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안에 AI빅데이터 전문가 되기

두 번째 날, 그리고 또 하나의 산

by 다소느림

오늘은 인공지능사관학교에서의 두 번째 날이었다.
어제는 대통령선거 본투표일이라 하루 쉬었고, 오늘에야 다시 수업이 시작됐다.
오랜만에 어제 가볍게 런닝을 했더니 그런지, 온몸이 찌뿌둥했다.

본격적인 수업이 시작될 줄 알았는데, 다행히 아직은 도입부.
몸도 덜 풀렸고, 머리도 덜 깬 나로선 천만다행이었다.


나에게 익숙하지 않은 9 to 6 리듬.


나는 늘 아침에 자고, 오후부터 일하는 생활을 해왔기에 아침 기상 자체가 고역이다.
어제 런닝 때문인지 오늘 아침엔 정말 겨우 일어났다.

그런데 놀랍게도, 내가 제일 정신이 말짱한 것 같았다.


다들 전날 선거 결과를 지켜보느라 밤을 새운 듯, 컨디션이 좋지 않아 보였다.

그런데, 과제가 있었다는 사실을 깜빡했다.


수업이 시작되자마자 급하게 과제를 만들었고, 다음 교시엔 발표까지 해야 했다.
식은땀이 흐르고, 심장은 두근거렸다.


과제가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오늘 바로 발표할 줄은 몰랐던 터라 더욱 당황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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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제는 정해진 양식에 따라 나의 비전보드를 작성하고,
단기 목표와 장기 목표를 나눠서 발표하는 형식이었다.
내용 자체는 어렵지 않았지만, 처음 다뤄보는 툴이라 낯설고 당황스러웠다.


결과물은... 초등학생이 만든 것처럼 유치하게 나왔다.
부끄러움은 내 몫이었다.


다른 수강생들의 비전보드는 하나같이 정갈하고 화려했다.
그에 비해 내 자료는 한없이 부족해 보였다.
하지만, 정답이 있는 과제가 아니었기에 스스로 위로할 수 있었다.

발표 차례가 다가왔고, 화면 공유 방법을 몰라 순서가 밀리며 다시 한번 땀이 났다.
미리 준비하지 못한 내 탓이었다.


다른 환경, 다른 장비. 어쩔 수 없다고 해도 결국은 준비 부족이었다.

어찌저찌 화면 공유를 해냈고, 내 유치한 비전보드를 보여주며 발표를 마쳤다.
수치심이 몰려왔지만, 끝까지 해냈다는 점에선 만족했다.

막상 해보니 어려운 건 없다.


다만, 내가 만족하느냐 못 하느냐의 문제일 뿐.

이번 과제를 통해 또 하나 깨달았다.
너무 잘하려고 애쓰면 오히려 독이 된다는 것.
그동안의 실패가 내게 알려준 교훈이다.
열심히 하되, 욕심을 부리지 말자.
힘을 빼야 제대로 칼이 들어가듯,
내 삶에도 그 균형이 필요하다.


비전보드를 제출하고 겨우 숨을 돌렸는데, 또다시 과제가 주어졌다.
“산 너머 산”이라는 말이 딱 맞는 하루였다.

이번엔 데이터를 활용한 주제 선정 과제였다.
선생님이 데이터를 찾을 수 있는 플랫폼과 방법을 설명해주셨지만,
막상 내가 직접 해보니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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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여성 소비자가 야구에 미치는 영향’ 이란 주제를 떠올렸다.
요즘 야구는 그야말로 전성기. 특히 여성 팬층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예매 시작과 동시에 매진, 암표까지 성행하는 현실.
관심이 많아졌기에 이 주제를 다뤄보고 싶었다.


하지만, 관련 데이터를 찾을 수 없었다.
이 플랫폼 내에서 자료가 없으니 답답했다.
주제를 정하는 데만 30분이 흘렀다.
과제 시간은 1시간.


마음이 급해졌다.


결국 선택한 주제는 ‘정치 관심도 분석’.
전날이 대선 본투표일이었기에 시의성 있는 주제라고 판단했다.

연령, 직업, 지역별 정치 선호도를 비교해보는 내용이었다.

데이터 자체는 어렵지 않았지만, 과제의 의도를 파악하는 데 오래 걸렸다.


주제 정리에만 30분, 과제는 20분 만에 마무리.


말 그대로 버저비터 제출이었다.

쉬는 시간 5분 전, 기적처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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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끝났겠지?" 라고 생각했지만,


천만에.


이 사관학교의 하이라이트, 커리어 업 시간이 기다리고 있었다.

오후 4시부터 6시까지는 모든 반이 모여 함께 수업을 듣는 시간이다.
그야말로 하루의 마지막 언덕이다.


그리고 이 커리어 업 시간에도 과제가 주어진다.

사실 첫날 받았던 과제가 있었다.
하지만 다음날 쉬는 날이란 핑계로… 손도 대지 않았다.


첫날 과제 (커리어 업 과제)

내가 이루고 싶은 목표를 생생하게 그려보기


그 목표와 관련된 채용 공고 5개 찾아보기


해당 분야에서 필요한 역량 고민해보기


이 과제는 정답도, 강제도 없었다.
그저 스스로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그래서 가볍게 넘겼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만큼 중요한 질문들이었다.

이곳은 정답을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나만의 답을 찾도록 유도한다.
그래서 더 어렵고, 그래서 더 나에게 맞는 곳인 것 같다.

대학교 때보다 과제가 많은 것 같다.
하지만, 어렵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학교는 정답이 정해져 있었지만,
여기는 나만의 방향을 정하면 되기 때문이다.


스스로 무언가를 해나간다는 감각.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내가 스스로 움직이는 느낌.
그게 낯설지만 꽤나 뿌듯하다.

시작부터 모든 걸 바랄 순 없지만,
시작이 반이라면 나는 이미 반은 해냈다.


이제부터는 끝을 향해,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나아가야겠다.


하나하나 해내며, 나만의 속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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