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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정책 1등

청년들은 떠나는 도시

by 다소느림

외부 평가는 “1등”, 당사자는 “글쎄”


광주광역시가 중앙정부 평가에서 ‘청년정책 우수기관’으로 선정되었다.
언론은 이를 두고 “청년정책 1등 도시”라며 크게 보도했다.
강기정 시장 역시 이를 자랑스럽게 홍보했다.


그러나 정작 광주에 살고 있는 청년으로서, 나는 묻고 싶다.

“그게 정말 우리의 삶을 바꾸었는가?”

정책은 1등일지 모르지만, 체감은 그렇지 않다.

당사자인 청년들이 느끼지 못한다면

그 상은 결국 행정용 트로피에 불과하다.


지표와 체감 사이의 간극


중앙정부의 평가는 철저히 행정적 지표를 기반으로 한다.


예산 집행률

정책 다양성

청년위원회 운영 여부

홍보 성과


이런 항목은 평가 점수를 올리는 데 유리하다.

하지만 청년이 실제로 체감하는 지표는 다르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지

월세와 생활비를 감당할 수 있는지

여가와 문화를 즐길 공간이 있는지

미래를 준비할 기회가 지역에도 존재하는지


행정적 지표는 채워졌을지 모르지만,

현실 속 지표는 여전히 공백이다.


광주의 현실, 청년은 줄어든다


통계를 보자.
광주의 청년 인구는 5년 새 4만 명 넘게 줄어들었다.
2025년 기준 순유출 인구 8천 명 가운데 65% 이상이 청년층이다.
광주 전체 인구가 140만 명 밑으로 떨어진 것도,

바로 청년 이탈이 가장 큰 이유였다.


이런 상황에서 “청년정책 1등”이라는 타이틀은 공허하다.
정책이 우수하다면 왜 청년은 떠나고 있을까?
체감할 수 없는 정책이기 때문이다.


자화자찬과 공감 부재


강기정 시장은 이 성과를 홍보하며,

한 댓글에는 “돌아오세요”라는 말까지 달았다.


하지만 떠난 청년이 단지 ‘호소’ 몇 마디에 돌아올까?
광주에 남아 있는 청년들조차 체감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외부 청년이 돌아올 수 있겠는가.

정치인의 성과 홍보는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이 시민의 공감을 얻지 못할 때,

홍보는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
당사자가 느끼는 불편함을 무시한 채

“우리는 잘하고 있다”고 말하는 순간,

시민은 냉소로 돌아선다.


시장이 가져야 할 태도


광주 청년정책의 평가가 ‘우수’일 수는 있다.

하지만 시장의 태도는 달라야 한다.


겸손: “부족함이 많다. 보완하겠다.”라는 자세가 필요하다.

현실 진단: 청년 유출과 실업 문제를 정면으로 인정해야 한다.

실질 대책: 정책의 목적이 상장이 아니라, 청년이 남아 살고 싶은 도시를 만드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정치적 성과를 앞세우는 순간,

청년은 정치의 대상이 아니라 도구가 되어버린다.


청년 없는 1등은 무의미하다


청년정책 1등이라는 수식어는 듣기 좋다.

하지만 청년이 빠져나가고 있는 지금,

그 말은 공허하게 울린다.
청년이 없는 도시에서 청년정책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진짜 1등은 평가 점수가 아니라

청년이 머물고 싶어 하는 도시가 되는 것이다.
광주가 자랑해야 할 건 상장이 아니라,

떠난 청년이 “돌아오고 싶다”고 말하게 만드는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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