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없이도 괜찮네
사실, 처음부터 끊겠다고 마음먹은 건 아니었다.
그냥 어느 순간, 술이 나를 비워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시고 나면 피곤했다.
다시 채워지는 느낌은커녕, 마음이 이상하게 허전했다.
그 순간엔 웃고 떠들었지만, 돌아오는 길엔 멍해지고,
다음 날엔 더 무기력해졌다.
그 시간이 나를 위한 게 아니라는 걸 문득 깨달았다.
그때부터 조금씩 줄이기 시작했다.
억지 약속은 피했고, 술자리는 빠졌다.
그리고 조용히 알게 됐다.
“술 없이도 괜찮네. 오히려 이게 더 좋네.”
그 시간에 나는 책을 읽었고, 글을 썼고, 몸을 움직였다.
무엇보다, 내 감정을 또렷하게 느낄 수 있었다.
어쩌면 나는 술을 끊은 게 아니라,
조금씩 나를 회복해가는 중이었는지도 모른다.
이제는 그 말이 뭔지 안다.
“잘 쉬는 사람이 오래 간다.”
나는 오래 가고 싶다.
내 삶에서 소중한 것들을 오래 지키고 싶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