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에 관심이 많은 나의 취미 중 하나는 동물 관련 다큐멘터리를 좋아한다. 최근 넷플릭스 자연 다큐멘터리 <우리의 지구 시즌 2>를 보며 다양한 야생 동물들의 삶을 관찰했다.
단순히 아름다운 영상미를 감상하는 수준을 넘어, 그들의 행동을 유심히 바라보다가 문득 하나의 공통점을 떠올리게 됐다.
바로 ‘먹이 활동’
생존을 위한 움직임이 모든 동물의 삶을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아프리카 들소는 신선한 풀을 뜯기 위해 수천 킬로를 이동하고 사자는 그런 들소를 사냥하기 위해 무리의 구성원들과 호흡을 맞추며 사냥에 나선다. 고래는 신선한 플랑크톤을 섭취하기 위해 남극까지 이동하고 곰들은 연어를 사냥하기 위해 강가로 나선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인간도 다르지 않다. 음식을 사기 위해 필요한 돈을 벌기 위해 모두가 오늘도 출근길에 오른다. 야생이든 도시든, 생존을 위한 움직임은 비슷하다.
그런데 문득 떠오른 존재가 있다.
더 이상 먹이를 쫓지 않아도 되는, 지구 위의 몇 안 되는 동물.
바로 우리의 '반려동물'이다.
이들은 목숨을 걸고 먹이 활동을 하지 않아도 되고 인간을 제외한 동물들 중 유일하게 '밥그릇'이라는 곳에 식사를 한다. 음식은 정해진 시간에 자동으로 제공되고 먹이를 스스로 찾을 필요도,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할 필요도 없는 즉, 생존이라는 가장 원초적인 활동이 생략된 상태이다.
그럼 현대의 반려동물들은 무엇을 중심으로 살아가야 할까? 수백만 년 동안 쌓인 본능을 배제했을 때 이들은 어떤 행동을 보일까?
나는 종종 보호자들이 호소하는 문제 행동(짖음, 파괴, 과잉 흥분 등)의 원인 중 하나가 바로 먹이 활동의 부재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자주 말하는 **행동 풍부화(enrichment)**는 그런 본능적 욕구를 해소해 주는 도구다. 단순 사료 급여가 아니라 사냥놀이, 후각놀이(노즈워크, 퍼즐 장난감)처럼 먹이를 얻는 과정을 모방하는 활동을 통해 개들에게 '살아있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물론 잘못된 방식의 행동 풍부화는 오히려 문제 행동을 만들어 낼 수 있으니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을 추천한다.)
우리는 반려견과 공존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개들과의 공존을 위해 그들의 본능을 완전히 제거하려 하기보다, 그 본능을 현대적인 방식으로 해소할 수 있는 길을 함께 모색해 나가야 하지 않을까?
사냥을 멈춘 개들은 이제 우리가 만들어주는 작은 세상 속에서 지금보다는 조금 더 본능에 충실한 삶을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
그게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반려(伴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