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이 멈추자, 내 삶도 멈췄다
나는 요즘 인터넷신문사를 창업하기 위해
서류를 준비하고 제출했다.
법적으로는 접수 후 10일 안에 등록증이 나와야 한다.
하지만 행정 마비 사태가 터지면서
담당 부서조차 접수 자체가 어렵다고 했다.
사업자는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준비하는 게 아니라,
하루하루가 촘촘하게 연결된 일정 위에 서 있다.
등록이 지연되면 은행 계좌 개설 등
모든 계획이 꼬였다.
사고는 내가 낸 게 아니다.
국가 시스템의 부실 관리가 원인인데,
피해는 고스란히 내가 져야 한다.
이게 과연 공정한 일일까.
더 답답한 건 내 가족의 이야기다.
어머니는 장애인활동지원사로 일하고 계신다.
매달 받는 급여는 곧 생계비다.
그런데 이번 사태로 보건복지부 산하 체계가 멈추면서,
주간보호센터와의 계약이 지연되고 급여 지급도 멈췄다.
추석을 앞두고 월급이 밀렸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재앙이다.
게다가 활동 중 쓰이는 바우처 카드조차 결제가 막혔다.
결국 서비스 이용자도,
돌봄을 제공하는 활동지원사도 모두 벼랑 끝에 내몰린 셈이다.
이건 단순한 행정 지연이 아니다.
사회적 안전망 자체가 무너진 것이다.
정부가 내놓은 유일한 말은 “복구 중이니 기다려 달라”였다.
하지만 국민은 정부가 복구할 때까지 숨을 멈출 수 없다.
민원 처리 지연은 생활 불편으로 끝날 수 있지만,
급여와 돌봄이 끊기는 건 곧 생존의 문제다.
만약 민간 기업이 이런 사고를 냈다면?
정부는 그동안 기업의 이러한 사고나
부실한 대응으로 이어지면
쓴소리를 쏘아댔다.
하지만 이러한 사태가 나면 기업은
고객 피해를 막기 위해 임시 대책을 마련했을 것이다.
수기 결제, 임시 지급, 후속 정산…
최소한의 대응이라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그마저도 하지 않았다.
국가는 세금을 받고,
국민은 제도 안에서 절차를 따른다.
이건 암묵적인 신뢰 계약이다.
그런데 이번 사태는 그 계약을 정부 스스로 깨버린 사건이다.
사고는 정부가 냈고,
피해는 국민이 졌다.
대책은 없었고,
사과도 미흡했다.
한두 번의 불편이라면 참을 수 있다.
하지만 사회적 취약계층의 생계와 돌봄마저 끊긴 순간,
이건 단순한 전산 장애가 아니다.
국가가 국민을 버린 사건이다.
정부가 해야 했던 건 단순하다.
전산이 복구될 때까지 임시 지급과 대체 수단을 마련하는 것
피해가 불가피하다면, 보정 기간과 보상 방안을 명확히 제시하는 것
무엇보다, 국민에게 확실한 약속을 주는 것
그런데 아무것도 없었다.
기다리라는 말만 남았다.
나는 이번 일을 겪으며 뼈저리게 느꼈다.
“국가 시스템만 믿고는 내 삶을 맡길 수 없다.”
창업의 길목에서,
가족의 생계에서,
우리는 동시에 국가 시스템의 희생자가 됐다.
이 분노와 불신을 그냥 삼킬 수는 없다.
사고는 정부가 냈고,
피해는 국민이 봤다.
이 단순한 진실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