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감자떡 Oct 18. 2024

특명! 시아버님의 생신상을 차려라!

“아버지 생신, 네가 한 번 준비해 볼래?”


어머님의 전화를 받으며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다. 내가 아버님 생신 파티의 호스트가 된다니! 일 년 중 가장 행복한 날로 만들어 드리고 싶다는 마음이 앞섰다. 문제는… 나와 남편의 처참한 요리 실력. 미션을 받은 날부터 거의 매일 각종 파티 요리 레시피들을 찾아봤다. 우리나라에 이렇게 요리 잘하는 사람이 많다니… ‘오! 이건 어렵다! 다른 거 해볼까?’라고 넘기다 보니 남는 요리가 없었다.



자문위원인 어머님께 SOS를 보냈다.


“특별한 거 안 해도 돼. 김치찌개에 밥만 해~”


우리 어머님다운 심플한 답변. 남편과의 2차 토론 끝에 김치찜과 조개 미역국을 끓이기로 했다. 메뉴 간 조화? 요리똥손들에게 그런 건 없다. 그저 먹을 수 있는 요리면 되는 거지!


D-2. 집 청소를 시작했다. 서랍장 속 물건까지 꺼내 청소하는 나를 보며, 남편은 청소 검사하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열심히 하냐고 질문했다. 모르는 말씀! 청소는 디테일이다. 주방에서 컵을 꺼낼 때 살짝 보이는 그릇 정리 상태가 모든 것을 말해주는 법. 이틀에 걸쳐 집안 모든 곳을 완벽히 정리하고 나서야 마음이 놓였다.

점심 집들이 밥상! (사오는 것도 실력이다!!)

생신 당일, 아침부터 요란법석을 떨었다. 공교롭게도 지인 집들이 일정과 맞물려 점심과 저녁 모두 요리를 해야 하는 대참사가 벌어졌다. 뭐 어쩌겠나! 내가 판 무덤인데. 그저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음식이 먹을 수 있는 맛만 내주길 바랄 뿐…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남편이 직접 끓인 미역국이 특히 반응이 좋았다. 30년 넘게 살면서 부모님께 처음으로 요리를 해드렸다니?! 남편들아! 직접 효도하자!




그래서… 다가오는 어머님 생신은 뭐하지…? ㅎㅎㅎ

이전 08화 임신이요? 일단 뒤로 미뤄 볼게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