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자타공인 소핑 바보다. 원하는 것을 척척 골라내 합리적인 가격에 얻어내는 쇼핑 천재들과는 달리 티셔츠 한 장을 살 때도 온 동네방네 다 돌아봐야 직성이 풀린다. 가장 최근엔 로퍼를 구매했는데 무신사, W컨셉, 29cm, 지그재그 등 온라인 쇼핑몰에 올라온 모든 로퍼를 다 둘러보고 백화점을 두 바퀴 뒤진 후에야 간신히 살 수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나에게 쇼핑은 즐거움보단 고행에 가깝다. 필요하니 사긴 해야겠는데 당최 무엇을, 어디서 사야할 지 감이 안 잡히니 말이다.
오랜만에 엄마와 쇼핑을 나선 날, 내 쇼핑 바보병의 근원을 알게 되었다.
나 : “오! 이거 예쁘다. 나 이거 살래!”
엄마 :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으로) “네 눈엔 그게 예뻐?”
결혼 후 잠시 잊고 있었다. 나와 엄마의 쇼핑은 항상 이런 식이었다는 사실을. 그다음은 어떻게 될까? 대개 엄마의 반응에 흥이 깨진 내가 빈손으로 발길을 돌리며 끝난다. 물론 엄마는 나에게 상처를 주려는 의도가 전혀 없으셨다. 그저 그 옷이 엄마 눈에는 정말 예쁘지 않았을 뿐!
https://youtube.com/shorts/apsRk8KyMg0?feature=shared
엄마의 기준이 곧 정답이었던 나는, 쇼핑을 할 때조차 엄마 마음에 드는 것을 사려 했다. 당연히 내 마음에는 들턱이 없었고, 길고 긴 쇼핑 끝에 구매한 물건도 나에게 큰 기쁨을 주지 못했다. K장녀의 망령은 쉽게 떠나지 않고 내 삶 곳곳에서 웅크리고 있음을 깨달은 순간이었다.
요즘은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쓰기보다는 제가 진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찾아가고 있어요!
그럼에도 쇼핑은 너무 어렵네요ㅠ
여러분만의 쇼핑 팁이 있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