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없는 정의는 무능이고, 정의 없는 힘은 폭력이다
최근 조지아 현대·LG 배터리 공장에서 일어난
대규모 이민 단속 사건은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수백 명의 한국 기술자들이 불법 이민자로 연행되었다는 뉴스는,
그동안 ‘동맹’이라는 이름 아래 굳게 믿어왔던 신뢰가
얼마나 쉽게 흔들릴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한국 정부는 “자진출국”이라고 표현했고,
미국은 “추방”이라는 단어를 썼다.
같은 절차를 두고도 전혀 다른 언어가 사용된 것이다.
누군가는 말장난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언어의 차이는 국민 감정과 외교적 의미를 크게 바꿔 놓는다.
그동안 글로벌 산업 현장에서는
엔지니어 단기 파견이 당연한 관례처럼 이어져 왔다.
회의·출장 비자(B-1)를 이용해 기술 설치와 교육을 진행하는 것,
미국도 몰랐을 리 없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치적 환경’이 달랐다.
미국은 이민 단속 강화라는 정치적 카드를 꺼내들었고,
그 과정에서 동맹국 기술자들조차 예외 없이 단속의 대상이 되었다.
겉으로는 법 집행이지만,
속내에는 정치적 메시지가 숨어 있다.
“외국 기업도, 동맹국도 예외 없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일종의 퍼포먼스였다.
나는 이 장면에서 리더십을 떠올린다.
리더란 힘으로 누르는 사람이 아니라,
아량과 배려로 신뢰를 얻는 사람이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힘이 있다고 해서 찍어누르면 따르는 이는 사라지고,
반감만 남는다.
오히려 여유와 이해를 보여줄 때 존경이 따라온다.
미국 역시 강대국이다.
세계의 경찰, 지구방위대를 자처해왔다.
하지만 최근의 모습은 다르다.
힘으로 동맹을 누르려 하고,
규칙을 방패 삼아 자국의 정치적 이익을 앞세운다.
그렇게 하면 당장은 법과 질서를 지켰다고 자부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반미 정서와 독자 노선을 자극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혈세를 들여 외교를 하고,
투자와 협력을 이어간다.
하지만 정작 위기 상황에서 동맹이 보여주는 태도가 이렇다면,
“동맹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다시 떠오를 수밖에 없다.
리더십의 본질은 권위가 아니라 신뢰다.
미국이 진정한 리더로 남고 싶다면,
이번 사건처럼 동맹의 신뢰를 시험대에 올리는 행동이 아니라,
힘 있는 자의 아량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