용옥씨의 이야기 1

 지금은 정말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어요

급하게 온 작은 애 종숙이가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묻는 말에도 아직 대답을 못 했는데, 이번에는 큰 애 종옥이가 달려 들어오더니 제 아버지를 찾다가 또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어요. 얘는 진짜 아무 것도 모르고 온 듯해요.

큰 사위가 전화를 받길래 내가, 

"여보게, 사위, 자네 장인이 숨을 안 쉬어." 

했겠잖아요?

"어머니, 침착하시고 119부터 부르세요!"

하길래 그냥 전화를 끊었거든요. 전화를 끊어야 119를 부르잖아요. 119에 실어서 병원에 왔을 땐 이미 돌아간 후래요. 


모르겠다는 데도 자꾸 물어 싸니까 생각을 자분히 더듬어 볼게요. 내가 치매도 아닌데 아주 모르기야 할까요. 지금은 정신이 없어서 그렇지 시간을 좀 주면 찬찬히 생각해서 어련이 말해줄까, 아주 성화들을 해요. 내 생각에는 그래요. 이차저차가 뭐가 중요하나요. 이미 돌아간 걸. 

하기사 나한테야 남편이지만 애들은 부친상을 당했으니 또 다를라나요.

일이 처음이 이래요.


그 전 날에 내가 스지를 사다가 국을 끓였거든요. 스지라고 하면 애들이 아주 난리를 해요. 일본말 좀 쓰지 마라고요. 우와기, 쓰메끼리 다 안 된대요. 아무리 고쳐도 입에 붙어서 저절로 나올 때가 있잖아요? 세 살 버릇이라 그렇게 오래 갑디다. 

그러니까 설라무네, 내가 그걸 사다 끓였는데 이게 또 얼미니 질겨요? 오죽하면 질긴 사람을 쇠심줄 같다고 할까. 그 질긴 걸 끓이려면 물을 부어가매 하룻밤을 푸욱 과야 해요. 그래야 부들부들하니 먹을만해지거든요. 우리 집 양반은 건더기를 먼저 건져서 초간장에 적셔 먹고, 국물에 밥을 말아서 파김치를 얹어 먹으면 그게 그렇게 그만이래요. 


설라무네 내가 스지국을 끓였댔잖아요? 그걸 한 대접을 뜨고, 콩을 넣어 삶은 밥을 살살 푸고, 후춧가루를 섞은 초간장에다가 밥 말아 자실 때 뿌리라고 흰 소금 하고, 그 대파 말고 쪽파 있잖아요? 스지국에는 쪽파를 해야 돼요. 대파가 씹는 맛은 있어도 국이 식는다고 우리 양반은 그거를 해요. 그거 쪽파까지 송송 썰어서 아침상을 차렸지요. 


이 인사가 식탁에를 절대 안 앉아요. 내 시집와서 평생을 상을 차려 코 앞에다 날랐지 이 양반이 밥을 먹으러 나온 적이 없어요. 인저, 상을 방에다 날라다 주고 나는 경로대학에를 나갈 차비를 했지요. 원래 아침은 혼자 자셔요. 나는 안치기 전에 가든하게 한쪽 하고 믹스 코피 해서 먼저 먹고요. 

자시라고 하고 경대 앞에서 빗질을 하고 있는데 이 양반이 국물을 한 한 숟갈 호록 뜨더니 고개를 상 밑으로 쑥 넣어요? 난 뭘 흘린 줄 알고, 왜요? 하고 물었죠. 그게 그 양반 마지막이랍니다. 


이러니 내가 모른달 밖에요. 심장마비랍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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