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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자떡 Oct 11. 2024

임신이요? 일단 뒤로 미뤄 볼게요

신묘한 꿈을 꿨다. 꿈속에서 나는 본가 화장실에 누군가와 함께 있었다. 내 눈 앞엔 커다란 상자가 놓여 있었고 그 안엔 온갖 물건들이 담겨 있었다. ‘나 여기서 뭐 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든 순간, 하늘에서 거대한 거미 한 마리가 내려왔다. 신비로운 초록빛을 내뿜던 거미는 다리 하나를 들어 상자에 넣었다. 그리곤 예쁘고 값비싸 보이는 가방 하나를 건져 올렸다. 거미의 카리스마에 압도된 나는 뒷걸음질 쳤다. 그 순간 “무서운 거 아니야. 받아봐.”라는, 온화한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목소리가 주는 안정감 때문이었을까? 무섭고 불안했던 마음이 순식간에 가라앉기 시작했다.


“와, 나 진짜 임신한 것 같은데?”


꿈에서 깨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다 던진 첫 마디. 그도 그럴 것이, 요즘 태몽을 자주 꾼다. 꿈의 내용은 구체적으로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잠에서 깰 때마다 오늘도 임신과 관련된 꿈을 꾸었음을 어렴풋이 느낄 뿐. 그런데 이 와중에 거미 꿈이라니.



며칠간 아기를 갖는 문제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봤다. 과연 내가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을까? 난 회사에서 일하는 게 너무 즐거운데, 임신하면 커리어를 유지하기 힘들어지지 않을까? 아기 키우는 데 돈이 많이 든다던데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등등. 고민은 항상 같은 질문으로 끝났다. 과연 내 아이가 행복할까?


돌이켜보면 나에게 삶은 숙제였다. 하나를 끝내면 다음 퀘스트가 끝없이 이어지는, 그런 숙제 같은 인생. 나의 생을 즐기지도 못하는데 과연 아이는 잘 키울 수 있을까? 내가 살아내기에도 버거운 이 세상을, 나의 아이에게 살아내라고 할 수 있을까?


임신 계획을 잠정 보류하기로 결심했다. 일단 나부터 즐겁게 충만하게 하루를 살아 내보기로. 나의 마음 그릇이 기쁨으로 가득 차서 어딘가로 흘려보내고 싶은 순간이 온다면, 그때 다시 생각해 보기로. 그전엔 양가 부모님들의 기대와 관심을 모른 척하기로.




저도, 제 친구들도 임신한 사람이 없었어요! 

제가 꾼 신기한 꿈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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