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정말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어요
급하게 온 작은 애 종숙이가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묻는 말에도 아직 대답을 못 했는데, 이번에는 큰 애 종옥이가 달려 들어오더니 제 아버지를 찾다가 또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어요. 얘는 진짜 아무 것도 모르고 온 듯해요.
큰 사위가 전화를 받길래 내가,
"여보게, 사위, 자네 장인이 숨을 안 쉬어."
했겠잖아요?
"어머니, 침착하시고 119부터 부르세요!"
하길래 그냥 전화를 끊었거든요. 전화를 끊어야 119를 부르잖아요. 119에 실어서 병원에 왔을 땐 이미 돌아간 후래요.
모르겠다는 데도 자꾸 물어 싸니까 생각을 자분히 더듬어 볼게요. 내가 치매도 아닌데 아주 모르기야 할까요. 지금은 정신이 없어서 그렇지 시간을 좀 주면 찬찬히 생각해서 어련이 말해줄까, 아주 성화들을 해요. 내 생각에는 그래요. 이차저차가 뭐가 중요하나요. 이미 돌아간 걸.
하기사 나한테야 남편이지만 애들은 부친상을 당했으니 또 다를라나요.
일이 처음이 이래요.
그 전 날에 내가 스지를 사다가 국을 끓였거든요. 스지라고 하면 애들이 아주 난리를 해요. 일본말 좀 쓰지 마라고요. 우와기, 쓰메끼리 다 안 된대요. 아무리 고쳐도 입에 붙어서 저절로 나올 때가 있잖아요? 세 살 버릇이라 그렇게 오래 갑디다.
그러니까 설라무네, 내가 그걸 사다 끓였는데 이게 또 얼미니 질겨요? 오죽하면 질긴 사람을 쇠심줄 같다고 할까. 그 질긴 걸 끓이려면 물을 부어가매 하룻밤을 푸욱 과야 해요. 그래야 부들부들하니 먹을만해지거든요. 우리 집 양반은 건더기를 먼저 건져서 초간장에 적셔 먹고, 국물에 밥을 말아서 파김치를 얹어 먹으면 그게 그렇게 그만이래요.
설라무네 내가 스지국을 끓였댔잖아요? 그걸 한 대접을 뜨고, 콩을 넣어 삶은 밥을 살살 푸고, 후춧가루를 섞은 초간장에다가 밥 말아 자실 때 뿌리라고 흰 소금 하고, 그 대파 말고 쪽파 있잖아요? 스지국에는 쪽파를 해야 돼요. 대파가 씹는 맛은 있어도 국이 식는다고 우리 양반은 꼭 그거를 해요. 그거 쪽파까지 송송 썰어서 아침상을 차렸지요.
이 인사가 식탁에를 절대 안 앉아요. 내 시집와서 평생을 상을 차려 코 앞에다 날랐지 이 양반이 밥을 먹으러 나온 적이 없어요. 인저, 상을 방에다 날라다 주고 나는 경로대학에를 나갈 차비를 했지요. 원래 아침은 혼자 자셔요. 나는 밥 안치기 전에 가든하게 빵 한쪽 하고 믹스 코피 한 잔 해서 먼저 먹고요.
자시라고 하고 경대 앞에서 빗질을 하고 있는데 이 양반이 국물을 한 한 숟갈 호록 뜨더니 고개를 상 밑으로 쑥 넣어요? 난 뭘 흘린 줄 알고, 왜요? 하고 물었죠. 그게 그 양반 마지막이랍니다.
이러니 내가 모른달 밖에요. 심장마비랍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