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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AI 컴퓨팅센터 유치에 실패했는가

선언의 도시에서 실행의 도시로 가야 할 때

by 다소느림

명분은 충분했지만, 숫자가 부족했다


광주는 그동안 “AI 중심도시”를 꾸준히 외쳐왔다.
AI집적단지, 인공지능사관학교, 수많은 포럼과 비전선포식.
겉으로 보기엔 ‘AI의 수도’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 국가 AI컴퓨팅센터 유치전 결과는 달랐다.
그 상징적인 시설이 해남으로 향했다.
광주가 아닌, 전남 해남.


이유는 단순했다.
돈, 효율, 리스크.
즉, 산업의 냉정한 논리였다.


광주는 준비된 비전이 있었지만,
기업은 준비된 비용을 원했다.
명분보다 숫자가 앞섰고,

그 차이가 결과로 이어졌다.


기업이 본 건 ‘브랜드’가 아니라 ‘비용’이었다


AI컴퓨팅센터는 단순한 건물이 아니다.
수천 대의 GPU 서버가 돌아가는 거대한 전력 소비자다.
운영비의 절반 가까이가 전기요금과 냉각비용이다.

광주는 도심형 전력망을 사용한다.
전력단가가 높고,

부지비용도 비싸다.


해남은 다르다.
솔라시도 기업도시 부지라는 장점에
태양광 기반 전력망을 갖추고 있었다.
“에너지 자립형 인프라”라는 메시지가
기업에게는 “운영비 절감”으로 들렸을 것이다.


기업은 비전을 사지 않는다.

운영 효율과 수익성을 산다.


절차의 도시, 속도의 경쟁에서 밀리다


광주는 늘 ‘공공성’과 ‘투명성’을 강조해왔다.
좋은 가치지만,

산업의 세계에서는 때로 속도가 경쟁력이다.

기업은 “당장 착공 가능한 부지”,

“즉시 협의 가능한 조건”을 원했지만
광주는 여전히 행정 절차와 내부 검토를 반복했다.


결국 전남은 신속하게 ‘맞춤형 조건’을 제시했고,
유치전의 균형은 그때 기울었다.

광주는 준비된 도시였지만,
결정은 느렸다.
그 느림이 이번에는 치명적이었다.


AI 도시의 허상


사실 광주의 AI산업은

오래전부터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었다.
행사장은 언제나 북적였지만,
그 안에 진짜 ‘광주 기업’은 드물었다.


서울과 판교의 기업들이

지원금과 프로젝트를 가져가고,
로컬 스타트업은 “실적 부족”으로 밀려났다.


그렇게 지역에는 AI 생태계가 아니라,

AI 이벤트만 남았다.


‘AI 중심도시’라는 간판은 있었지만,
‘AI로 돈 버는 기업’은 없었다.
이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다음 유치전의 결과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선언보다 실행, 비전보다 조건


광주는 늘 말한다.
“AI로 도시를 바꾸겠다.”
하지만 이번 일은

그 말이 얼마나 무게 없는지 보여줬다.


산업은 말로 움직이지 않는다.

숫자와 실행,

조건과 효율이 움직인다.

AI 컴퓨팅센터 유치는 단순한 패배가 아니다.
광주가 앞으로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거울이다.


비전을 말하기 전에,
그 비전을 실행할 수 있는

현실의 기반부터 다시 세워야 한다.


결론


광주는 ‘AI 도시’를 선언했지만,
해남은 ‘AI 산업’을 유치했다.


이제 광주는
행사의 도시가 아니라
실행의 도시로 바뀌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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