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인가 범죄 면허인가
정부와 여당은 지금 배임죄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명분은 기업과 자영업자가 위축되지 않고
활발히 투자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경영 판단의 실패까지 형사처벌하는 건 과도하다는 주장도 붙는다.
하지만 이 논리 뒤에는 불편한 진실이 숨어 있다.
배임죄가 사라지면,
우리는 힘 있는 자들의 범죄를 제어할 최소한의 법적 장치를 잃게 된다.
배임은 단순한 경영 실수가 아니다.
회사의 돈을 빼돌리고,
권한을 남용해 특정인에게 이익을 몰아주는 전형적인 경제범죄다.
형사처벌이 있었기에 최소한의 견제가 가능했다.
이걸 없애버리면?
“남의 돈을 내 돈처럼 써도 된다”는 신호를 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폐지론자들은 말한다.
“민사로 배상받으면 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피해 회사가 직접 소송을 제기해야 하고,
수년간 재판비용이 필요하며,
거대 자본을 가진 쪽은 지연 전략으로 버틴다.
결국 약자는 이 싸움에서 이길 수 없다.
형사처벌이 사라지면 범죄는 단순한 ‘리스크 관리’로 전락한다.
정부는 기업과 자영업자를 보호한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보호받는 건 재벌 오너와 대주주다.
자영업자가 배임할 구조는 거의 없다.
결국 이 제도는 힘 있는 이들을 위한 방패가 된다.
“배임할 껀덕지를 안 만들면 된다”는 주장은 현실을 모른다.
권력과 자본은 언제나 빈틈을 찾는다.
제도가 허술해지는 순간,
그 빈틈은 범죄의 놀이터가 된다.
배임죄가 남용되는 문제는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해법은 폐지가 아니라 정교화다.
‘고의성 + 사익 추구’가 입증된 경우만 처벌
이사회 결의나 외부 자문을 거친 경우 면책
집단소송제 확대, 징벌적 손해배상 강화, 내부통제 의무화
이런 방식이 기업과 국민 모두를 지키는 길이다.
배임죄 폐지는 경제를 살리는 길이 아니다.
오히려 신뢰를 붕괴시키고 범죄를 합법화하는 지름길이다.
“기업 활력”이라는 포장 뒤에 숨은 건 결국 힘 있는 자들을 위한 또 하나의 방패다.
경제를 살리는 길은 법의 칼날을 버리는 게 아니라,
신뢰 위에 세워진 공정한 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